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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831호

그래도 우리는 우주로 간다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했다. 우리 땅에서 쏘아올린 우리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는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탑재한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나로호는 8월 25일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찬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1단계 로켓과 2단계 로켓의 분리, 위성의 분리도 각각 예정된 시각과 고도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탑재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예정된 지구 공전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위성 보호 덮개(페어링) 분리에 이상이 생기며 위성이 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 공전궤도 안착에 실패한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구로 추락하면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세계에서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국가가 된다는 꿈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스페이스 클럽은 자국 영토에서 발사한 인공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국가를 뜻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8월 25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정상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며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 우주강국의 꿈을 꼭 이뤄야 한다. 이번 시도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격려했다.

 


 

또한 다음 날인 8월 26일 제16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발전하는 나라”라면서 “첫 위성이 반 정도 성공한 것도 길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위성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실망하지 않고 더 힘을 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나로호 발사가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이를 통해 큰 자산을 축적하는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로켓 발사 기술은 발사대, 발사체, 탑재체(인공위성)의 세 요소로 이뤄지는데, 이번 발사를 통해 이 세 요소의 시스템 통합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인공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발사체를 개발하고 모든 발사 프로세스를 운용해봄으로써 많은 소득을 얻었다. 비록 1백 퍼센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99퍼센트까지는 근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개발비용 5천억원이 투입된 나로호를 한국 최초의 발사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주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로호 제작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자동차나 컴퓨터의 부품 모두가 국산이 아니지만 당당히 우리 제품이라고 말하지 않는가”라며 “나로호도 그렇게 봐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노트북 컴퓨터는 미국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대만의 그래픽카드 등을 사용하지만 미국산이나 대만 제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도 나로호의 국적을 한국으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 나로호의 국적 논쟁에서 핵심 사안은 부품을 가져다 완제품을 만들지라도 완제품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가 하단을 수입해 자체 개발한 상단과 조립한 후에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각각의 부품을 가져다가 완성품을 만들지라도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단(2단 로켓)이 성공적으로 작동됐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5년 동안의 실험과 연구를 거쳐 만들어진 2단 로켓 엔진 킥모터(KM)는 나로호에 처음으로 장착됐다. 2단 로켓은 발사 후 1단 엔진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된 뒤 점화, 위성을 우주로 들어올리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가 오히려 자체 개발한 2단 로켓을 검증할 기회가 됐다”며 “로켓을 처음 개발할 때는 실패나 성공보다는 원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나로호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것과 똑같은 나로호를 다시 제작해 내년 5월경 2차 발사를 하기로 돼 있다. 이번 발사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일들이 발생하면 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두 차례 발사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에는 1단 로켓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나로2호(KSLV-II)를 발사할 계획이다.
 

2018년의 발사까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우리가 띄우는 인공위성은 물론 해외의 인공위성까지 수주해 발사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국내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호를 발사한 연구원들이 설립한 민간 위성업체 쎄트렉아이는 해외 인공위성을 두 번이나 수주해 성공적으로 정상궤도에 올렸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우주에 운반하는 발사체까지 한국이 개발한다면 우주는 이제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우주 수송산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우주왕복선이나 달 탐사 같은 것만 떠오르면 우주산업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생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우주산업도 다양해졌다. 무게 2백 킬로그램의 소형 인공위성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소형 인공위성 시장이 커지면 거기에 해당하는 발사체 산업도 육성된다.
 

이미 인공위성은 강대국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국가들,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인공위성 보유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인공위성은 소형이라도 대당 가격이 2백억원이 넘는다. 이를 제작해 판매할 수 있는 국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나로호는 앞으로 우리에게 우주산업이라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가져다줄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나로호는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세대에게 큰 도전을 줄 것이다. 자신의 적성과 사회적 공헌보다는 수입을 먼저 선택하는 현 세태의 풍조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존자원이 없기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종산업을 찾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도전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쎄트렉아이의 박성동 사장은 대학 시절 인공위성 제작을 공부하는 유학생을 선발한다는 학교 게시판을 보고 지원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인공위성 제작이 가능한지는 물론 귀국해서 실력을 펼칠 수 있는지 등을 걱정했다면 절대 감행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박 사장을 비롯한 젊은 KAIST 영재들이 도전했고 이것이 대한민국을 인공위성 개발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했으며 지금은 수출까지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1단 로켓의 자체 개발이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 로켓은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다. 특히 자력 발사체 개발의 핵심인 액체엔진 분야의 기술은 선진국 기술의 60퍼센트 수준이다.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 육성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인력은 6백90명으로 가장 최근에 자력으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인도와 비교하면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주개발 예산 역시 2008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7분의 1, 미국의 70분의 1에 그친다. 정부는 2016년까지 총 3조6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력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는 2010년 2차 나로호 발사를 끝으로 2018년까지 발사계획이 예정된 게 없다. 8년간 일감이 없다. 이 기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나로호 발사로 국민들의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은 고취됐지만 후속 프로그램이 없으면 황량한 우주센터가 되는 것이다.
 

우주센터와 발사체를 대국민 교육장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제는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로우주센터에 가려면 여수공항에 내려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당일로 다녀오기 어렵다. 나로우주센터와 인근의 순천 갈대밭 등을 묶는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중앙부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나로우주센터와 나로호를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관리 및 경영 능력도 높여야 한다. 단순한 연구원이 아닌 수천억원의 시설을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더욱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의 수차례 연기 과정에서 행정력 부재를 보였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나로호 발사와 관련한 중요 결정이 러시아와 팩스 한 장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연구 능력에 행정력을 겸비해야 할 단계가 온 것이다.
 

글·최호열 기자, 조호진(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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