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오늘 베트남 쌀국수라는 걸 처음 먹어봤어요. 고기가 들어가서 느끼할 줄 알았는데 구수하고 아주 맛있네요.”
지난 5월 29일 제주국제문화관광엑스포 행사장을 찾은 김대홍(50·제주시 북구 화북동) 씨. 처음 먹어보는 낯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법도 하련만 연신 ‘맛있다’며 웃는 표정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제주국제문화관광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에는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총 40여 개국이 참가해 자국의 관광자원과 관련 행사를 알렸다. 홍보관과 세계풍물관, 제주문화체험관 등 2백50여 개 부스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저마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10개국 민속공연, 패션쇼와 각종 체험관 등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기를 끈 곳은 따로 있었다. 아세안 각국의 음식을 선보인 ‘세계 음식 페스티벌’ 부스야말로 엑스포의 ‘스타’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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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파프리카와 청피망 등과 함께 토마토소스에 볶아낸 필리핀 요리 감바스, 당면과 닭가슴살에 갖은 양념을 해서 볶은 인도네시아 요리 비훈, ‘일본식 빈대떡’인 달콤한 오코노미야키, 중국식 물만두와 베트남 쌀국수 퍼…. 전통의상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쉴 새 없이 음식을 만들었고, 관람객들은 호기심을 갖고 처음 보는 낯선 음식에 도전했다.
엑스포 기간 동안 아세안 국가의 고유 음식을 만드느라 파김치가 된 ‘숨은 일꾼’들은 모두 제주 다문화가정센터의 자원봉사자들. 제주 다문화가정센터는 제주지역 결혼이민자들의 공동체로 제주도청의 부탁을 받아들여 엑스포 기간에 아세안 국가의 고유 음식을 만들어 관람객들을 대접했다.
모두가 고생했지만, 특히 ‘베트남댁’ 김지민(38) 씨의 활약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베테랑 요리사인 김 씨가 만들어낸 국수는 엑스포 기간 내내 인기 만점이었다. 점심 인파가 한차례 빠져나가고 나서야 숨을 돌린 그는 “오늘 점심 때만 3백 그릇 이상 나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제주 다문화가정센터는 제주지역 결혼이민자들에겐 ‘친정’이나 다름없다. 결혼이민자들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 한국어 때문에 좌절하고,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이곳에 와서 같은 처지의 친구들에게서 긴요한 생활정보와 노하우를 전해 듣고 익혀왔다. 현재 제주 다문화가정센터는 한글 기초·중급반을 비롯해 컴퓨터반, 사진 강좌, 비즈공예, 데코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지역 결혼이민자들은 또 제주 유채꽃축제, 제주 돼지축제 등 도내 잔치에 빠지지 않고 달려가 봉사활동을 자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려 국제결혼과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이웃들의 ‘터부’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다.
필리핀 출신 비수빈(34) 씨를 아내로 둔 손상돈(44) 제주 다문화가정센터 기획이사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문화가정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고정관념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상상 이상으로 힘들게 사는 결혼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센터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 다문화가정센터를 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임대료 마련에서부터 사무실 페인트칠, 공사까지 센터 식구들이 모두 직접 해결해야만 했다. 2007년 10월부터 준비를 해왔던 센터가 2008년 1월에야 문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센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람은 오명찬(47)·김정림(38) 부부. 남편 오 씨는 원래 작은 인쇄디자인회사를 경영했지만, 다문화센터가 문을 열자 생업을 포기하고 센터 일에 매달리고 있다. 아내 김 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 얻은 제주국립박물관 중국어 일본어 통역 담당직을 ‘고생하는 센터 식구들이 눈에 밟혀’ 그만두고 말았단다.
사정은 다른 센터 식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넉넉지 않은 살림임에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눈다. 이 공동체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가족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제주도 내 다문화가정은 약 1천6백 가구로 추산된다. 이들의 바람은 ‘진심으로 이해받는 것’이다. 김보수(44) 씨는 “이웃들이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겪어 보니 참 착하네, 잘하네, 우리랑 똑같네’ 라는 반응을 보일 때 가장 기쁘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5월 20일은 정부가 지정한 ‘세계인의 날’이었다. 국민과 재한외국인들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날이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 곁의 다문화가정들을 위한 소통의 창문을 활짝 여는 데 기여했다. 이 창문이 닫히는 일이 없도록 다문화가정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건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글과 사진·대한민국정책포털(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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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