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본인들은 초유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에도 침착과 배려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방사성물질 누출사태가 확산된다는 소식에 일본인들이 지난 3월 15, 16일을 기점으로 평상심을 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피난지역으로 설정한 범위 밖의 센다이(仙臺) 시 등에서도 탈출 러시가 이뤄지고 도쿄 등에선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작 구호물자가 절실한 피난지역엔 먹을 것이 부족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일본정부도 긴박해졌다. 지난 3월 16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긴급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간 나오토(菅直人)총리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먹을 것과 물, 연료가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자위대가 나서라. 물품배급을 자위대로 통일하라. 총력을 기울여라.” 곧바로 미야기(宮城) 현 소재 마쓰시마(松島) 기지에 눈이 내리는 악천후를 뚫고 비상구호품을 가득 실은 대형 수송기가 착륙했다. 자위대 수송헬기는 물론이고 미군 수송기 C130까지 동원됐다. 군용트럭들은 해안마을 쪽으로 즉시 출발했다.
식량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월 11일 이후 동북부 지역의 생산공장이 거의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반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에 이어 원전공포까지 겹치면서 상당수 사람이 식료품과 연료를 비롯한 비상물품 비축에 나섰다. 정부와 언론이 방사성물질 누출과 여진에 대비해 “가급적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집이나 사무실에 머물라”고 당부하자 국민의 불안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방사성물질이 지난 3월 15일 도쿄까지 날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천만명이 사는 수도권에서도 마스크와 방사성물질 해독제로 알려진 안정화요오드가 함유된 제품이 순식간에 팔려 나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곳곳의 도로가 붕괴돼 유통망이 무너진 것도 물품부족을 야기한 원인이다. 주요 고속도로의 상당수 구간이 통행금지됐고 해안지역 피난소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는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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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가 많이 망가져 해안 보급망도 거의 가동할 수 없다. 가솔린 부족사태 또한 물품공급을 불가능하게 했다. 피해지역의 대형 석유정제 시설 9곳 중 6곳이 가동을 멈춰 매일 1백만 배럴의 원유처리 능력이 상실됐다.
급기야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지난 3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진피해 지역으로 연료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도 “필요 이상의 식량을 비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1차 작전은 실패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정부 대책본부는 지난 3월 17일 오전 자위대 헬기 4대를 동원해 원자로 3호기에 총 30톤의 바닷물을 뿌렸다. 3호기와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에 물 보충이 되지 않을 경우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선량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NHK방송은 헬기 작전 이전 시간당 3.782밀리시버트(mSv)였던 방사능 측정치가 작전 이후 시간당 3.754밀리시버트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날 저녁 20여 대의 경찰청 물대포와 자위대 소방차를 투입해 원전 3, 4호기에 물을 쏘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도쿄전력은 냉각수 살포 이전 시간당 3.74밀리시버트였던 원전 관리동의 방사능 측정치가 작업 이후 오히려 4밀리시버트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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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복구 마지막 희망… “죽을 각오가 돼 있다”
방사선이 가득 찬 원전에 투입된 최후의 결사대가 지난 3월 17일 50명에서 1백8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전 상황으로 볼 때 이들은 방사선 피폭으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름 없는 영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각오는 단호하다. 이들 중 한 명이 친구인 미국 조지아대 교수에게 보낸 ‘나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라는 편지는 이들의 결의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일본 정부의 비공식적 모집에 원전 근무 경험자 20명도 자원했다. 결사대 인원을 늘린 것은 원전 복구를 위한 마지막 총공세다. 일본 후생성은 결사대 인원을 늘리기 위해 원전 작업자의 연간 방사선 피폭 허용량을 1백밀리시버트에서 2백50밀리시버트로 긴급히 완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5일 철수했던 원전 근로자 중 피폭 허용량이 남은 원전 근로자들이 결사대에 스스로 나선 것이다.
일본 혼슈(本州) 남단의 시마네(島根) 현 소재 전력회사에서 정년을 6개월 남긴 59세 남성이 지난 3월 15일 6백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모든 사람이 필사적으로 원전사고 지역에서 탈출하는 순간 그는 ‘사지(死地)’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18세부터 41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해와 올 9월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그를 방사성물질 누출현장으로 내달리게 한 것은 평생의 경험을 원전사고 수습으로 불태우겠다는 ‘장인 정신’이었다. 그는 “지금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미래가 좌우된다. 사명감을 갖고 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의 아내는 “평생을 원전 안전에 몸 바친 당신을 믿는다. 사고지역 주민들에게 안전과 안심을 선물하고 돌아오라”며 남편을 배웅했다. 아버지의 결심을 전해 들은 딸은 “처음엔 말렸지만,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버지의 직업정신을 존중한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날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지지통신이 관련 기사를 보도하자 감동한 수많은 시민은 그의 가족에게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선 “눈물이 난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거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제발 잠재워 주세요”라는 존경과 응원 메시지가 넘쳐났다.
대지진과 지진해일, 방사성물질 누출이 한꺼번에 닥친 최악의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소임을 마치려는 ‘보통사람’들의 철저한 직업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소마(相馬) 시에선 동네 반장 수십 명이 자발적으로 뭉쳤다.
이들은 눈에 띄는 조끼를 입고 주민의 안부확인과 식료품 배급, 의약품 조달, 피난지시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지진해일에 아들을 잃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집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현장을 누비는 이유를 이들은 한마디로 말한다. “반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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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