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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줄어든 집세만큼 학업에 힘쓸 여유 생겨




“대학시절 내내 고시원 같은 좁은 원룸과 하숙집에서 살았어요. 원룸은 부엌 시설도 없이 잠만 자는 방이었는데도 월세가 36만원이나 됐죠. 새로 이사할 집은 평수도 넓고 부엌도 있어 기분이 좋아요. 게다가 매월 나가는 금액이 10만원 남짓으로 3분의1 이하로 줄어드니까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어 한결 가벼워졌어요.”

서울 종로2가에서 만난 김수진(27·한국외국어대 졸)씨는 새 집 입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좀더 넓고, 싸고, 설비도 잘되어 있는 집’이라니, 요즘의 전·월세 대란에 그런 집을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을 한참 벗어나도 찾을 수 없던 ‘꿈의 집’을 만난 비결은 바로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있었다.




김씨는 지난 1월 모집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새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지난 2월 졸업했지만, 1월 공고 당시 졸업 예정자에게도 지원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보고 혹시나 싶어 지원했는데 선정되었다.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 걱정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너무 기뻤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한 김씨는 “동생도 같이 넣었는데, 동생은 떨어지고 저만 붙었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부모님께서 한 명이라도 짐을 덜었다며 무척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물론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전셋집이 단숨에 김씨의 손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는 큰 과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쉽게 구해지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며, “전셋집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산꼭대기라도 찾아갔을 정도로 힘들게 돌아다녔다”라고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일을 제치고 서울 시내 부동산들을 찾아 열심히 발품을 판 덕분에 김씨는 마침내 마포구 대흥동에서 마음에 드는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고. 3월 26일에 입주 예정인 김씨는 “부엌까지 딸린 본격적인 ‘내집’은 처음이라 앞으로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살림을 꾸려나갈지 기대된다”며 밝게 웃었다.

“2년 거주 후 최대 두 차례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저는 졸업한 터라 연장은 불가능해요. 하지만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드는 주거비를 줄일 수 있어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요.”

그는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까지 꼬박 2주가 걸렸다고 했다.

“열 일 제쳐두고 부동산만 찾아다녔죠. 몸도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발품을 파는 것으로 전셋집을 얻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즐거운 고생이었어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거주하는 이영재(27·연세대 재학)씨 역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통해 집을 얻었다. 이씨는 당산동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학교까지 40분 거리인 신림역 인근 원룸에서 자취를 했다.

“전용면적 5평 남짓한 좁은 방이라 책상도 들여놓을 수 없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해야만 했어요. 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었죠.

북향이라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답답한 방이었지만, 한 달에 월세와 관리비로 44만원이나 들었어요.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선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죠.”


이씨는 지금까지 “부모님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 국가장학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 온 ‘개념 대학생’이다. 수업이 없는 날은 아르바이트에 매진해야 할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전세임대주택 입주로 ‘집세’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그는 “줄어든 집세만큼 아르바이트를 줄일 수 있으니 학업과 자기계발에 힘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 내 방, 내 책상에서 공부할 수 있으니 공부 시간도 늘어나고 학습 능률도 오를 것 같다”고 기뻐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이 두 학생들의 경우처럼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꿈같은 제도’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상자들 사이에선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세계약에 성공한 이영재씨와 김수진씨 역시 “전세로 나와 있는 매물 자체가 적었고, 간혹 있다 해도 부동산이나 집주인들에게 귀찮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매물이 은행대출 같은 ‘부채가 공시지가의 1백50퍼센트 이내’이고, ‘전용면적 40평방미터 이하’라는 자격 요건에 맞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또 설령 그러한 매물이 있다고 해도 권리분석 등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전세임대주택을 찾는 대학생들은 부동산중개업소의 ‘기피대상’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어렵게 찾은 집도 ‘임대신청, 권리분석, 승인’에 4~5일이 소요되다 보니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해버려 놓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LH공사가 매물의 부채규모를 ‘공시지가의 1백80퍼센트’로 기준을 완화하고, 전용면적을 50평방미터로 확장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다.

또한 지역본부별 주택물색팀, 권리확보팀, 계약체결팀 3개의 TF팀을 조직·운영해 학생들이 필요한 물건을 즉시 알선해주거나 권리분석을 통해 신속하게 계약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영재씨는 “많은 학생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보면 미리 예측 가능한 것들도 있다”며, “LH나 언론 모두 제도의 좋은 점만 부각해 학생들에게 장밋빛 꿈만 부풀려놓은 게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부동산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블로그 등을 통해 좀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뒀다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씨는 “앞으로 보완책이 나와야 하지만 문제보단 혜택이 단연 많은 제도”라고 강조한다.

“제출 서류가 복잡하고 막상 지원금을 받기가 어렵지만 전세목돈을 저금리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으니 무조건 간편한 절차만을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해를 거듭하면서 활성화되어 모든 대학생들이 김수진, 이영재씨처럼 행복한 주거공간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글·이윤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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