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복지가 이슈다. 선진국 수준으로의 무상복지 확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복지의 역사를 따져 본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않다.
영국은 16세기 빈민구제를 위한 ‘구빈법’을 만들어 복지국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조선시대에 구황청, 혜민국, 제생원 등 구휼기관을 두었다. <토정비결>을 지은 토정 이지함이 선조 때 아산 현감 시절 세운 ‘걸인청’은 일종의 ‘재활센터’ 역할을 했다.
6·25전쟁으로 인해 전쟁고아와 피란민 등 엄청난 복지수요가 발생했던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 수준’을 지향하며 복지제도의 틀을 다져왔다.
국제사회에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신한 첫번째 국가답게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완비에 소요된 기간(32년)도 미국(63년), 프랑스(60년), 독일(1백5년)에 비해 절대적으로 앞선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한국형 복지’를 표방해 왔다. 실질적인 자립과 재기를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정책들로, 든든학자금,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까지 든든학자금(2010년 도입)을 받은 사람은 23만3천명이다. ‘취업 후 상환’이란 파격적인 조건의 든든학자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2009년 첫 지점을 개설한 미소금융은 2010년 말까지 1백5개 지점이 문을 열어 1만3천5백75명에게 무담보신용대출로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창업컨설팅을 해주며 저소득층의 자활을 도왔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은 2009년 14만6천 호, 2010년 18만4천 호가 공급됐다. 오는 2018년까지 중소형 분양주택 70만 가구와 임대주택 80만 가구 등 총 1백50만 가구가 공급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뤄주게 된다.
보름달 뒤로 달의 이면이 있듯이 복지의 뒤편으로는 재정이란 이면이 있다.
복지수요 증가와 복지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2007~2011년)간 연평균 복지지출 증가율은 8.9퍼센트로 우리나라의 총지출 증가율(5.6퍼센트)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총지출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28퍼센트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증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중산층의 몰락, 분배구조 악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홀로 사는 노인 등 1인 가구의 복지수요가 가장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분배와 빈곤문제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꼽히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도 복병이다. 만 65세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2010년 현재 ‘한국 11퍼센트, OECD 평균 14.8퍼센트’ 수준. 하지만 2050년에는 ‘한국 38.2퍼센트, OECD 평균 25.7퍼센트’로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을 추월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복지지출 증가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GDP 대비 공공사회 복지지출은 우리나라가 8.3퍼센트(2005년 기준)인 반면 ▲미국 15.9퍼센트 ▲프랑스 29.2퍼센트 ▲영국 21.1퍼센트 ▲일본 18.6퍼센트 등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2003~2008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4.7퍼센트로, OECD
평균(4.5퍼센트)의 3배가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 굳이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지금의 복지제도가 그대로 유지되어도 고령화, 연금제도 성숙 등으로 인해 복지지출, 특히 공적연금 지출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2030년 미국 수준(GDP대비 15퍼센트) ▲2040년 일본 수준(18퍼센트) ▲2045년 OECD 평균 수준(20.6퍼센트) ▲2050년 21.6퍼센트로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저부담-저복지 지출’로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 온 우리나라는 향후 국민부담 증가 또는 재정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8천 달러였던 2006년을 기준으로 ▲국민부담률 25.7퍼센트(OECD 평균 36.8퍼센트) ▲공공사회복지지출 7.8퍼센트(OECD 평균 19.2퍼센트) ▲국가부채 27.9퍼센트(OECD 평균 54.7퍼센트) 등으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적게 내고 적게 받는’ 나라였다.
한국조세연구원은 “현 복지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낮은 국민부담률 역시 현재 상태로 간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10년의 36.1퍼센트에서 2050년 1백15.6퍼센트로 ‘1백퍼센트 채무국’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따라 한국조세연구원은 우리의 국가 채무를 2050년 60퍼센트 수준(EU 가이드라인)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민부담률을 ▲2010년 26.4퍼센트 ▲2035년 31.3퍼센트 ▲2045년 32.9퍼센트 ▲2050년 33.7퍼센트로 인상해야 한다고 권했다.
우리에게는 이 밖에도 ‘특수한 재정 부담’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 지출은 GDP 대비 2.5퍼센트(2010년)로 OECD 평균의 2배에 이른다.
통일비용도 유사시 우리 재정이 감당해야 할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추정하는 남북한 통일비용은 GDP의 12퍼센트에 이른다(2008년 기준).
기존의 복지제도 유지만으로도 국가재정은 큰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2차례 개혁을 거친 국민연금과 부과체계 개선이 요구 돼 온 건강보험도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다른 조언도 남아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송호신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최신호(2011년 1월호)에서 “지속적인 재정건전화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병행되면서 세수확대 등이 자연스럽게 병행돼야 한다”며 재정건전화에 세입세출 못지않게 경제성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수와 경제성장 없이 재정건전화도 없고, 재정지출, 복지지출 확대도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복지란 넉넉한 곳간 가꾸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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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