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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오바마는 우리 롤모델 꼭 한번 와주세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님! 저희 ‘오바마 스쿨’에 한번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다문화가정 자녀들인 우리는 회의를 열어 대통령님을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3월에 개교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지구촌국제학교는 한국과 가나,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몽골, 미얀마, 인도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 30여 명이 공부하고 있는 다문화 대안초등학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학교의 또 다른 이름이 ‘오바마 스쿨’이라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처럼 역경을 극복한 지도자로 길러내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지구촌국제학교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 편지는 학생회장인 황성연(11세) 군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혔다.

“오바마 대통령님과 저는 닮은 점이 많아요. 생긴 것도 비슷하고 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전 커서 오바마 대통령 같은 인물이 되고 싶어요.”




한국 이름을 가진 어린이가 오바마 대통령과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성연 군이 다문화가정 출신이기 때문이다. 황군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가나 출신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케냐 출신인 것과 비슷하다.

오바마는 소년 시절 그의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는 아픔을 겪었다. 성연 군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당하거나 고초를 겪은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황군은 우연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만화책을 읽으면서 인생의 롤모델을 찾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성연 군은 올해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되었다. 성연 군의 호소는 당당하고 명확했다.

“저도 커서 오바마 대통령 같은 인물이 되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을 동경하는 성연 군과 아이들은 소박하지만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을 지구촌국제학교에 초청하기로 한 것. 아이들의 뜻이 한데 모이자 김영석(65) 교장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도 도움을 주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어 편지로 고스란히 옮겨 적었고, 편지가 백악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편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백악관으로 바로 국제특송우편(EMS)을 통해 편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편지를 백악관으로 보냈다. 한 달 동안 정성을 다해 준비한 편지가 드디어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가는 데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편지를 보는 데 이틀, 다시 우리한테 오는 데 4일…. 지난달 28일에 편지를 보냈으니까 이제 곧 답장을 받을 수 있겠죠? 편지도 빨리 오고 오바마 대통령님도 어서 오셨으면 좋겠어요.”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성연 군은 주저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축구경기를 꼭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는다. 축구는 성연 군과 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다.

김영석 지구촌국제학교 교장은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혹은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소외되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큰 희망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며 “대통령께서 임기가 끝나기 전, 아니 끝난 후라도 한국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우리 학교를 방문해 ‘미래의 오바마’를 꿈꾸는 학생들을 격려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구촌국제학교는 이번 오바마 대통령 초청을 계기로 앞으로 후진타오 중국 주석,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 등 세계의 주요 인사들을 꾸준히 초청할 계획이다.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국제학교인 만큼 각자의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는 계기를 평등하게 나누어주겠다는 취지다.

이런 일들은 학교 이사장인 김해성(51) 목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 목사는 지구촌사랑나눔이라는 재단을 운영하며 ‘이주 노동자의 대부’로 불린다. 김 목사는 외국인노동자 전용 의원을 설립하고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20여 년간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 목사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가 하나 있다.

1996년 김 목사는 경기도 광주의 도로변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스리랑카 노동자 2명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 보살피고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 노동자가 스리랑카의 야당 국회의원인 작은 아버지를 소개했다.


이 야당 의원과 친분을 쌓게 된 김 목사는 2004년 말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로 가 한 달간 진료봉사를 했다. 그때 그 야당의원은 국무총리가 돼 있었고, 이후 그는 스리랑카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바로 라자팍세 대통령이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 헌신적으로 스리랑카를 도운김 목사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지난 2010년 9월 과천 서울대공원에 암수 코끼리 한 쌍과 1백50여 종의 동물을 선물했다. 이런 김목사의 헌신적인 봉사정신과 활발한 사회활동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용기백배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본보기다.

내년 3월 정식으로 대안학교 인가가 나면 지구촌국제학교는 ‘미래의 오바마’를 길러내는 데 더욱 힘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에 아이들은 정말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공을 찰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글·손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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