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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녹색성장 - 친환경 옷 입은 IT건물 '누리꿈스퀘어'


‘아침 햇살로 가로등을 밝히고, 거실엔 싱그러운 정원이 가득한 곳.’ TV에서 흘러나오는 아파트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누리꿈스퀘어’는 이 같은 행복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그린오피스’다.

정부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은 누리꿈스퀘어는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2007년 완공했다. 미국의 유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IT 비즈니스 허브를 목적으로 조성된 이곳에는 IT 관련 중소기업을 비롯해 이들을 지원하는 법률, 금융 관련 5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하지만 누리꿈스퀘어가 주목받는 것은 ‘IT의 메카’라는 점 외에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면서 반복적이고 영구적으로 재생이 가능한 대체에너지를 이용하는 ‘친환경 그린오피스’라는 점이다.




“친환경 그린오피스는 단순히 에너지 절약의 개념이 아닙니다. 화석원료가 아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리꿈스퀘어 운영단 건축담당 양기웅 수석은 에너지 절약보다 친환경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런 의미에서 누리꿈스퀘어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꿈스퀘어의 에너지 생산 시스템 중 가장 큰 특징은 땅속 지열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이 건물의 냉난방은 지하 200m까지 파내려간 지열배관을 통해 땅속에서 뽑아올리는 열기를 이용한다.

누리꿈스퀘어 운영단 설비담당 안지용 수석은 “지하 200m에 이르는 지하천공(파이프) 112개가 3000㎡ 면적의 건물 냉난방을 책임진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지상과 달리 땅속은 항상 15℃ 정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하 200m 깊이까지 파내려간 파이프를 통해 겨울엔 온기를 끌어올리고, 여름엔 열을 배출합니다.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평형’을 이루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죠. 지열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아 이산화탄소 발생이 제로(0)이며 태양이 멈춰버려 지구가 식지 않는 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땅속에서 뽑아올리는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므로 누리꿈스퀘어의 냉난방 시설은 사무실 바닥에 설치돼 있다. 일반 건물들의 냉난방이 천장을 비롯한 머리 위쪽에 설치된 것과 정반대다. 냉기와 온기가 바닥에서 나옴으로써 여름엔 천장에 설치된 조명기구에 먼저 빼앗기는 냉기를 잡을 수 있고, 겨울엔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오고 더운 공기가 올라가는 대류현상을 활발히 일으켜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태양이 뜨고 질 때까지, 태양의 위치에 따라 건물의 어느 부위가 어느 정도 덥고 추운지를 일일이 계산해 이에 맞게 냉난방을 공급하는 것도 누리꿈스퀘어의 특징이다. 이를 위해 한 층에 많게는 100개가 넘는 온도센서가 부착돼 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냉난방을 맞춤공급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했다. 빗물과 생활하수의 재활용도 누리꿈스퀘어가 자랑하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로서, 강원도는 요즘 오랜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받으며 고통받고 있다. 누리꿈스퀘어는 가까운 미래를 위해 대비해야 할 물 절약이라는 숙제에도 그 대안을 제시한다. 



 
안지용 수석은 “ 화장실 변기에 사용되는 물, 조경용수 등은 빗물과 재활용한 물(중수)을 이용한다”며 “이를 위해 빗물 400t을 받을 수 있는 우수조와 500t에 이르는 중수조가 있으며, 이 물들을 모으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열 역시 누리꿈스퀘어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누리꿈스퀘어의 옥상엔 다양한 모양을 한 태양열 집열판이 놓여 있다. ‘태양광 집광기’라고 불리는 이 설비는 자연 상태의 태양광선을 광섬유를 이용해 반사시켜 건물 실내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태양빛이 미치지 못하는 건물 속까지 ‘천연 태양광선’을 끌어들이는 셈이다.

누리꿈스퀘어는 각층 휴게실에 실내 정원을 꾸며 입주한 직원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도 맑은 공기와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른 대형 건물들의 실내정원과 다른 것은 이곳 정원이 태양광 집광기를 거쳐 천연 태양광선이 실내까지 들어와 식물들의 광합성에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옥상의 또 다른 설비인 ‘태양열 집열기’는 낮 동안 모은 태양열을 화장실 온수를 급탕하는 데 사용한다. 그리 큰 시설이 아닌데도 이 설비를 통해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센터 7층부터 16층, 판매시설까지 급탕을 공급한다. 석유나 가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열효율을 자랑한다. 이밖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통해 자체 생산한 전기는 24시간 내내 조명을 밝혀야 하는 지하주차장에 사용한다.

건물 앞 야외 정원의 가로수 역시 집열판을 달고 있는 태양광 가로수다. 낮 동안 모아놓은 태양에너지로 불을 밝힌다. 이외에도 건물의 모든 마감재를 페인트나 본드 등 독성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사용해 ‘새집 증후군’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렇듯 그린오피스는 인체친화적이며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간 건설업자들은 ‘친환경 건물’ 짓기를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친환경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아직도 설비 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이 높은 이유는 환경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보다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은 오랜 시간 꾸준한 투자 끝에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다. 현 정부 들어 녹색뉴딜정책 등 ‘친환경’과 ‘사업’을 연관시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반가운 일이다.

이산화탄소 종량제로 표현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곧 시행되면 친환경 건축 기술은 더욱 시급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를 위해 친환경 건물 기술개발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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