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090321호

“행정인턴제, 이런 점은 고쳐주세요”




“밥 좀 주세요!”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 기관 행정인턴 간담회. 34명의 인턴이 애로사항을 털어놓던 중 한 인턴이 내뱉은 이 말에 좌중엔 웃음이 번졌다. 이 말은 행정인턴의 경우 갑작스러운 야근에 대비한 수당이나 경비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저녁식사 식권’이라도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인턴들의 크고 작은 고충 가운데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은 “인턴들이 복사와 커피 심부름이나 하는 것으로 외부에 알려져 사기가 꺾인다”는 것이었다. 한국언론재단 행정인턴 박종필(27) 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턴이 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는 외부 인식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행정인턴을 ‘복사하는 사람’으로 묘사한 이후 행정인턴을 단순히‘공공의 심부름꾼’쯤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준비가 부족한 곳에서는 복사나 심부름 같은 잡무를 맡기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행정카페에는 “시청 행정인턴이지만 시에서 후원하는 단체에 배정받았고, 그곳 인원이 적다 보니 사무실에서 걸레질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대전시가 지난 2월 행정인턴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배치된 부서 내에서 전공지식이 요구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24.3%에 불과했으며 서류 정리, 자료 입력 등 업무보조적인 성격의 일을 하고 있다는 답변이 51.4%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도 발 빠른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 대전시는 설문조사 결과를 참조해 전공 및 자격증을 고려한 근무부서 이동 같은 행정인턴제도 보완책을 마련했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행정인턴들과 각 기관 인턴 운영담당자들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행정인턴십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 각 부처에 통보했다. 개선안에는 △행정인턴 채용 때 사전 집합 교육 의무화 △행정인턴 워크숍 정기화 △취업역량 강화 교육 등이 포함된다.

지난 2월 27일 <문화일보>의 ‘여론마당’에는 ‘공공기관 인턴제도,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키지 말라’는 제목으로 한 행정인턴의 글이 실렸다. 

“부산시청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각종 언론 등에서 인턴제도의 폐해에 대해 지적하자 평가절하하는 분들이 많아져 안타깝다. 그러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턴제도를 얘기하면서 단순히 업무 연관성이나 급여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

이 같은 글을 게재한 사람은 1월 15일부터 부산시청 시민봉사과 기록보존실에서 행정인턴으로 근무하는 이상협(31) 씨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이 씨는 “인턴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정규직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행정인턴의 경험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생각으로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서 행정인턴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과장돼서 떠도는 것이 무척 유감스러웠다”며 신문에 기고문을 게재한 이유를 밝힌 이 씨는 “언론에서도 너무 부정적 측면만 비추려들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러 인턴들에게 격려를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장에서 키워진 공직에 대한 호감도는 행정인턴들의 공직 진출 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행정안전부가 3월 12일 발표한 ‘행정인턴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행정인턴의 장래 취업 희망분야는 공무원이 39.1%로 가장 높았고 공사, 공기업, 교원 등을 포함한 공공분야가 58.4%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46개 중앙행정기관 서면조사와 24개 중앙·지방행정기관 현장조사를 통해 실시됐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3월 4일 정부중앙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인턴들과의 김밥간담회에서 인턴을 ‘인생의 터미널’로 비유하면서 “터미널에서 각자 목적지에 맞는 열차를 타고 떠나는 것처럼 빨리 열차를 타고 떠날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며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약속했다.

행정인턴들은 인턴 경험이 현실적으로 공채와 직결되기는 어렵지만 이 장관이 말한 ‘추천서’처럼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후속 조치들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3월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인턴 간담회에서 인턴회장으로 뽑힌 문화정책과 김재경(27) 씨는 “행정인턴은 정식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결속력은 다소 약하겠지만 우리끼리 인맥을 형성하고 ‘행정인턴 1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간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9일부터 인턴 근무를 시작한 김 씨는 현재 학예인력 전문 교육프로그램 제작과 학예인력 풀 제도 방안 제안 등 대학시절 전공인 박물관미술관학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는 “나중에 취직할 때 행정인턴이 하나의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 행정인턴 스스로도 노력하겠지만 제도적 뒷받침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행정인턴 경험이 향후 어떠한 직업군과 연계될 수 있는지, 또 행정인턴 경험을 우대하는 기업이 있는지 등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취업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 씨는 “행정인턴제가  2기, 3기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