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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시아 녹색원조, 한국이 이끈다




 

“꼬라오 도자기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남미 페루의 잉카 문명과 한국 도자기 기술이 만났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고대 잉카 제국의 중심지 페루 쿠스코 근처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세워진 ‘꼬라오 도자기 학교’가 그 값진 성과다.

주민 3천여 명이 감자 농사로 가난하게 살아오던 꼬라오 마을이 2004년 도자기 마을로 다시 태어난 것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과 노력 덕분이다. 잉카 유적지 근처에 위치했지만 별다른 관광수입이 없던 이 마을을 눈여겨본 KOICA 해외봉사단원이 고려청자 기술을 기반으로 잉카 문양이 들어간 전통 그릇 만드는 법을 알렸다.

물이 새거나 강도가 약해 잘 깨지던 현지 도자기의 품질은 금세 높아졌고 꼬라오 마을의 도자기는 유명 관광기념품이 됐다. 마을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5배 이상 올랐다.
 

필리핀에서는 ‘KOICA 쌀’이 최고급 쌀로 인정받는다. 2006년 필리핀 마닐라 외곽 오로라주에 KOICA가 한국형 미곡종합처리장(RPC)을 건설해 품질이 우수한 쌀을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자진해서 ‘KOICA 쌀’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필리핀 오로라주 RPC는 생산된 벼의 손실률을 줄여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쌀 품질을 높이는 대책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KOICA에 필리핀 주요 곡창지역 4곳에 추가로 RPC를 건립해달라고 요청했고, 2012년까지 1천3백만 달러를 투입하는 한국형 RPC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KOICA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 곳곳에 나눔의 발자국을 찍고 있다. 페루 도자기 학교, 필리핀 KOICA 쌀은 1991년 창립 이후 계속돼온 KOICA 봉사활동의 단적인 예다.

지난해 펴낸 <지구촌에 새긴 KOICA의 발자국>이란 1천 쪽 분량의 두꺼운 책을 펼치면 KOICA가 18년간(2009년 기준) 70 여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4백95개 사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무상원조 역사서나 다름없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원조공여국’의 길을 걷게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1945년부터 50년간 2백3억 달러의 원조 수여가 밑바탕이 됐다. 물론 우리나라가 받은 무상원조의 70퍼센트가 광복 때부터 1960년 사이에 이뤄졌고 유상원조가 대부분이었지만 세계 각국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상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구촌 모두가 우리나라의 DAC 가입을 환영했던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딛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데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연이어 겪고 1960년대부터 경제발전을 추진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치러내고 DAC 가입까지 하게 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DAC 가입으로 우리나라의 해외 원조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창립 이후 지속적인 글로벌 나눔활동을 펼쳐온 대외 무상원조기관 KOICA의 활동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KOICA는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증진, 유엔 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 빈곤퇴치 등을 비전으로 8가지 사업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성장 및 빈곤 퇴치의 기본조건인 교육 ▲산모 및 영·유아 사망률을 줄이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보건의료 ▲정부의 책임성과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하는 행정제도 ▲농촌지역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농촌 개발 ▲정보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 정보통신 ▲환경오염 관리능력 강화를 위한 환경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 산업에너지 등 7개 분야 ▲저탄소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대응 분야의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 등이다.







 

특히 EACP는 지구촌 환경오염을 막는 녹색기술을 알리는 녹색원조의 일환으로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돕고 있다. 이렇듯 8개 사업 분야와 관련된 1백70개 프로젝트가 50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로써 KOICA 출범 당시 1백74억원에 머물렀던 무상원조 규모는 올해 4천3백억원으로 늘었다.

KOICA는 국내 청·장년 인력을 개도국에 파견해 나눔정신도 실현하고 있다. 1990년 아시아 4개국 44명으로 시작한 해외봉사단은 현재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포함한 45개국 1천7백여 명으로 늘었다. 43개국에 위치한 KOICA 해외사무소에 파견된 68명의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당 국가에 적합한 개발원조 지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율을 0.25퍼센트로 높이면 늘어나는 무상원조 규모만큼 개발 원조를 주도해온 KOICA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KOICA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KOICA ODA 교육원을 개소했다. 그동안 KOICA가 축적해온 수많은 개발협력 사례와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형 ODA 기반을 구축하고 전문가 양성이 가능해져 원조공여국으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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