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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우리나라가 주도한 ‘개발 의제’의 성과입니다.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성장 잠재력과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서울 개발 컨센서스’를 이끌어낸 것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의 당연한 의무였습니다.”

박대원(63)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G20 정상회의 개최로 우리나라가 ‘원조(援助)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거듭났다.

박 이사장은 “한국형 원조는 ‘실현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 개도국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경제국에서 추진하는 개발협력 사업의 모델이 경제발전의 기틀이 없는 개도국에 긍정적인 원조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의자 옆에 놓인 지구본을 둘러보며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처럼 반세기 만에 우뚝 선 국가는 없다”며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희망의 등대”라고 말했다.

2008년 개도국 봉사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지원 등을 주로 하는 대외 무상원조기관인 KOICA에 취임한 박 이사장은 이전까지 33년간 외교관 생활을 했다.
 

그중 알제리 대사 재임 시절 펴낸 <알제리 2028, 부자 나라 부자 국민>(2005)은 그의 원조 전문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은 알제리가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고 국가기간시설을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알제리 정부는 박 이사장의 조언대로 국가기간시설을 확충하는 등 지중해의 1등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폭넓은 해외무대 경험을 토대로 박 이사장은 한국형 원조의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6·25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농촌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일어서기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개도국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필수요건이었던 농촌 소득증대와 교육기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캄퐁참도 바테이군의 농촌종합개발사업과 라오스 교과서 지원사업 등이 한국형 원조의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정 시스템 개선, 직업교육시설 확충, 보건의료체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11월 16일 방한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만난 소감을 밝히면서 “그동안 페루 수도 리마의 빈민가 산모병원을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시설 건립과 농업기술 이전 등에 무상원조를 해왔다”며 “페루에서는 이제 ‘꼬레아’ 하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KOICA 제1수칙인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원조’처럼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그대로 전하니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드높이게 된 뿌듯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이제 기존 무상원조의 범위를 뛰어넘어 한국형 원조의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 환경오염을 막고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녹색원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작한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EACP)’이 그 예다.








 

박 이사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지원을 집중해 고통 받는 개도국의 피해를 줄이고 개발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며 “특히 최근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해 기후변화로 몸살을 심하게 앓는 아시아지역을 그 대상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지원은 국제적 추세다. DAC 회원국 중 기후변화 대응 개발원조 비중은 전체 공적개발원조(ODA) 중 최대 11퍼센트에서 최소 2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는 일본(11.3퍼센트), 덴마크(11.2퍼센트)에 이어 세 번째(11퍼센트)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2012년까지 2천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EACP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경제발전을 이루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농촌 소득증대에 영향을 끼치는 농촌개발사업의 물 관리 분야만이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 분야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 친환경 녹색기술을 전파한다. 그는 “EACP와 같은 녹색원조 모델이 지속돼 개도국이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원조 관련 세계 최대 규모 회의인 제4차 원조효과 고위급회의(HLF-4)가 열린다.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이슈를 논의하는 장(場)으로 우리나라 원조의 강점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원조공여국으로 더욱 발돋움하기 위해선 개발원조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수가 세계 3위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국제원조를 지원하는 개발원조 전문가는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외봉사 경험을 살리고 이론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해 블루오션인 개발원조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사는 지혜’를 알리고 싶습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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