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우리 정부 중재로 미국과 중국이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던 ‘환율전쟁’의 불길이 잡혔다.
10월 22, 23일 이틀간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는 이에 따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가는 길목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환율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Market Determined Exchange Rate System) 이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6퍼센트 포인트 이상 신흥개도국 이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명서(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지난 9월 말부터 급부상한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 문제는 우리나라가 마련한 ‘경상수지 목표제’라는 중재안을 바탕으로 미국이 위안화 절상 요구에서 벗어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자”고 주장했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급진전했다.
미국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위안화 절상 요구 대신 경상수지 목표제를 주장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냈고, 대신 IMF 지분 약 1퍼센트 포인트를 양보해 중국이 2퍼센트 포인트 이상 지분을 더 가져가도록 하는 발판이 돼줬다. 중국은 이에 따라 국제경제 무대에서 발언권이 더 커지게 됐다.
![]()
미국과 중국 간 환율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G20 재무장관들은 ‘시장 결정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시장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어졌고, 최근 ‘슈퍼 엔고’ 현상으로 인해 외환시장 개입 여지가 많은 일본도 공개적으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어려워졌다.
G20 재무장관들은 또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을 정하는 ‘경상수지 목표제’ 개념을 G20 성명서에 처음 포함시킨 것이며, 이에 따라 환율 문제는 경상수지 규모에 따라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이들은 이와 함께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간에 의견이 맞섰던 IMF 지분을 2012년 IMF 연차총회 때까지 신흥개도국으로 6퍼센트 포인트 이상 넘기기로 했으며, 24명의 이사 중 유럽 이사 2명을 줄이고 신흥개도국 이사를 늘리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IMF 지분 5퍼센트 포인트 이상 이전’에 합의했던 것에서 1퍼센트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번 성명서에는 또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워킹그룹의 작업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고 우리가 주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이슈에 대한 항목이 들어가는 등 G20를 배경으로 그동안 우리 정부가 벌여온 노력이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각국이 이번 ‘경주 코뮈니케’를 둘러싸고 자국의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경주 합의의 핵심인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는 외국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 변경 여지를 줄여 원화 안정성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또 ‘환율과 자본 이동의 과도한 변동성 완화’ 합의는 흔히 ‘핫머니’라 불리는 단기자본 유출입을 억제하고 정부가 논의해온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경상수지 목표제’ 역시 일단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대체로 불균형을 가르는 기준점으로 논의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퍼센트’ 범위 안에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밖에도 IMF의 신흥국 지분율 상승도 국제경제 무대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이번 경주 성명서에 비즈니스 서밋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이슈 등 우리나라 주도의 사안들이 포함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효과를 미리 맛보고 있는 셈이다.
![]()
실제로 경주 성명서 발표로 ‘달러 약세, 신흥국 통화 강세’로 환율 방향성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글로벌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다시 신흥국 시장으로 몰려 경주 회의 이후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2년 10개월 만에 1900대로 복귀했으며 10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1919.42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다.
마지막 관문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정상들이 IMF 지분 조정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경상수지 목표제’도 과도한 불균형의 기준이 될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또 ‘시장 결정적 환율제’ 이행도 모두가 무시하면 환율전쟁이 재연될 것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는 G20 회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에 따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최대한 많은 나라의 지지를 얻어내 의장국으로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울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막판 조율과 설득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25일 경주회의 성과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솝 우화의 예를 들어 “알이 깨지기 전에 병아리를 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겨우 큰 산을 하나 넘은 심정이다. 아직도 수심과 강폭을 예상 못할 큰 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긴장해달라”고 당부했다.
글·박경아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