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민간기업들은 청년인턴 고용으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30대 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28%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임직원 급여 삭감분을 재원으로 하는 인턴 채용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3월 들어 발표되기 시작한 주요 그룹들의 채용 규모를 보면 경기침체 영향으로 정규직 채용이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청년인턴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확대되고 있다. 3월 둘째 주까지 삼성, SK, 포스코, 현대·기아차, KT, 롯데, LG, 한화 등 30대 그룹에서 나온 인턴 채용 계획은 9000명 선에 이르며 여타 기업까지 합하면 민간기업의 청년인턴 채용 규모는 1만6000명을 넘는다. 금융권도 전체 인력의 2.8%인 6600여 명을 인턴으로 뽑는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간기업과 금융권 가운데 청년인턴 채용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과 우리금융그룹이다.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5500명을 채용하고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청년인턴 2000명을 선발한다. 우리금융그룹은 2000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한다.
SK그룹의 경우 일반사무, 마케팅, 생산기술, 정보통신 등의 부문에서 ‘상생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 SK는 임원들의 임금을 줄여 올해 인턴 일자리 1800개를 마련하고, 청년 구직자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청년인턴을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 인턴으로 활용키로 했다.
포스코는 상하반기 각 800명씩, 올해 모두 1600명의 인턴을 뽑을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100억원의 비용은 임원 보수 반납분과 신입직원 초임 삭감분으로 충당한다.
KT도 대졸 인턴사원 1400명을 고용하며 현대·기아차그룹과 하나은행도 각각 대졸 인턴사원 1000명을 채용한다. 롯데그룹은 인턴 700명과 대졸신입 15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롯데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턴과 대졸사원 공채 예정 규모를 지난해보다 각각 500명과 100명 늘렸다.
민간기업의 청년인턴이 청년 구직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보니 인턴으로 가는 관문 통과가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3일 끝난 우리은행 인턴 선발에는 300명 모집에 3300여명이 지원해 1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인턴 선발에도 4000여 명이 몰려 2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년인턴이 채용과 직결되는 기업들의 경우 100 대 1을 훌쩍 뛰어넘어 정규직 취업 경쟁률과 맞먹는다.
채용이 전제조건으로 내걸리면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채용이 전제되지 않은 청년인턴도 대기업에서의 인턴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되고 업무교육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청년실업률이 8%를 넘는 팍팍한 현실도 청년인턴 채용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금융권이나 민간기업 인턴의 근무기간은 3~6개월이 대부분으로 평균 10개월가량인 공공부문 인턴보다 짧고 보수는 월 100만원 안팎이다. 게다가 최근 민간기업들의 청년인턴 채용 발표가 이어지면서 젊은이들이 원하는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대신 임시방편 격인 청년인턴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해 지난 2월 16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지난해보다 14.1% 줄어든 반면 인턴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인턴 양극화 현상도 지적된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이나 대형 은행, 정부 부처에는 인턴이 몰리지만 지방 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기존의 인력난에다 청년인턴 인력마저 넉넉지 못하다.
취업포털 커리어 이인희 홍보팀장은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 청년인턴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지만 실제로 청년인턴제의 공과를 평가하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본다”며 “일반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의외로 인턴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대졸자 인턴제가 있어왔지만 이젠 정부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데다 중소기업의 경우 모자라는 인력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청년인턴 제도를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청년인턴 제도를 통해 정규직원을 채용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팀장은 “물론 지금의 청년인턴 제도가 ‘사회생활 맛보기’라는 인턴의 본질에서 벗어나 ‘단기계약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취업시장 트렌드가 대졸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운영하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지금의 청년인턴 제도는 충분히 존재 의의가 있다”며 “남은 과제는 청년인턴들 스스로 인턴 생활을 충분히 활용해 경력을 쌓고, 인턴생활 중에도 꾸준히 구직활동을 벌여 인턴생활을 피할 수 없다면 이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경련 고용이 노사정책팀장은 “취업과 연결되지 않은 청년인턴은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일반 기업의 정규직 채용에 있어 첫 번째 스펙이 ‘커리어’, 즉 경력이므로 체계가 잘 잡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인턴 과정을 결코 시간 낭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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