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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308호

기고 - 박진혁 한국수자원공사 책임연구원




우리나라는 동고서저의 지형학적 요인과 기상수문학적 요인으로 홍수와 가뭄 등 수재에 아주 취약하다. 지형학적으로는 전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여서 대부분의 하천은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하다. 이 때문에 하천수가 바다로 빨리 빠져나가 물을 확보하고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수문학(水文學)적 요인으로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에 따른 장마와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 집중호우에 의해 홍수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전체 호우의 약 85%가 6~9월 홍수기에 집중된다. 연도별로는 614mm에서 2300mm까지 강수량의 변화폭이 커서 가뭄과 홍수관리에 취약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토사유출도 심해 하상퇴적이 하천의 통수단면 저하를 초래해 풍수해 피해를 가중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후 및 지형적 영향으로 해마다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엔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물 부족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 없이 수돗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물은 아껴 써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희박하다. 이는 ‘물은 곧 에너지’라는 경제재로서의 물에 대한 이해부족 탓일 수도 있고, 댐을 건설하고 수도시설을 확충하는 수자원 시설이 앞서 투자돼 평소에 물 부족을 느낄 수 없게 됐거나 물값이 너무 저렴해 일상생활에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여건의 탓이 아닌가 한다.

가뭄 등 물 부족으로 생기는 사회적 피해는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뿐만 아니라 질병의 증가, 사회불안 등이 있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수질오염 심화에 따른 처리비의 증가, 농작물의 수확 감소, 생산중단에 의한 손실과 그에 따라 빚어지는 물가상승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다른 관련 산업으로 파급되어 물 부족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국가경쟁력의 전반적인 약화로 그 범위가 퍼져나갈 수 있다. 

과거 기록을 분석해보면 가뭄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수자원의 편중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뭄재해에 대한 취약성은 갈수록 증가해 물 문제는 더욱 심각한 국면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의 관점에서 가뭄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가뭄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대책으로는 가뭄 때 기존 댐과 저수지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용수공급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저수지 용도를 필요에 따라 전환해 물 사용을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물 소비활동의 억제와 제한급수, 절수시책의 홍보 및 교육방안 등을 강구해볼 수 있다.



중장기 가뭄대책으로는 늘어나는 물 수요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수자원을 저장하는 시설물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일목적 댐보다는 다목적댐을, 대규모 댐보다는 중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이 긴요하다. 댐 건설에 따른 지역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국지적 가뭄에 대응해 중소권역별로 수자원시설을 확충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적 가뭄극복을 위해서는 광역상수도 건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광역상수도를 연결하는 방안도 확대해야 한다. 지형여건상 수자원시설 입지가 나쁜 지역은 기존의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나 댐 등을 연결해 이용하고 이들을 대하천이나 대규모 댐과 연결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물 부족에 따른 신규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 등 수자원 정책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사회 각계의 의견차이로 유발되는 비용손실이 크다. 하지만 대립적인 의견을 지녔다 하더라도 물의 절대적인 소중함과 미래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수자원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견이 달라도 서로 물에 관한 한 같은 운명과 목표를 지녔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라도 빨리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야겠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물 부족과 가뭄재해를 슬기롭게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물 관리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가뭄극복은 관련기관만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 정부 관련부처, 주민이 긴밀히 협조하고 동참함으로써 가뭄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가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공의 열쇠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모두 물을 아껴 쓰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서로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마음, 적극적으로 가뭄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필수적이다.

사람은 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시련이 아닌 선물로 만드는 일은 신의 영역이라기보다 사람의 몫이다. 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안전하고 풍요롭고 건강한 세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글·박진혁 한국수자원공사 K-WATER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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