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초등학교 2학년인 민규(서울 중구 신당동)는 요즘 도서관에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동화책은 물론 위인전, 학습서, 심지어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온갖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엄마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고집스럽게 매달리던 컴퓨터 게임과 TV는 이제 뒷전이다. 비단 민규뿐만이 아니다. 민규의 친구들도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책과 친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4월 중구구립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도서관이 개관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영화를 보며 문화 갈증을 해소한다. 서울시 중구구립도서관 이석용 관장은 “비록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지만 개관 1년도 안 돼 많은 주민들이 찾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무엇보다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서관 건립 의미는 각별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1월 6일 발표한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2009’에 따르면, 올해에만 전국에 공공도서관 63개와 작은 도서관 119개가 새롭게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도서관과 문고형 도서관을 제외한 숫자다.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은 25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시·도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도서관 서비스의 선진화를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 △도서관·정보 인프라의 고도화로 국가 지식경쟁력 강화 △유비쿼터스 미래형 도서관의 조성 등 3대 과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열람실 중심의 단편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주민에게 다가서는 생활 속 도서관으로의 재탄생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 2007년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607개로 한 곳당 인구수는 무려 8만 1168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9198개, 프랑스 4319개, 영국 4549개, 일본 3111개, 독일 1만 339개로 우리나라보다 5~17배 많다. 도서관 한 곳당 인구수 역시 미국 3만 2550명, 프랑스 1만 4077명, 영국 1만 3158명, 일본 4만 1144명, 독일 7980명으로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올해 63개 공공도서관 개관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공공도서관 수를 9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공공도서관 한 곳당 인구수는 5만여 명으로 크게 줄어든다.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에는 다양한 도서관 건립 및 운영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소외계층을 위한 도서관들. 교도소도서관을 활용해 수형자를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책읽기와 치료적 글쓰기를 통해 억압된 마음의 상처를 확인하고, 이를 치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올해는 전국 47개 교정기관을 대상으로 20명씩, 약 940명의 프로그램 이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인이 밀집한 지역의 2개 도서관을 선정해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를 실시한다.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언어소통을 돕는 한편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충격 해소,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등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각장애 대학생의 학습을 돕기 위한 점자·녹음도서의 제작 등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도 크게 개선할 계획이다.
환경, 농학, 과학기술 등 전문 도서관 건립도 이번 계획에 들어 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국가 환경도서관의 경우 올해 세부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한 뒤 2013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국립농학도서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단을 올해 구성하고 건립에 관한 연구용역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밖에 교육과학기술부도 국가과학기술도서관 센터 건립을 위한 연구에 첫발을 내디딘다.
올해의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시행에는 국비 1602억 원, 지방비 3160억 원, 민간 666억 원 등 총 5428억 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도서관 확충과 문화 프로그램 활성화, 장서 확충, 어린이 서비스 확대 등을 주내용으로 한 도서관 접근성 향상 및 서비스 환경 개선에 4354억 원, 학교도서관 인프라 확충 등에 343억 원,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116억 원을 쓸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과 차성종 사무관은 “도서관 확충에는 국비가 일부 지원되지만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도서관 건립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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