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변화’를 내걸고 백악관에 입성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업계를 향해서도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1월 26일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 개발을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전면 뒤집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020년까지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비가 갤런(3.79ℓ)당 35마일(56.3㎞)에 이르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을 교통부에 요구했다. 이는 ℓ당 14.9㎞다. 오바마는 이날 “지구온난화 방지에 미국이 늑장을 부리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미래에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오바마의 환경정책에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아남으려고 구조조정에 나선 자동차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환경정책은 이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도 그린 카(Green Car·친환경차)를 외면할 수 없다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의 환경정책은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그야말로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나라는 그린 카 선진국은 아니지만 노력하기에 따라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린 카 강국은 일본이다. 현재 상용화돼 있는 그린 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유일한데 그것의 개발 및 상용화를 이끌어온 곳은 일본 업체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란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 자동차. 시동은 모터 구동으로 걸고, 일반 주행은 내연기관을 이용한다. 또 가속이나 등판 때는 부족한 엔진 출력을 모터가 지원한다. 특히 정지했을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아이들 스톱(Idle Stop) 시스템으로 연비를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7년 전 세계 하이브리드 차 판매 대수는 51만 8000대 수준. 이는 그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6935만 2000대의 0.7%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고작 4.8% 증가한 반면 하이브리드 차는 같은 기간에 무려 35%의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고유가 영향으로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도요타의 위상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도요타 프리우스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50%가 증가한 28만 대로, 전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의 54%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역시 도요타의 캠리가 5만 4000대 팔렸고, 혼다 시빅(5만 2000대)이 뒤를 잇고 있다. 도요타는 2010년 하이브리드 차 연간 판매 목표를 100만 대로 잡고 있다.

프리우스가 이처럼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캠리나 시빅이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 파생된 데 반해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로 출시됐다. 특히 2004년 연비와 성능을 개선한 2세대 프리우스가 출시되면서 판매가 본격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일환으로 그린 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어서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

현 정부 들어 그린 카 개발 사업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중 한국을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07년 656대였던 국내 하이브리드 차 생산 규모를 2012년까지 3만 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7월쯤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 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세계 최초의 LPG 하이브리드 차”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를 바꿔 말하면 LPG 하이브리드 차는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기본적으로 LPG 엔진은 글로벌 시장에선 통하지 않아 내수용으로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LPG 하이브리드 차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기술은 도요타가 대부분의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탓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LPG 하이브리드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나서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이처럼 그린 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자동차에 닥친 커다란 도전 때문이다. 바로 안전과 환경 문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자동차 선진국은 두 분야에서 점점 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동차를 판매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린 카 개발은 모든 자동차 업체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상원 연구위원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환경 문제보다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점이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린 카 개발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과연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된 저력을 그린 카 개발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글·윤영호 신동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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