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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인터뷰 - 이어령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우리 민족은 생활 속에서 예술교육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다듬이 소리에 리듬을 익혔고, 병풍 속에서 아름다운 회화를 보고 자랐어요. 아가는 첫 돌상에 올려놓은 돈, 쌀, 책에서 조형물과 만나고 자기 운명까지 움켜쥐지 않았습니까. 처마 끝 풍경(風磬)은 또 어떻습니까. 바다에서 헤엄칠 물고기가 풍경에 매달려 하늘의 구름 속을 날아다녀요. 이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교육이 또 어디 있습니까.”

지난 5월 13일 만난 이어령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은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5월 25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한국인의 생활문화에 흐르는 예술교육의 ‘진주’를 캐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입혀 세계인들에게 내놓을 구상에 신이 나 있기 때문이다. 대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생명력을 불어넣을 ‘디지로그’ 축제 한마당이다.

이 위원장은 대회가 세계 최초의 4D 홀로그램 공연과 ‘빨래터’ 설치미술 등으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가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예술은 사회성을, 교육은 창의성을’이 이번 대회의 슬로건입니다.
예술은 사회 덕을 보고, 교육은 예술의 덕을 보자… 이런 뜻입니다. 알다시피 많은 예술가들이 소위 말하는 ‘범생’은 아니잖아요. 개성을 중시하다 보니 사회성과 보편성은 뒤떨어집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예술가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 또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꿈을 어떻게 사회의 원동력으로 녹일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둘째는 이제 ‘교육도 튀어야 한다’는 테제입니다. 주입식 교육을 그만두고,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내 창조적 인간으로 기르자는 겁니다. 나라마다 문화나 예술교육 방식은 다르지만, 이런 고민은 전 세계가 공감할 밖에요.

 

문화예술교육이 왜 중요합니까.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아이패드로 전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 즉 ‘예술이 밥 먹여주는 시대’니까요. 불경기가 되면 맨 먼저 예술교육 예산부터 줄이고, 예술행사에 쓰는 돈을 못마땅해하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스티브 잡스가 못 나와요.
예술은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가르치는 ‘팩트’에 머무는 저급한 리얼리즘이 아니라,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되고, 펭귄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 상상력이 마구 피어나는 창조적 인간을 길러내야죠. 미술, 음악만이 아니라 모든 과목을 창조적 상상력으로 버무려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가능합니다.

 

본회의장에 선보일 ‘빨래터’ 설치미술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본회의장 자체가 예술교육의 축제마당이 될 겁니다. 관람객들은 입구부터 2천10벌의 티셔츠가 양편에 빨래처럼 널린 ‘빨래터’를 거쳐 무대로 향합니다. 전 세계 청년들이 좋아하는 ‘Dream’이니 ‘I♡NY’이니 하는 문구가 그 나라 글자로 찍힌 티셔츠는 단순한 의상이 아니라 ‘내 몸이 미디어’라는 청년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이죠.
그럼 왜 빨래터냐. 빨래터는 정화(카타르시스)의 장소를 상징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인간이 정화를 체험하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비유예요. 대회 마지막 날에는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경매하고 수익금을 아이티 난민들에게 기부하려고 합니다. 지진으로 찢어진 난민들의 티셔츠를 대신하는 거죠. 이렇게 여운이 남는 게 예술교육의 재미고 감동 아닙니까.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4D 홀로그램 공연이 궁금합니다.
제 인사말 순서부터가 홀로그램 공연입니다. 실물인지 가상인지 몰라 사람들이 어, 이상하다 할 겁니다. 다음 홀로그램 공연 제목은 ‘서울 무지개’입니다.
왜 무지개냐. 비가 오면 무지개가 생깁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 테러 때문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마치 비가 무지개를 만들듯 세계인들의 눈물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형상화하자는 거죠. 가야금 반주에 따라 2천10가지 홀로그램 색깔로 하늘엔 새가 날고, 땅에는 꽃이 피고, 바다에는 물고기가 헤엄쳐 다닙니다.
아이티 지진 장면 영상이 뜨고 ‘그들은 신발을 잃었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시가 흐르다가 새가 춤을 추며 꽃이 되고, 물고기가 되는 ‘순환’을 보여줍니다. 아이티의 눈물방울이 꽃이 되고 새가 돼요. 고통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이 바로 감동이고 예술 아닙니까.
공연 마지막의 ‘화룡정점’은 비밀에 부쳐두죠. 이 공연을 위해 가야금 명인 황병기, 판소리 명창 안숙선, 사물놀이 김덕수, 안무가 국수호처럼 한국 최고의 인간문화재들이 모였습니다.

 

서울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G20 정상회의에 앞서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을 세계에 알릴 기회입니다. 나라 안팎에서 한국인의 마음과 머릿속에 흐르는 ‘문화의 광맥’에 관심을 갖게 되고, ‘창조교육’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회가 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사람도 ‘봉 상스(Bon Sense·품위, 양식)’가 중요하듯 한 나라의 품격도 내놓을 만해야 하는데, 대회가 성공하면 자연히 국가의 품격도 올라가겠죠.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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