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화투를 치는 할머니들을 촬영할 때였다.
“아니, 놀면서 한다더만 다들 돈 따려고 눈이 뻘게져 있구만, 뭐.”
옆에서 다른 할머니가 거들었다.
“눈이 빨갛긴 뭐이 빨개. 화투 등짝이 빨갛지.”
대본에 없는 즉흥 대사가 튀어나왔다. 영화를 보던 냇강마을 주민들이 와락 웃음을 터뜨린다. 영화가 상영되는 90분 동안 감초처럼 등장하는 기발한 대사들에선 노인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묻어난다.
지난해 12월 22일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 냇강마을에서 열린 영화 <살아가는 기적> 시사회에는 냇강마을 주민 1백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70, 80대 노인들을 주축으로 영화배우로 출연한 냇강마을 주민들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할머니들의 ‘다듬이 난타공연’도 펼쳐졌다. 70세 이상 주민들이 마을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 출간한 <마을 자서전>의 출판 기념회도 열렸다.
영화 <살아가는 기적>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농촌체험마을과 같은 행사에서도 뒷전이던 노인들을 주연배우로 발탁해 산촌마을의 삶을 다큐멘터리에 담기로 한 것이다. ‘마을 영화’ 전문 독립영화 제작사 ‘창시’가 제작을 맡고 신지승(47), 이은경(41) 부부 감독이 연출했다.
2009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촬영한 이 영화에는 주민들이 6·25전쟁부터 현재까지 겪은 삶의 아픔이 담담하게 들어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은 삶의 ‘관객’에서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5월 13일 오후 4시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 지하 1층 연습실이 왁자하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박성호 씨 주변을 여러 단원들이 에워쌌다.
그동안 23명의 지적장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 드리는 모습에 선생님도, 학부모도, 사회복지사도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2006년 3월 우리나라 최초로 창단된 지적장애아들의 악단이다. 관악단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가 출범한 지 4년째. 올해는 현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을 모아 ‘하트-하트 심포니’도 창단했다.
지적장애아는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처럼 신체발달은 정상이지만, 지적 능력은 어른이 돼도 3~6세에 불과하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걸 힘들어한다. 악보를 읽고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얼마만한 연습이 필요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국내 연주회는 물론 해외 순회공연까지 너끈하게 치렀다. 2006년 첫해 3회 공연, 2007년 14회 공연, 2008년 18회 공연 등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4월 중순에 다녀온 중국 3개 도시 순회공연에서는 단원들이 한류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은 모두 30명. 주로 10대지만 창단 때부터 활동한 은성호 씨 같은 27세 만년 소년도 있다. 클라리넷 주자인 은 씨는 선진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이들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장애인과 달리 음악 영재들이 아니다.
이은실 사회복지사는 “지적장애아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게 오케스트라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글·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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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