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8명(2008년)으로 일본 0.9명, 영국 1.0명, 미국 1.7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6명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정체 등으로 야기되는 교통혼잡 비용이 25조8천억원(200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3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통 부문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온실가스 주범의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교통 부문의 78.8퍼센트를 차지한다.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평균 약 5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부과액도 연간 6천2백억원에 이른다. 도로교통공단이 2008년 서울 등 10개 도시 운전자 3백명을 조사한 결과 운전자 1인이 1년간 평균 20.3회 정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잦은 교통법규 위반은 전반적인 법질서 경시 풍조를 초래하고 사회적 신뢰 형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높은 교통사고율, 과다한 혼잡비용, 온실가스 과다 배출, 빈번한 법규 위반의 주요 원인으로 교통신호 및 도로운영체계가 불합리하고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경찰청 교통운영계 조재형 경감은 “빈협약 등 국제 표준과 상이한 현행 교통운영체계가 교통질서 훼손의 원인을 제공하고 국제화를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다. 또한 복잡한 신호 순서 때문에 신호에 대한 집중력이 분산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청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부터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거쳐 2009년 7월 1일부터 신호 및 도로운영 등 교통체계를 국제 표준에 맞게 개선해왔다.
교통체계 개편은 총 19개 과제로 점멸 신호 및 비보호 좌회전 확대, 회전교차로 보급 확대 등 경직적인 신호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1단계로 2009년 7월부터 점멸 신호 확대 등 4개 과제가 실시된 데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2단계로 우측보행 원칙 확립 등 9개 과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3단계 과제는 직진 우선의 신호원칙 확립, 비보호 좌회전 단계적 확대, 적색 신호 시 우회전 허용 선별 제한, 신호운영 탄력화 및 교통안전시설 정비 확충, 지정차로제 개선 및 준수 강화, 보행자 및 자전거 안전 강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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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심재연 경위는 “시행 중인 1, 2단계 과제들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안정적인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경찰청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정도의 짧은 시행 기간에도 불구하고 8대 도시 평균주행속도는 실시 전인 1분기 시속 32.5킬로미터이던 것이 실시 후인 3분기엔 34.1킬로미터로 4.7퍼센트 향상됐고 교차로 교통사고도 12.3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올해 우리나라 교통체계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5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3단계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5대 중점과제는 다음과 같다. △직진 우선 신호원칙 확립 △비보호 좌회전 확대 △회전교차로 보급 확대 △지정차로 주행 확립 △교차로 꼬리물기 근절 등으로 이미 시행됐던 교통 운영 선진화 방안 1, 2단계나 올해 시행되고 있는 3단계 과제와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3단계 과제 중 하나인 ‘직진 우선 신호원칙 확립’은 선행 좌회전으로 운영되는 교차로 신호를 ‘선행 직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사업대상 교차로 수가 많아 빠른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개선하긴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오는 3월까지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2단계 과제로 이미 시행 중인 ‘비보호 좌회전 확대’는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시행 초기 교통사고 증가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도로 소통 개선의 효과가 커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왔다. 오는 6월까지 교차로 내 좌회전 대기차로(Extended Bay)를 도입하고 교통사고 예방 대책을 병행 추진해 보다 전폭적으로 녹색신호에 좌회전을 허용하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역시 2단계에서 추진됐던 ‘회전교차로 보급’과 ‘지정차로 주행확립’도 확대된다. 회전교차로 보급을 위해 지난해 권역별 설명회를 추진, 녹색교통을 선도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지자체나 시민단체에 만들어놓은 상태다. 이에 전국적으로 61개의 회전교차로가 완공되는 등 회전교차로가 대폭 증가되는 추세다. 올해 회전교차로 내 통행우선권 정립을 돕기 위해 도로교통법도 개정된다. 지정차로제의 경우 유명무실화된 인지도 및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도, 단속하고 관련 법령도 합리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이 달 내 지정차로제 관련 전문가 공청회를 열고, 3월에는 지정차로제 연구 결과 반영 및 의견수렴 등을 거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
후진적 교통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인 ‘교차로 꼬리물기’도 근절시킬 방침이다. 경찰청은 올해 주요 추진 업무로 ‘교차로 꼬리물기 근절’을 선정해 지속적인 계도 및 단속을 시행한다. 특히 ‘교차로 책임제’를 통해 출퇴근 시간 등 지·정체 시간대 교차로에 전담 근무자를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
교통운영체계 선진화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소, 소통 원활, 공해 및 교통사고 감소 등 직접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 기본 교통질서의 확립을 통해 법치주의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교통 환경이 조성되면서 외국인도 국내에서 혼돈 없이 운전하고 내국인도 외국에서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예정이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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