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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생애 첫 야구관람… “홈런 친 기분입니다”




“야구장은 처음인데 재밌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관람 중간에 나오는 음악이 너무 신나요. 춤도 췄어요.”

지구촌사회복지재단 신승용(22)씨와 고세윤(26)씨는 한껏 들떠 있었다. 생애 첫 야구 관람이었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들이 프로야구를 직접 관람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해 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외계층에 대한 여가선용 기회 제공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날 잠실야구장을 찾아 경기 마지막까지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경기 시작 1시간여를 앞두고 찾아간 잠실 야구경기장 LG 1루 출입문 옆 임시 사무실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이 장애인들에게 줄 간식을 나누어 담느라 분주했다. 무더운 날씨로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오후 4시, 잠실경기장 중앙문 근처 마당에 ‘나자로의 집’ 장애인과 인솔자 25명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대형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박선규 차관 부부가 따뜻한 미소로 이들을 맞았다.

나자로의 집 김용주 시설장은 “원생들 대부분이 보호자 없이 이동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이라며 “문화부에서 차량과 자원봉사자를 지원해 줘 불편 없이 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실제로 나자로의 집 원생들은 야외활동이 1년에 두 번 정도가 고작이다. 1991년부터 정신지체장애로 취업과 자립이 어려운 이들이 간단한 봉입작업부터 DM사업까지 직업재활훈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출 한 번 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 어려움 중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이다. 김 시설장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분들이 있다”며 “장애인을 나와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으로 봐 주시라”고 당부했다.

지구촌사회복지재단 장애인 11명, 보호자 7명, 교사 10명 총 25명도 곧이어 도착했다. 박 차관 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원생과 보호자, 인솔교사들은 경기관람을 위해 지정된 LG블루석으로 이동했다.

박 차관은 이곳에서 이날 행사를 위해 KBO, LG 등에서 특별 기부한 야구공, 티셔츠, 모자, 응원도구 등 선물을 원생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박 차관은 원생들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추석 나자로의 집을 찾은 박 차관이 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원생들은 ‘연극 관람’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원생들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지난 설에도 박 차관은 나자로의 집을 찾았다.

당시 원생들은 연극 관람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롤링페이퍼에 담아 선물로 전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야구장을 처음 찾은 원생들을 반기기라도 하듯 원생들이 응원한 LG 트윈스가 5회 말부터 큰 점수 차이로 앞질러 나갔다. 원생들은 응원 풍선과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관중과 한마음 한뜻이 돼 신명나는 응원을 펼쳤다.

지구촌사회복지재단 김성희 팀장은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며 “응원팀이 점수를 내 폭죽이 터지거나 음악이 나올 때마다 덩실덩실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는 등 정말 즐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지구촌사회복지재단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20~40대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들이 제과·제빵이나 박스 조립 등의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 이곳 역시 원생들과의 야외활동은 한 해 네 번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김 팀장은 “마음이 순수한 원생들이 음악이 있는 곳이나 놀이공원 등을 좋아해 나가자고 조른다”며 “이렇게 마음을 다해 즐기고 오면 평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작업의 효율이 오른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룰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어려워하는 원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야구, 축구 경기를 TV로 즐겨 본다”는 나자로의 집 이정일(36)씨는 “야구 선수 중에는 이종범 선수를 좋아한다”며 “집에서 TV로만 보다 실제 야구장에서 보니 더욱 실감 나고,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비교적 조용히 응원하던 나자로의 집 변일석(42)씨 역시 “사람들과 응원하는 분위기가 좋다”면서 “다음에는 야구경기 규칙을 더 공부해서 오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경기선 LG 트윈스가 SK 와이번스에 8대5로 역전승을 거둬, 원생들에게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장애인들은 경기장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보다 더욱 활기차고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글과 사진·김지윤 (공감코리아 정책기자)

나자로의 집 www.nazaro.or.kr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성인 지적장애인(정신지체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다. 1991년 박민정씨가 설립해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생활과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지적장애인들에게 교육프로그램과 현장학습, 체육활동을 제공하여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DM(Direct Mail Advertising)사업이라는 우편 마케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촌사회복지재단 www.jiguchonwelfare.or.kr
경기 용인시 수지구 지구촌교회에서 설립한 사회복지재단으로 노인복지센터, 보호작업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노동 능력에 따라 일할 기회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뜨랑슈아’와 ‘행복한 일터’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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