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30년 5월 8일 아침, 70대 중반인 김한국 노인은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깼다. 김 노인이 습관처럼 TV를 켜자 뉴스가 흘러나왔다. 몇 해 전 아내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아침마다 눈을 뜨면 TV부터 켜는 버릇이 생겼다. 또 노인들의 고독사(가족이나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 없이 혼자 사망하는 것) 소식이다. 고독사가 흔해진 요즘 무슨 뉴스거리라고…. 김 노인이 살고 있는 노인전용 아파트 단지에서도 한 달 전 한 노인이 고독사했다.
입맛이 없었지만 출근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젊은 시절부터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연금을 부었지만 정작 김 노인이 혜택을 받을 시기에 고갈 상태가 심해졌다. 요즘 매달 받는 연금액수가 아파트 관리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금도 일을 해야 한다. 머지않은 2044년에는 국민연금도 적자가 난다는 소식이어서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 오히려 두렵다.
이어지는 뉴스는 중국과 인도 간 갈등이 재연됐다는 소식이다. 한때는 ‘미국과 러시아’더니 이제는 미국과 중국, 인도의 ‘3강’이란다.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력은 사라졌지만 예전 출산율이 유지되고 이민자를 받아들여 체면은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2005년께부터 두 나라 합쳐 인구가 25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퍼센트에 달하더니, 2030년 들어 30억명으로 늘어나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으며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2005년 1억2천8백만명으로 인구가 최고조에 달했던 일본은 1억명 안팎으로 줄어들며 경제가 활기를 잃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적자 누적으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으며 놀이공원이나 물놀이공원 중에는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5월 어린이날이면 수십만명씩 모여들던 서울어린이대공원도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하릴없는 노인들만 뉴스 화면에 잡혔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딜 가도 보기 어렵다. 200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1명당 2.1명이던 아동(14세 이하) 수가 2020년에는 0.8명, 올해(2030년)에는 0.5명이 됐다.
김 노인은 요즘 집 근처 대형할인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20여 년 전엔 김 노인과 같은 고령노인 채용을 기피하던 대형할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몇 년 전부터 노동력 부족으로 70대 노인들을 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학이 발달해 노인들의 체력이 예전의 같은 연령대 노인들보다 나아진 것이다. 일부 부유층 노인들은 20년은 젊어 보이는 시술을 받기도 한다.
김 노인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지하철 안의 노약자 보호석 표지는 몇 년 전 사라졌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넘으니 굳이 노약자 보호석을 지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임산부 보호석 표지가 붙어 있다. 이제 너나없이 노인인 세상에서는 노인 공경보다 귀한 후손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 노인이 일하는 대형할인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된 물품은 노인들을 위한 지팡이, 간이의자, 안마기, 실버용품이다. 매장 곳곳에도 또 다른 실버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경제에 생기는 사라졌지만 가장 큰 소비계층이 노인세대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따로 살고 있는 외동딸이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다. ‘골드미스’로 불리던 딸도 이제 오십을 바라본다. 딸이 다니던 회사는 한때 세계적인 기업이었으나 갈수록 위축되어 요즘 딸은 이직을 생각 중이다. 게다가 월급에서 공제하는 연금, 의료보험료 등이 갈수록 많아져 딸이 이 문제를 투덜댈 때마다 김 노인은 괜스레 미안해진다.
요즘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 증가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김 노인이 직장생활을 하던 2005년만 해도 생산가능인구(15~64세) 7.9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6명이, 2030년인 현재는 약 3.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다.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하니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 세대도 경제사정이 어려운 탓에 여전히 결혼을 미루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노인요양시설에서 95세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임종을 김 노인이 지켰지만, 김 노인이 떠나고 나면 딸의 주변에는 누가 있을까 싶어 한숨이 나온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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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국 노인의 미래는 과연 가상이기만 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이삼식 연구위원은 “저출산의 가장 큰 부작용은 노동력 상실, ‘거대한 노인인구’의 부양, 활기와 다양성의 소멸”이라고 꼽았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오는 2016년을 정점(3천6백19만명)으로 감소한다. 이미 노동력의 주축인 30, 40대는 200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금은 일자리 부족이 큰일이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2005년)에 따르면 앞으로는 노동력 부족이 문제여서 2015년에는 63만명, 2020년에는 1백52만명의 일손이 부족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의 평균 연령은 2008년 38.7세지만 2020년에는 41.8세가 된다. 게다가 그동안 거대 수요계층이 돼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해 2015년 이후에는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2009년)에 따르면 고령화될수록 경제능력이 떨어져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규모는 40대 가구의 65퍼센트, 50대 가구의 70퍼센트 수준에 그친다. 개인만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다.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출이 확대되면서 국가의 사회보장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추계(2007년)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60년 소진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2005년 6.18퍼센트에서 2030년 9.09퍼센트로 상승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다른 노동력 부족, 근로연령 상승, 소비·저축·투자 위축과 정부재정 수지 위기는 총체적으로 잠재성장률 둔화를 부른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56퍼센트에서 2020년대 2.91퍼센트, 2040년대 0.75퍼센트로 감소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재앙을 가져올 저출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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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