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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국소년체전은 초중학교 운동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 제전이다.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전남 일원에서 열리는 제38회 전국소년체전에 부산의 가야초등학교 남자배구팀과 모라초등학교 여자배구팀은 각각 6명의 초미니팀으로 참가한다. 원래 전국소년체전 배구팀 출전 ‘풀 엔트리’는 12명이다 

몇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전국소년체전에서 후보선수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최소 인원’으로 참가신청을 하는 팀들이 종종 있다. 후보 선수가 없다는 것은 ‘도’ 아니면 ‘모’다. 경기 중 누군가가 다치기라도 하면 교체할 선수가 전혀 없으니 출전을 강행하거나 중도에 경기를 포기하고 보따리를 싸야 한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2006년 6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준우승을 한 부천 신도초등학교 야구부의 경우 초등학교판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리기도 했다. 후보선수 없이 단 9명만으로 시평가전, 도평가전 등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3개월간 무려 20여 게임을 해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 중간에 선수 한 명이 연습을 하다 코를 다쳤지만 몇 달 고생을 수포로 돌릴 수 없어 4강 이후 경기를 강행해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체육회 경기운영팀 박진우 씨는 “대회규정상 초등학교 4학년 이하는 선수 등록이 불가능해 남은 5, 6학년만 모으다 보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최소 인원으로 단체경기 출전 신청을 하는 학교가 생기게 된다”며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과 운동 기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출산으로 아이들 숫자가 적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온 국민에게 감격을 안겨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은 되새김질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유소년 야구팀들은 팀과 선수 수가 격감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방송인 ESPN이 “한국 야구는 WBC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가 됐다.

야구계에서는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유소년 야구가 무너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당 아이들이 한두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귀한 자녀’에게 힘든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유소년 야구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경제적 부담, 직업적인 불확실성 등 다른 운동 종목과 마찬가지 원인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만 말이다.




경기 연천군 군남면 진상2리에 위치한 군남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이 있는 날 아침마다 3대의 스쿨버스가 인근 지역으로 아이들을 실으러 떠난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각 한 개 반씩 18~23명의 재학생이 있어 전교생 1백42명에 불과한 군남초등학교에서는 매일 30~50명의 아이들이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스쿨버스가 운행하는 가장 먼 거리는 왕복 약 80킬로미터. 왕복에 한 시간이 걸려 아침 7시 40분에 학교를 출발한 버스가 아이를 싣고 돌아오면 8시 40분이다.

1959년 개교한 군남초등학교는 그동안 인근 지역 아이들 수가 급감하면서 인근의 북삼분교(1991년), 옥계초등학교(2000년)를 흡수통합했다. 이에 따라 장거리 통학생이 늘어나자 연천교육청으로부터 스쿨버스 운영비를 지원받아 3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연천교육청 관리과 최경호 씨는 “현재 연천교육청 관내 7개 초등학교가 11대의 스쿨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며 “농촌지역 아이들이 나날이 줄어 학교 통폐합과 더불어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줄어 학교가 문을 닫고, 아이들이 장거리 통학을 하는 현상은 비단 연천지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지난 몇 십 년간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어촌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출산율 감소까지 겹쳐 농어촌 학생 수는 도시지역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줄었고, 농어촌 학교 대부분은 ‘미니학교’가 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82년부터 일정 학생 수 이하 학교는 가까운 학교끼리 통합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주로 시도 교육청 주도로 3천7백43개 학교가 통폐합됐다. 1999년에는 정부 주도로 학생 수 1백명 기준으로 9백71개교가 통폐합됐다. 그 후 2005년까지 다시 1백83개 학교가 통폐합됐고, 2006년부터 진행된 농어촌 학교 통폐합 계획에 따라 올해까지 통폐합이 시급한 학교 6백여 개의 통폐합을 마칠 계획이다.

학교 통폐합과 더불어 출산율 저하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동네 산부인과들은 이미 많은 수가 문을 닫거나 분만실 운영을 포기했다. 요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은 대학병원이나 출산전문병원뿐이다. 대부분 동네 산부인과들은 산모의 산전 진찰과 불임치료에 주력하거나 비만·미용클리닉 등으로 진료과목을 바꿨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둘도 많다’고 부르짖던 가족계획 표어가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거의 5명에 이르던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족계획’의 효과가 지나치게 빨리, 그리고 강하게 나타났다.

1970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4.5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5번째로 높았다. 참고로 당시 일본의 출산율은 2.13명이었다. 그런데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출산율은 1.12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1.32명으로 떨어진 일본도 추월해 더욱 빨리 추락한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 최저 기록은 2005년의 1.08명이다. 이후 2007년 1.25명, 2008년 1.19명으로 꾸준히 저출산 추세가 유지되고 있어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 4천9백3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 인구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출산율 감소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인구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길한 경고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유엔미래포럼은 “한국의 출산율이 1.2명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305년이면 한국에는 남자 2만명, 여자 3만명 정도만 남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산율이 이처럼 계속 낮아지면 우리나라도 머잖아 고령사회가 형성된다. 고령사회에서는 노동인구 부족으로 경제가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 급증으로 세입은 줄고 정부 지출은 늘어나 재정 압박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노인인구 7퍼센트 이상)로 진입했으며, 2018년이면 고령사회(노인인구 14퍼센트 이상),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퍼센트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표한 ‘소득수준별 출산 중단 이유’(위 표 참조)에서 알 수 있듯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다. 이 외에도 △결혼관과 자녀관의 변화 △고용 여건의 불안정 △여성의 경제활동 등이 꼽힌다. 이들을 다 몰아서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것이다.

올해로 결혼 10년째, 자녀 없이 일과 취미를 즐기며 사는 ‘딩크족’ 주부 김주연(가명·40) 씨는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회사원이던 남편이 독립해 회사를 차리고, 나도 이직과 전직을 번갈아 하다 보니 아이 가질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아이를 낳으면 육아가 온통 내 몫이 될 것이란 생각에 내 커리어와 생활을 포기하고 아이를 택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임신을 해도 ‘고민 끝’이 아니다. ‘지하철의 단상’이란 제목으로 보건복지가족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방주연 씨의 글은 요즘 젊은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나는 3개월 뒤면 첫아이를 출산할 임신부다.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두 번이나 갈아타며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이 ‘임산부 보호석에 앉을까? 그냥 서서 갈까?’다. 직장 다니는 임신부는 출퇴근 때마다 그런 고민을 할 것이다. 임산부 보호석에 앉아 있으면 배가 아주 부르지 않은 한 눈치보고 있다가 노인들에게 자리를 얼른 넘겨줘야 하고, 그렇지 않고 넋 놓고 있으면 욕먹기 쉽다… 솔직히 아줌마를 구해 한 달에 1백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어 아줌마 구하기를 꺼리는 부모들도 많다. 크면 클수록 챙겨주어야 할 것들도 많아지는 우리 아이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신생아 출산이 전년보다 늘어난 때는 ‘밀레니엄 베이비(2000년)’ ‘쌍춘년(2006년)’ ‘황금돼지해(2007년)’ 단 세 해뿐이었다. 아이를 가질 부부들에게는 ‘어쩌다 한 해’가 아니라 매년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해가 돼야 한다. 저출산 해법의 핵심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출산 및 양육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인구정책과 김서중 과장은 “저출산의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경제적 부담이어서 정부 정책은 출산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보육료 지원대상 확대가 우선순위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2001년 이후 출산율과 출산순위를 분석해보면 첫째 아이의 비중이 늘고 둘째 아이의 비중이 줄고 있어 아이를 하나 낳고 단산하는 추세가 나타난다”면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지원책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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