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엄마들은 내 아이가 남들보다 잘나기를 바란다. 잘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남들만큼만은 하길 바란다. 그러나 임미정 씨는 큰딸 솔향이가 대안학교를 고집하면서 ‘남들만큼’이라는 욕심을 버렸다.
“중1 때 딸의 성적이 바닥이었어요. 주변에선 성적은 지금 잡아야 한다고 했죠. 시쳇말로 아이를 잡다시피 했어요.”
전쟁이 시작됐다. 공부를 하기 싫다고 발악하던 딸은 “가출해버리겠다”며 협박을 일삼았고, 임 씨는 악다구니를 하다 지쳐갔다. 결국 손을 들어버린 건 엄마였다. 이러다간 부모 자식 관계마저 망가지겠다 싶었다.
엄마가 손놓고 나자, 아빠가 나섰다. 퇴근 후면 ‘과외선생’을 자임하는 아빠와 딸의 2차 전쟁을 지켜보던 임 씨는 탈출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는 학부모가 충북 제천의 ‘꽃피는 학교’를 추천했다. ‘예비학교 3일 과정’에 참여한 딸은 대뜸 “나, 이 학교 갈래”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꽃피는 학교의 운영규칙상 형제가 함께 입학해야만 했다. 그래서 한 살 터울 동생 동민이도 누나와 함께 다니기로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과정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남매가 같은 학년을 다녀야 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대안학교에 가야 했는지 궁금했다.

“동생들과 지내는 게 힘들었지만, 성적으로 차별하는 일반 학교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솔향이의 말이다.
“대안학교에서는 아이가 너무 잘 적응하더라고요. 제 욕심보다 아이의 행복을 우선하기로 했죠.”
꽃피는 학교의 중등과정을 마치고 솔향이는 서울 영등포의 대안학습 공간인 ‘하자센터’로 왔다. 그는 학교가 아니라 ‘놀이단’ 소속이다. ‘놀이단’은 하자센터가 세운 기업으로, 재활용 악기를 전문으로 하는 공연집단이다. 솔향이는 오전 10시에 이곳으로 ‘출근’한다. 고등부 과정을 다 마치지도 않았지만, 음악을 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을 학교와 부모 모두 존중해줬다.
“주변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할 텐데 걱정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솔향이는 “일반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대학 졸업해도 취직을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놀이단 활동은 음악활동 경력으로 다 인정되거든요”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솔향이가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건 임 씨의 지원이 있어서다. “모범생으로 커서 처음엔 딸을 이해하기 어려웠죠”라는 임 씨는 “상담치료사 공부가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먼 훗날의 행복을 위해 아이더러 지금을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라고 말했다.
남들 하듯이 임 씨도 걱정도 되고 안타까움도 있다. 지금도 남편은 자녀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 씨는 아이의 선택을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것이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1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전화요금 고지서를 보던 전종천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때보다 전화요금이 무려 4만원 더 나왔다. 전화회사에 요금 결제 내용을 확인했다. 역시나 온라인게임 때문이었다. 자동응답전화(ARS)로 게임비를 결제했냐는 추궁에 아들은 놀러온 친구가 그런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2 방과후학교에 갔던 중2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교실에 가보니 문은 잠겨 있었다. ‘땡땡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오후 8시에 집에 들어온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아들의 옷에서는 희미하게 담배 냄새도 났다. 직감적으로 PC방이구나 알아차린 전 씨가 어디에 있었냐고 캐물었지만 친구랑 농구를 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아들을 앞세워 찾아간 PC방 앞에서 그는 역시나 부모의 손에 끌려온 아들 친구와 맞닥뜨렸다.
전 씨는 온라인게임을 두고 아들 수민이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게임에 빠져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거짓말을 했다.
“중2 때의 ‘PC방 사건’이 제일 컸지요. 너무 화가 나서 야구방망이를 꺼내놓고 ‘맞자!’ 했어요. 10대를 때리고, 아들 머리를 박박 밀어버렸죠. 다른 때 같으면 금세 기분을 풀던 아이도 단단히 골이 났는지 한 달 동안 말도 안 하려 들더군요.”
전 씨도 화가 났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이혼한 이후 직업보다도 아이와의 시간을 늘 우선했던 그였다. 아이가 온라인게임에 큰돈을 썼던 그때, “내 탓이오”라며 에버랜드 연간이용권을 끊어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던 그였다. 그랬건만, 아이는 온라인게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 씨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아들에게 노트북을 사주고,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연결잭도 함께 사줬다.
“이건 신뢰의 문제다. 언제까지 아빠가 널 못 믿고 일일이 확인해야 하겠느냐. 아빠는 그러고 싶지 않다.”
전 씨의 이 말 이후 아들은 인터넷을 하는 횟수가 줄었다. 딱 한 번, 모니터에서 온라인게임 바로가기 아이콘을 발견했지만 전 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아들의 항변을 믿어줬다. 아이는 아빠와 약속한 대로 ‘TV 시청은 일주일에 두 시간만,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잘 지켰다. 이제 열일곱 살이 된 아들은 온라인게임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전 씨의 인생도 바뀌었다. 전 씨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며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터넷 중독의 문제점을 역설하고 있다.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관심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부모가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습관을 모니터링한다면 아이는 접속하는 사이트나 사용시간에 더 주의하게 되죠. 무엇보다 컴퓨터 세대인 요즘 아빠들이 문제예요. 야동 사이트는 큰일 날 것처럼 차단하면서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는 관대하거든요.”
글·정지연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