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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425호

회사가 살아야 노동운동도 산다

쌍용자동차가 전체 직원 10명 중 4명, 생산 근로자 2명 가운데 1명꼴로 감원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채권단은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한다.

쌍용자동차를 지켜보는 것은 노조나 경영진, 채권단, 주주 등 한국인들만은 아니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기업은 물론 앞으로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들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다. 한국은 정리해고가 쉽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공업이나 건설과 같이 불황의 골이 깊은 업종의 외국계 기업들은 노조의 움직임과 한국정부의 대응 태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들 중 많은 회사가 올해 안에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일부 외국계 회사는 노조의 과격 투쟁과 한국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으로 적절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예 한국시장을 떠나겠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잖아도 이번 불황의 끝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는 바짝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38.2퍼센트가 줄었다. 최근 5년 사이 최대의 추락 속도다. 이미 투자를 공언했던 기업들도 차일피일 계획 실현을 미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의 매력이 부각되고, 그린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제조업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점을 거론하며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매출이 많게는 70~80퍼센트 가까이 급감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이런 회사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치다. 기업에나 종업원에게나 뼈아픈 선택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1950년대 초 구조조정과 총파업을 겪으면서 노사 대립이 회사 파산까지 갈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했다. 그 후 55년간 노사화합을 이루면서 무분규를 지속, 마침내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반면에 강성 노조를 달래기 위해 선심성 복지 선물을 남발했던 GM은 50년 동안 이어온 ‘세계 1위’ 자리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미국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회사의 존속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 중 상당수가 GM 같은 위기를 절감하면서도 ‘다 같이 망하자’는 식으로 나오는 노조활동에 당혹해하고 있다. 구조조정 계획을 무조건 전면 철회하라거나, 본사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외국기업 경영진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긴급 수혈을 해줄 여유는커녕 오히려 본사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경기 침체 속에서 국내 외국기업의 노사관계가 더 악화되면 투자처로서의 한국의 매력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회사가 존속할 때 노동운동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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