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4월 9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 본사. 10층의 구내식당에서 “와~” 하는 탄성과 함께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니 한 쌍의 남녀 직원이 닌텐도게임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주위엔 동료직원들이 모여 응원을 하는데, 승패가 갈릴 때마다 환호와 웃음이 쏟아졌다.
손엔 맥주잔이나 칵테일잔이 들려 있었다. 게임을 구경하거나 옆 사람과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마치 대학가의 바(Bar)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식당 한쪽에선 바텐더가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며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저글링과 칵테일 셰이킹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칵테일에 불을 붙이는 불쇼가 펼쳐졌다. 순간 탄성이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처럼 구내식당을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파티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직원이면 누구나 시간과 인원을 명기해 신청하면 신나는 파티를 즐길 수 있다. 회사에서 전문 바텐더도 붙여준다. 이 회사 홍보팀 직원 주재흥 씨는 “‘굿타임 파티’는 직원들의 창조성을 높이고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사내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한 밤늦게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깜짝 간식제공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매월 1일 직원 생일 축하 이벤트도 연다. ‘다이어트 펀드’ ‘금연 펀드’등 직원들의 건강 챙기기에도 적극적이다. 여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도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색다른 점은 또 있다. 오너인 서경배 사장을 직원 누구도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서경배 님’으로 부른다. 아모레퍼시픽엔 호칭이 없다. 상대를 부를 때 직급을 부르지 않고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 상하 직급의 구분 없이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꿔나가기 위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해마다 노조 조합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2007년도 조합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경영진에 대한 신뢰(92퍼센트), 일터의 만족도(94퍼센트), 팀장에 대한 신뢰(91퍼센트), 동료에 대한 믿음(96퍼센트),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93퍼센트) 등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다.
이러니 노사 간에 갈등이 있을 리 없다. 1991년 이후 19년째 무분규를 지속하고 있고, 2004년부터는 ‘노사 공동의 재미있는 일터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2004년엔 신노사문화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노사협력담당 임원과 노조위원장은 매일 티타임을 갖고 회사 현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노사 간 유대강화에 기여한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노사협력 공동선언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5월 일찌감치 선포했다. 공동선언문에서 노사는 회사 경쟁력 강화, 종업원 고용안정, 근무환경·근로조건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또 합리적인 성과 배분과 종업원 역량개발 지원을 통해 열린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유제천 인사총무부문 상무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 상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사는 부부와 같아요. 부부가 싸움질만 하면 그 집안이 잘될 수가 없죠. 노조는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최고경영자)가 밖에서 돈을 잘 벌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녀(직원)들을 잘 다독이는 역할을 하는 거죠.”
대한통운 차진철 노조위원장은 ‘노사 부부론’을 역설한다. 대한통운의 노사관계는 독특하다. 4월 16일 ‘노사 평화선언’을 하면서도 노조가 앞장서서 생산성을 향상하겠다고 결의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전국 50개 지부를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10퍼센트, 비용절감 10퍼센트, 안전사고 0퍼센트 등을 목표로 한 ‘텐 텐 제로’ 운동을 펼쳤다.
대한통운 노조가 유난히 회사와의 상생과 협력에 앞장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00년대 초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직원의 절반 이상이 퇴출될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이에 노조가 먼저 임금삭감, 휴일근무수당 폐지 등 모든 경제적 희생을 감수할 테니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말아달라고 제안했다. 요즘 유행하는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한 것이다. 또한 노조가 먼저 ‘미수채권 회수 운동’과 ‘무사고 무재해 운동’ 등을 펼쳤는가 하면, 회사 대출이 어렵게 되자 노조위원장 집까지 담보로 내놓았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이에 회사도 경영정보를 노조와 투명하게 공유하는 등 상호 간 신뢰를 쌓아나갔다. 전략경영회의 등 모든 경영회의에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가 참석하고, 노조 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 회의에 사장이 직접 참석해 정보와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평사원 출신인 이국동 사장의 현장경영이 사원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말단직원이라도 최소한 일년에 한두 번은 사장과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사장은 현장을 자주 찾는다. 노조위원장 역시 모든 조합원과 일년에 서너 차례는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직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오해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노조위원장이나 사장과 직접 만나 세세한 회사 사정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해도 풀리고, 애사심도 커진다”는 게 이 회사 경영관리본부 조정훈 과장의 이야기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투명경영으로 이해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노사문화를 유지 발전시키고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더욱 잘 운영해 직원들이 2년 내에 동종업계 최고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한통운은 아름다운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과거 법정관리 중에도 업계 1위를 굳건히 지켜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9백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삼진제약은 창립 후 41년간 노사 무분규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2001년부터 9년째 무교섭 임금협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인사관리팀 고상현 차장은 “회사가 1977년 제약업계 최초로 주5일제를 시행했을 정도로 사원복지에 신경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이성우 대표가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찜질방에서 대화시간을 갖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경영을 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경영진이 “구조조정, 감원, 임금삭감 없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히자 노조는 연차휴가 절반을 반납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노조가 앞장서서 생산성 향상 운동을 펼쳐 경제위기와 불황 극복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명윤 노조위원장은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1차적으로 생산라인을 개선하고 근로자 시간 관리를 통해 약 1시간 정도 발생하는 시간낭비를 줄이기로 했으며, 향후 경제여건이 더 악화되면 근무시간 연장 등 다양한 생산성 강화 운동을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성우 대표는 전 직원 가족들에게 직접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등 노사상생의 문화를 키워나가고 있다.

도자기 전문업체인 행남자기는 회사 창립 이후 67년 동안 노사분규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2대째 근무하는 직원이 28명, 3대째 근무하는 직원도 9명이나 된다. 부부나 동서지간도 여럿 있다. 말 그대로 가족 같은 회사인 셈이다.
대기업에 비해 근로복지가 좋은 편이 아닌데도 행남자기 직원들의 애사심은 남다르다. 1994년 청와대로부터 ‘전국 우수업체 노조위원장 오찬’에 초청받은 행남자기 노조위원장이 오찬 중 일어나 “청와대에서 행남자기를 써달라”고 즉석에서 제품홍보를 해 1천만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의 노조도 자발적으로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평소 인기가 있던 도자기류를 모아 ‘한상 식기세트’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업장이나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판매에 직접 나서고 있다. 연간 매출 목표액을 15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은 회사가 먼저 직원들을 가족처럼 아끼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기에 3백여 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지만 회사는 단 한 명의 해고자 없이 고용유지 훈련을 실시했다.

사원들도 임금동결과 함께 상여금을 반납하면서 고통을 나눴다. 또한 5·5운동(5s 실천, 5퍼센트 수율 향상, 5퍼센트 비용 절감, 5분 일찍 시작, 5분 늦게 퇴근)을 자발적으로 실천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제조경비를 줄여 연간 7억6천만원을 절감했다.
하지만 2001년 어려워진 경영여건 때문에 목포공장을 정리하면서 1백50여 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다. 회사는 40여 명을 여주공장에 재취업시키고, 50여 명을 인근 다른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주선했지만 나머지 60여 명은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에 김용주 회장은 15억원을 투자해 맛김회사(행남식품)를 설립, 이들을 재고용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직원을 내 가족처럼 책임지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김영호 노조위원장은 “외환위기 등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마다 노조는 임금동결을 해주고, 회사는 최대한 인력감축을 자제하는 전통이 행남자기에는 있다”며 “현재의 경제위기도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조는 지난 3월 25일 무파업, 임금동결로 이 같은 의지를 보였고, 회사 측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고용유지와 윤리경영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 김해시의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유니크는 과거 극심한 노사갈등과 화의신청으로 한때 폐업 직전에까지 몰렸던 기업이다. 1998년 7월 외환위기 한파에다 노사 간 불신, 노노 간 분열로 존립위기에 빠진 것. 이후 회사는 화의절차 인가를 받았고, 2002년 11월엔 부산공장을 매각하는 등 회생의 길을 모색해 2003년 6월 화의를 졸업했다.
이는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와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이 노사협력에 의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손을 맞잡고 신뢰회복에 나섰다. 회사는 노조의 협력에 근로조건 개선과 종업원복지 향상으로 화답했다. 휴식공간 확대, 도서문고 설립, 체력단련실 마련, 직업병 예방,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산전·산후 휴가 및 육아휴직 권장 등을 적극 실시했다.
그 결과 노사는 2005년 6월 신노사문화 선포식을 갖고 그해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임금협상 무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또한 노사가 함께 이웃사랑을 실천할 정도로 돈독한 노사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영진은 일찍부터 근로자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기업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근로자의 경영참여, 근무환경 개선, 직무교육 강화 등을 통해 노사상생 관계를 정착시켜왔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난 1월 올해 임금을 총액 대비 5.2퍼센트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도 근로자를 중심에 둔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이번엔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3월 인상된 임금을 반납하는 임금양보안을 제시한 것. 이에 사측은 고용유지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또한 서승구 대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신의 연봉을 20퍼센트 삭감했다.
권태훈 노조위원장은 “인상된 임금을 오히려 깎기로 한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상황을 조합원들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선선히 받아들였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월급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글·최호열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