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아이아는 최근 자동차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자 4월 3일 노사 합의로 잉여인력에 대한 고용유지훈련을 실시하고, 해고 자제를 통한 고용안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노조는 또한 시간외수당 15시간분 반납, 일반직 사원 임금 5퍼센트 반납 등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노사갈등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기업과 아무 상관없는 정치투쟁은 물론, 매년 춘투(春鬪)에서 하투(夏鬪)로 이어지는 임금협상 갈등으로 개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경제가 입는 손실이 막대했다.
그런데 최근 아이아의 경우처럼 노사관계에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십 년간 되풀이됐던 갈등의 노사관계가 위기 극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단체협상을 회사에 위임하거나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선언하는가 하면 ‘위기극복 노사공동 성명서’를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SK는 4월 8일 그룹 차원에서 ‘SK 한마음 한뜻 대(大)선언식’을 열고, 임직원이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성과연동에 따른 보상범위를 확대하는 등 자구노력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4월 18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경공동 실천 결의식’을 가졌다. 웅진케미칼 노조도 4월 1일 임금을 자발적으로 동결하고 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하는 ‘노사 한마음 선포식’을 가졌다.

대한항공, 농심, 일진전기 등 다른 주요 기업들의 노조 역시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사측에 임금·단체협상을 위임했다. 이에 회사는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LS산전은 노조가 임금협상을 회사에 일임하자 이에 대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노조가 임금문제를 회사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은 양자 간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노사관계가 과거 투쟁 중심의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동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양보와 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영수 한양대 리더십센터장은 “신뢰관계는 엄청난 ‘소통의 시간’을 바탕으로 해야 구축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을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 보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일찍부터 노사 간 소통이 잘 이뤄져온 기업은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회사를 살리는 데 노조가 힘을 발휘한다.
김홍렬 코오롱 노조위원장은 회사 영업사원들과 함께 일본의 주요 고객기업을 직접 방문해 노조가 직접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해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또한 국내외 거래처 1백30여 곳에 노조 이름으로 품질과 납기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담은 편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회사의 원가절감팀장을 맡아 매출과 영업이익을 20퍼센트 늘리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코오롱은 지난해 지독한 불황 속에서도 영업이익 1천2백5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회사에서도 전 직원에게 ‘기본급 100퍼센트+1백5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김홍렬 노조위원장은 “투쟁만 외쳐서 얻을 것이라고는 가족의 밥줄이 걸린 직장의 폐업과 실직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고, 조합원도 있다”고 상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기업 내 노사상생을 넘어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는 하청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월급을 자진 삭감 또는 반납하는 대신 인턴이나 신입사원을 뽑기로 한 기업들도 많다. 나아가 노사가 합심해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나눔과 상생의 지평을 사외로까지 넓히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조의 이념 중심 강성투쟁을 비판하며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코오롱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인천지하철노조 등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새로운 선진노동운동을 전개하는 제3의 노총 결성을 추진 중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져 2007년의 경우 민간기업 노조 조직률이 9.2퍼센트에 불과했다.
문갑생 다산정보연구원 고문은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실업대란 사태에 대한 국가적인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먼저 노사가 하나가 돼야 한다. 노조가 뼈를 깎는 아픔으로 노사문화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도 노조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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