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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418호

대한민국 1호 우주인 KAIST 이소연 박사

 

 “이런저런 일정에다 강연에, 행사에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1년이 됐습니다. 사실 실감이 잘 안 나요. 바로 엊그제 우주에 갔다 온 것 같은데….”

1년 전인 2008년 4월 8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에 몸을 싣고 우주로 향했던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1)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국내외에서 강연을 한 횟수만 약 1백 회에 이르는 데다 방송 출연 등 언론 활동과 환경부의 기후변화대응 홍보대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신분인 이 박사는 국내외 강연을 통해 주로 우주생활의 경험과 성과를 전하고 있다. 4월 27일부터는 KBS 1라디오에 신설되는 <클릭! 과학세상>의 라디오칼럼을 맡아 주중 매일 5분 가량 청취자들에게 일상생활과 밀접한 과학원리와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줄 예정이다.

그는 “힘들었지만 우주에 또 가라고 한다면 기꺼이 갈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우주인이 아닌 보통사람처럼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머문 동안의 활동은 그동안 널리 알려져 왔다.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며 키가 3㎝나 커지기도 했던 이 박사는 지난해 4월 10일부터 19일까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18가지 과학실험과 각종 우주퍼포먼스 등 임무를 수행한 뒤 귀환했다.




“우주에서 감동을 받은 것이 모든 우주인은 ‘하나’라는 점이에요. 우주에서는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거든요. 당시 저 이외 다른 우주인들은 10년 이상 훈련을 해온 분들이었고, 그분들에게 경험 없는 저는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었지만 제가 실험을 하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성심성의껏 도와주셨어요.”

이 박사는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들이 자신들의 임무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희생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다 같은 지구인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과거 냉전시대에도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과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이 도킹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치인들에게 불가능한 일을 과학자들은 한발 앞서 해냈다”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주과학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치, 경제, 과학 등 모든 분야가 접목된 우주산업 개발로 수십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우주과학 기술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없고, 당장 돈이 안 된다고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이 박사는 “일본의 경우 2007년 달 탐사선을 보냈고, 중국은 2008년 자국의 기술력만으로 우주인 2명이 우주유영을 했다”며 “하지만 우주개발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박사는 자칫 ‘일본이 했는데, 중국도 했는데’ 하고 덤빌 일이 아니라고 경계했다.

“우리는 그들의 성과가 1, 2년 만에 나타난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그만큼 성과를 거두기 위해 지난 20, 30년간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왔고 이제야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 박사는 우주개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지상에서 몇 십 초의 무중력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실제 우주에 나가면 시간당 비용으로 따질 때 오히려 더 저렴해질 수 있다며 비용 부분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3만6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한국 최초 우주인이 됐다. 이 박사는 “저 같은 ‘스타 과학자’도 중요하지만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비롯해 곳곳에서 묵묵히 우리나라의 우주과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에게 더 많은 격려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박사의 우주여행 산물들은 하나씩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이화여대 초미세전기기계시스템(MEMS) 우주망원경 창의연구단(단장 박일흥 교수)이 MEMS 기술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추적 망원경(MTEL)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우주망원경은 이 박사가 우주정거장에서 실시한 우주실험을 토대로 개발에 성공했다.

우주인 탄생은 우리나라 우주식품 연구개발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박사가 우주에 가져간 김치, 밥, 홍삼 등 10종의 우주식품이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불고기, 비빔밥 등 10종이 더 개발됐다. 그중 불고기와 비빔밥 등 6종은 러시아 유인 화성탐사에 시범 메뉴로 제공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한 KAIST 이덕주 교수팀의 소음측정 장비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우주실험의 성과로 지금까지 논문 6편이 발표됐고, 9편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장실험 등을 거친 난, 민들레, 무궁화, 코스모스, 유채, 벼, 콩 등 11종의 ‘우주식물’들은 4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충남 태안에서 열리는 2009 안면도 꽃박람회에서 전시된다.

“요즘 경제가 많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저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희망이란 사람이 많아지면 생겼다가 없어지면 사라지는 ‘산속의 길’과 같다고 해요. 희망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희망은 더욱 커진다고 믿습니다.”

이 박사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과학기술에서도 발전의 원동력이 되곤 했다”며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에 대한 믿음으로 과학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월드컵처럼 ‘4강 신화’를 이루려면 ‘과학기술의 붉은 악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수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응원해주시고 아낌없이 격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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