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 과학도서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이 ‘노빈손’ 시리즈(뜨인돌)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은 28년간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로빈슨 크루소를 패러디해서 배낭여행을 하다 어느 날 무인도에 홀로 떨어진 스무 살 ‘노빈손’을 탄생시켰다. 1999년 7월 출간된 시리즈의 첫 책 제목부터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다.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가장 시급한 고민은 물과 불. 개울물을 그냥 먹어도 될까? 어떻게 불을 피울까? 노빈손의 생존법을 통해 일상의 과학을 소개한 것이 큰 반응을 일으켜 후속작이 줄줄이 이어졌다.
노빈손 시리즈는 ‘어드벤처’ ‘계절탐험’ ‘타임머신’ ‘세계역사탐험’ ‘가다’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지금까지 30권이 출간됐고 4백만 부 가까이 팔렸다. 이 중에는 과학 장르를 벗어난 것도 있으나 노빈손 캐릭터의 힘으로 부담 없이 읽힌다. 뜨인돌 출판사는 <노빈손 시리즈>로 <여성신문>이 주최하는 ‘2009 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 대상’에서 청소년 서적 부문 대상을 받았다.
다음으로, 교양과학 분야의 인기 저자들을 중심으로 어떤 책이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동아일보>에서 소설가 김탁환 씨와 함께 <눈먼 시계공>이라는 공상과학소설(SF)을 연재하고 있는 정재승 KAIST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과학저술가다. 교양과학 분야 필독서로 꼽히는 <과학콘서트>(동아시아)를 비롯해 자신이 라디오 진행을 했던 내용을 엮은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등이 그가 쓴 책이다.
마이클 보더니스는 원래 수학을 전공했으나 옥스퍼드대학에서 ‘똑똑해지는 법, 적어도 덜 무식해지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좌로 인기를 얻은 뒤 과학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설처럼 흥미롭게 서술한 <E=mc2>(생각의나무) 외에도 <시크릿 하우스> <바디북> <시크릿 패밀리> <일렉트릭 유니버스> <마담 사이언티스트> 등이 있다. 그는 과학의 눈으로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순간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불편한 진실(알면 괴로워지는)’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시원하게 용변을 보고 양변기의 물을 내리는 순간 50억~1백억 개의 미세한 물방울이 배설물 속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함께 안개처럼 공중에 분사돼 바닥이나 가구 등에 들러붙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저절로 ‘뚜껑 닫고 물 내리기’를 실천하게 된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의 저서 가운데 <만화 21세기 키워드>(전 3권·애니북스)는 온 가족을 위한 교양과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의 만화를 그린 홍승우 작가가 자신의 대표 캐릭터인 비빔툰 가족을 등장시켜 나노, 휴모노이드, 제노사이드, 프랙탈,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등 개념 중심으로 과학을 설명했다. 이 밖에 과학교사인 엄마가 쓰고 두 딸이 그림을 그린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이영미 지음·부키)와 <과학으로 수학 보기>(김희준 지음·궁리), 생물학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궁리) 등이 교양과학서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썼다 해도 ‘과학’이 여전히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면 유쾌한 상식백과사전 <스펀지> 시리즈로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보자. KBS 2TV의 ‘스펀지’는 2003년 11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은 <스펀지>시리즈(전 5권·동아일보사)도 백만 부를 넘긴 초히트작이다. 방송과 책이 동시에 인기를 누릴 무렵, 재미있는 사연이 편집실에 도착했다. 제목은 ‘스펀지 덕분에 결혼합니다’. 사연은 대강 이렇다.
어느 모임에서 처음 만난 남녀. 서로 어색해 할 말을 못 찾다가 여자 쪽에서 먼저 ‘스펀지’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을 화제로 삼았다.
“가냘픈 여자라도 타이어를 매면 8톤 트럭을 끈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남자인 나도 못하는데 여자가 어떻게 하느냐”며 말도 안 된다고 맞받아치자 흥분한 여자가 “내일 아침 8톤 트럭을 빌려오면 시범을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입씨름을 하다 헤어졌고 다음 날 다시 만났다.
여자는 타이어를 매고 8톤 트럭을 끄는 시범을 보여주는 대신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사람이 타이어를 몸에 끼우면 타이어의 무게만큼 질량이 증가하고, 땅과 발바닥의 마찰력도 증가해 8톤 트럭을 끌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해줬다. F=ma(힘=질량×가속도).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에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낯선 남녀를 결혼으로 맺어준 것은 ‘호기심’의 힘이다. “에이, 말도 안 돼” “정말 그럴까?”에 그치기 쉬운 호기심을 “그럼 한번 해보지 뭐” 하며 실제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스펀지>의 히트 공식이다. ‘맥주병은 다른 병들과 달리 가라앉지 않는다’ ‘음악소리는 불꽃도 춤추게 한다’ ‘팔굽혀펴기 10번만 하면 키가 커진다’ ‘아기공룡 둘리의 엄마는 육식공룡이다’ ‘둥근 수박을 모두 똑같은 맛과 크기로 자를 수 있다’ 등 <스펀지>의 명제들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심리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어린 자녀들의 무한한 호기심을 과학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징검다리 교재로 <스펀지>만큼 재미있는 책도 없을 것이다. 자녀에게 권하려다 부모가 먼저 읽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글·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장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