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와 로켓이다. 선생님! 북한도 로켓 발사했죠?” 한 아이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실패했다” “아니야” 등의 소리들이 터져나온다. 체험탐구학습 (주)핵교의 안혜영 인솔교사는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들 질문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안 교사는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아이들이 과학지식을 접하면서부터 질문도 많아졌어요.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힘들 정도”라며 “아이들의 과학지수가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의 질문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로켓 머리는 하늘로 올라가고 이건 바닷물에 풍덩 빠졌죠. 하하하.”
국립과천과학관 첨단기술관의 주말 풍경은 과학상식이 한층 더 높아진 아이들의 경연장 같다. 매년 4월이면 찾아오는 ‘과학의 달’이 올해로 42회째를 맞았다. 올해 과학의 달 표어는 과학기술을 통해 녹색성장을 실현하자는 ‘녹색성장! 과학의 힘’이다.
4월 한 달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 시도교육청, 학교, 연구소 등이 주관하는 행사만도 5백50여 개가 넘는다. 지난해와 달리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시나 체험 행사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천문의 해’이기도 하다. 별 축제, 천문 강연 등 미지의 세계,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주는 행사들도 전국 곳곳에서 마련된다. 오는 7월 나로우주센터(전남 고흥)에서 위성발사체(KSLV-1 로켓)를 자력으로 쏘아올리고, 10월에는 대전에서 국제우주대회가 열리는 등 대형 행사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과학을 피부로 느끼고 즐길 수 있다. 부지런히 찾아다닌다면 과학지수를 한껏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08년 11월 14일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은 개관 이후 하루 관람객만도 1만여 명이 넘는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나들이 명소가 됐다.
4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 개관 30분을 앞두고 유치원, 과학동아리, 체험학습교실 등에서 단체관람하러 온 어린이와 교사, 유모차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 등 5백여 명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문이 열리자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아이들은 1층의 기초과학관과 어린이 탐사체험관으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들은 익숙하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첨단기술관 2관으로 달려갔다. 전시관별로 난이도가 달라 연령대별 맞춤형 전시가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주여행극장이나 스페이스캠프, 천체투영관 등 미리 신청해야 체험이 가능한 곳은 오전 10시쯤 ‘마감’을 알리는 팻말이 나붙었다. 태풍, 지진 등 기후체험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인기 코너는 주말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당일 체험이 힘들다는 게 전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학이란 옷을 걸쳤지만 8개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곳곳에는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많아 아이들은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자이로스코프 코너가 인기다. 부러운 시선을 받으면서 자이로스코프에 몸을 실은 김해들(10·경기 화성시 청원초교 4년) 군의 표정에 설렘과 호기심, 두려움이 엿보인다. 5분 동안 타고 나온 김 군은 “빙글빙글 돌아가서 어지러울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며 잔뜩 상기돼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일곱 살인 세 아이와 함께 온 김은미(44·경기 화성시) 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며 처음에는 전체를 둘러봤고 오늘은 첨단기술관만 볼 계획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한 번에 과학관 전체를 보는 것은 무리”라며 “테마별로 계획을 세워 부지런히 관람해야만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여러 차례 반복해 관람하다 보면 아이가 흥미를 갖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 그런 다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키워주면 될 것 같다”고 나름대로 터득한 관람 요령을 알려줬다.
과학기술 발전에 비례해 과학관도 진화해왔다. 예습하고 계획을 세워야만 체계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미리 신청하면 전문해설가의 도움을 받으며 호기심을 채워나갈 수 있다.
이날 부모님과 함께 찾은 중학교 3학년 이하은(15·서울 역삼동) 양은 미래소재인 전도성 섬유에 대해 전문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이 양은 “전자파는 몸에 해롭고 불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전자파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1층 기초과학관 지진체험실에서는 진도7의 강도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쓰촨성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지진 강도가 7.8. 그에 준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덧붙여 우리나라에도 올들어 크고 작은 지진이 14번 발생했다는 사실도 표로 정리돼 있다.
첨단기술관 1관 ‘뇌파는 마술사’ 코너는 뇌파를 이용해 사물을 움직이는 실험을 하는 곳으로 젊은 엄마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 중 하나다.
첨단기술관, 기초과학관 등이 과학의 힘으로 꿈을 실현하는 곳이라면, 천체투영관과 천체관측소는 미지의 세계, 우주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홍승수 교수는 “우주인이 달나라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현대 과학과 공학의 눈부신 발달 때문만은 아니라고 늘 생각해왔다”며 “달을 두고 노래한 시인들이 더 중요하고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처럼 꿈은 과학에 동력을 제공하고, 과학은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임은 틀림없다. 달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우주선을 만들었던 것처럼.
한 번에 2백73명이 들어가는 천체투영관에서 넓은 홀의 둥근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우주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천장에 투영된 우주 영상은 태양계 행성을 거쳐 은하계로 이어진다. 광활한 우주 속에 지구는 백사장의 모래 한 알보다 작다는 것이 실감난다.
4월은 한국인에게 매우 뜻깊은 달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한 지 1년이 되며, 이를 계기로 꿈나무들에게 우주를 향한 무한한 가능성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 목록에 ‘우주인’이 추가된 것도 이제 낯선 일은 아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받은 훈련들과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실험 등의 과정을 담은 전시회도 과천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4월 23일에는 이 박사가 이곳을 직접 방문해 관람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만리장성이 모래로 뒤덮인다’ ‘해수면 상승으로 최고층 빌딩만 남기고 뉴욕이 물에 잠긴다’ ‘베네치아 광장이 비둘기 대신 알록달록한 열대성 앵무새로 붐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한 사진작가의 광고사진에 등장하는 카피다. 이에 따라 녹색성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올해 과학의 달 표어를 녹색성장으로 정한 것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를 막아보자는 열망과 녹색에너지가 국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은 것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4월 25일과 26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녹색나들이’라는 주제로 가족 과학축제를 연다. 전시보다는 체험가능한 프로그램들이 많고, 연극과 과학을 이용한 마술쇼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직접 만들어보는 탄소발자국 측정, 생활 속 탄소 발자국 줄이기 체험, 녹색성장을 위한 실천 약속 및 서약 등의 행사도 준비돼 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과학경연대회도 4월 25일과 26일에 열리는데 참가를 원할 경우 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www.kofac.or.kr)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대회별로 선착순 1천 가족이 참가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연구회 회원들이 준비한 과학 강연극과 과학원리를 이용한 마술쇼 ‘사이언스 매직쇼’(4월 21~26일)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과학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4월 22~25일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바이오에너지 관련 ‘자원순환 미래에너지 전시회’가 열린다. 원자력 50주년 기념 특별전도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와 산림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4월 21~23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은 “인류는 코스모스(Cosmos)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오늘 코스모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천문의 해’를 맞아 칼 세이건처럼 미지의 세계, 우주를 꿈꾸고 탐험할 수 있는 별축제, 천문관측 등 50여 개의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천체 관찰의 기본인 천체망원경의 종류와 사용법, 행성 찾기 등을 알려주는 천체관측교실이 대구시 과학교육관(4월 24일)과 서울과학전시관(4월 25일)에서 각각 열린다.
강원 횡성군 천문인마을에서는 4월 28일까지 천체관측대회인 제9회 ‘메시에(프랑스의 천문학자·1730~1817) 마라톤대회’가,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에서도 별자리 행사가 열린다.
국립중앙과학관 천체관은 4월 25일 천문우주강연회를 열고, 벽지 학교 등을 위한 이동천체관도 운영한다. 덤으로 천체사진전도 관람할 수 있다.
충남 중앙호수공원에서는 5월 2일 유방택(1352~1409) 별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린다.

과학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전 대덕특구 과학탐방 및 체험프로젝트, 고려대와 카이스트 청소년과학스쿨의 체험프로그램 등이 이미 진행됐다.
광주시 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4월 30일까지 수학·과학 체험활동을,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주과학실험교육이 열린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시한 18개 우주과학실험 중 과학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5개 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를 비교한다. 4월 30일까지.
이밖에도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 나비분류학의 선구자인 고 석주명(1908~1950) 선생의 나비표본 전시회와 다윈 탄생 2백주년, ‘종의 기원’ 출간 1백50주년 기념전시회도 볼거리다. 전문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석주명 선생과 다윈의 생애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강선임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 볼 만한 TV 과학프로그램 |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과학 및 환경 관련 방송 다큐멘터리들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EBS는 연초 방영됐던 ‘원더풀 사이언스’(목요일 오후 9시 50분)를 앙코르 방송하고 있다. 과학이 좋아지는 44가지 이유를 통해 우리 생활에 숨쉬고 있는 과학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4월 23일은 ‘몸으로 나를 증명한다, 바이오 인식’, 4월 30일에는 ‘힘의 진화, 중장비’편이 방영된다. 매주 테마를 선정해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다큐 10+’(EBS 월~수 밤 11시 10분)은 ‘알프스 야생동물의 귀환’에 이어 ‘분쟁지역 음식과 사람’을 취재해 보여준다. KBS ‘과학카페’는 과학의 달을 맞아 4월 18일(토)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를 24시간 밀착 취재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SBS ‘다큐플러스’는 4월 23일 낮 12시 30분 ‘인간의 땅, 우즈베키스탄’을 재방영하며, KBS가 1999년부터 이어온 생태환경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수 밤 10시)도 다양한 주제로 환경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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