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해 정보통신의 날을 바라보는 정보통신업계의 눈은 여느 해보다 남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컨버전스)’을 기치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지 한 돌을 맞았고,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성장 정체’로 미래 불투명성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2일을 되돌아보자. 새로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수장으로 내정된 최시중 위원장 후보는 “나는 산업으로서의 통신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없다. 그러나 지휘자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이 필요치 않다. 건전한 식견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추천으로 방통위원으로 선정된 인사 면면을 바라보던 업계에서는 ‘이대로 한국의 IT(정보기술)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방통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현 정부 아래서 IT정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구도 구축, 소비자 편익 제고, 컨버전스 시대의 대비로 요약된다. 대표적 방송·통신융합 서비스인 IPTV는 과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밥그릇’ 다툼으로 지난 5년 동안 허송세월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출범하면서 IPTV를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키로 해 올해 6월 말 IPTV법 시행령 제정, 9월 초 사업자 선정, 11월 상용화 등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IPTV 활성화를 위해 FTTH(댁내광가입자망) 등 네트워크 고도화 관련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5년 안에 IPTV 등 융복합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지금의 광랜 속도보다 10배 빠른 유·무선 초광대역 융합망(BcN)을 구축키로 했다. 전국 1만1천여 개 학교의 인터넷망을 고도화해 IPTV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공교육 내실화와 IPTV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통위의 복안이다.
또 IPTV, DMB 등 다양한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의 등장에 따라 중요해진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아울러 현재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전파법 등 다수 법률로 흩어져 있는 법령을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과 `‘방송통신 사업법’이라는 기초법을 근거로 법체계를 다듬고 있다.

방통위는 디지털 융합 환경의 도래와 세계적 미디어 기업의 육성에 미디어 정책의 핵심을 두고 규제체계를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디어 시장도 신문과 방송, 통신을 아우르는 융합 미디어가 주도해야 한다고 보고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방통위가 먼저 지상파 방송과 보도, 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 허용기준을 완화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이보다 더 나아간 미디어법안을 발의해 이 문제는 현재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발전했다. 방통위는 또 위성방송과 케이블TV에 대한 지분 제한을 49퍼센트까지 크게 늘리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겸영 제한도 현행 전국 77개 방송구역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이하로 완화했다. 또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방송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합편성 채널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방송광고 사전심의 제도를 완전 폐지하고 비상업적 공익광고 의무편성 비율도 완화하는 쪽으로 규제의 문턱을 낮췄다.
방송광고 판매 대행 독점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방통위가 마련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안도 앞으로 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방통위의 통신정책은 통신서비스 진입 장벽 완화를 통한 사업자 간 경쟁 촉진과 이로 인한 이용자 편익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을 허가제로 완화해 칸막이를 없애고 기존 사업자의 설비나 서비스를 도매 판매하는 재판매 제도를 도입하며 기간통신사업자의 겸업 승인 제도도 완화했다.
방통위는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번호를 부여했으며, 앞으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경쟁을 촉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집 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도입해 정체에 빠진 유선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인터넷의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인터넷 본인확인제 확대, 포털 사업자의 모니터링 책임 강화 등 대책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 같은 성과에도 관련 업계와 학계는 앞으로 방통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방통위,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로 쪼개진 정책기능을 조율할 ‘IT 정책 컨트롤 타워’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의 IT산업이 뒷걸음칠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정책 우선순위의 조정 필요성도 따져봐야 한다.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선진국들이 IT산업의 인프라 구축, 그린 IT에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는 반면 우리는 올해 추경예산에서 IT부분이 총액의 1퍼센트에 그칠 정도로 정책 순위에서 밀려 있다. 또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성장의 축이었던 IT산업은 성장 정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의 벽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면 과거의 예처럼 민간의 창의성과 피눈물 나는 노력, 정부의 아낌없는 정책적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그것이 이제부터 우리가 풀어야 할 큰 매듭이다.
글·유경수 연합뉴스 IT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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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