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Jop Sharing)가 공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기업과 금융기업이 일자리 나누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 직후부터다.
일자리 나누기는 일자리 창출과 달리 구성원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만큼 사측의 일방적인 실행이 불가능하다. 노사 간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복지기금 40억 원을 확보해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1000명의 미취업 주부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한 대한주택공사의 잡 셰어링은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이 복지기금은 원래 사원들의 체육행사, 건강복지 등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인데 사측의 제안을 노조가 흔쾌히 받아들여 일자리 나누기에 쓰게 됐다.
대한주택공사의 주부사원 선발 인원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300명, 지방은 700명이며 신청 자격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 중 만 65세 이하의 주부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가 우선이다. 신청접수는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1순위자(기초생활수급자)를, 2월 16일부터 17일까지는 2순위자를 대상으로 대한주택공사 각 지역본부 주거복지사업단과 주택관리공단 관리사무소에서 완료됐다. 신청서 접수 및 합격 여부는 대한주택공사 홈페이지(www.jugong.co.kr)나 신청서 접수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합격자 발표일은 2월 23일이다.
대한주택공사는 3월부터 6개월 동안 이 주부사원들을 고용해 전국 126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시행한다. 주부사원의 도움을 받는 가정은 △보건의료 지원(환자 수발, 통원치료 동행, 물리치료 보조) △정서 지원(치매노인 말벗, 취미활동 상대) △아동보호 지원(소년소녀가정 탁아, 학업 지도, 의부모 역할) △일상생활 지원(청소, 세탁, 취사, 목욕, 심부름) 등을 받게 된다. 대한주택공사 임대관리팀 서기식 팀장은 “돌봄 서비스가 시행되면 총 2만여 가정이 주거복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며 “돌봄 서비스 도우미로 선발된 주부사원은 1명당 10가정을 주 1회 방문해 하루 6시간씩 월 20일간 근무하고 매달 60만 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조폐공사도 잡 셰어링의 일환으로 정원의 4%에 해당하는 80명의 청년인턴을 조기 채용한다. 한국조폐공사는 공사 홈페이지(www.komsco.com), 알리오 시스템 등을 통해 2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청년인턴 모집을 공고했으며 서류 전형과 인성·적성검사 및 면접을 거쳐 3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모집 분야는 인쇄, 기계, 전산, 통신 등 12개 분야로 양성채용 목표제를 적용하고 국가유공자, 장애인, 저소득층에겐 가점을 부여한다. 채용된 청년인턴은 한국조폐공사 사업장이 있는 서울, 대전, 충남 부여, 경북 경산에서 근무한다. 한국조폐공사 홍보실 신한수 차장은 “인턴과정 우수 수료자에겐 정규직 공개채용 때 가점을 줄 계획”이라며 “당초에는 올해 정규직 신입직원을 10명 정도만 채용하려 했으나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임원과 간부직원들의 임금 반납 등을 통해 정규직과 청년인턴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출보험공사도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 한국수출보험공사 노조는 지난 1월 28일 대졸 초임을 25% 삭감함으로써 신규 채용 인원을 늘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대졸 초임을 낮춰 고용을 확대하는 일자리 나누기가 산업계의 이슈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노사가 이를 공식 합의해 추진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지난해 말 임직원의 성과급 일부 반납분을 재원으로 청년인턴제 선발 인원을 2배 이상 확대하는 등 청년실업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한국수출보험공사 유창무 사장은 “일자리 나누기의 취지 및 기대 효과를 노조에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호소해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청년실업 해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나섰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국책은행으로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자”는 공감대를 이끌어낸 데 이어 임금 동결, 명예퇴직 등으로 인건비와 경비를 절감해 신입행원 채용, 청년인턴제 확대 실시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수출입은행은 홈페이지(www. koreaexim.go.kr)를 통해 2월 3일부터 10일까지 청년인턴 지원자를 받았다. 올 2월 첫 채용을 시작으로 정원의 약 8%에 해당하는 60명의 대졸 인턴사원을 시차를 두고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수출입은행 인사팀 유재욱 과장은 “대학 졸업자를 우선으로 45명을 선발하는데 2월부터 8월까지 인턴과정이 끝나면 이 중 업무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30명은 4개월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며 “하반기엔 상반기 우수 인턴 30명 외에 15명을 추가 선발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 과장은 “국책금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다. 지난해도 임금 동결로 인건비와 경비를 절감해 16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했는데 사내 반응이 아주 좋았다. 청년인턴들에게 실질적인 업무를 맡기기 때문에 기존 사원들도 많은 도움이 됐고, 청년인턴들도 일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열심히 일하는 인턴들을 보면서 기존 사원들이 자극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업무의 전문성에 맞는 국제, 지역, 국제개발, 국제협력 관련 전공자를 선발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인턴사원 중 일부는 지방대 출신을 채용해 지점별로 1명씩 배치 운영한다. 아울러 인턴사원에게 일정 급여 외에도 4대 보험 가입 등 복리후생 혜택도 줄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 최희정 행원은 “지난해까지는 취업준비생의 입장이었는데 그때 임금을 좀 낮게 받더라도 취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취직한 사람들이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청년실업 해소와 취약계층 고용 증대를 위해 인턴사원과 단시간 근로자를 합쳐 1200명을 신규 채용한다. 이 중 인턴사원 200명은 지난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한 채용박람회에 참가해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됐으며 3월 1일부터 10개월간 근무한다. 또 경마 업무를 보조할 단시간 근로자 1000명은 올해 1분기 중 채용할 계획인데 지난 1월 이미 100명을 뽑았다. 단시간 근로자 채용 대상은 고졸 이상 미취업자로 고용 기간에 제한이 없으며 주말에 이틀씩 월 8일 근무하고 월 평균 56만 원을 받는다. 한국마사회 홍보실 김원영 과장은 “지난해 노사가 2년간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직원들이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 일부를 반납해 올해 단시간 근로자와 인턴사원을 대대적으로 채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직원들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고통 분담이 청년실업 해소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도 일자리 나누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각종 경비를 아끼고 연구소를 통폐합해 절감한 예산 19억 원으로 지난해 말 2757명의 계약직 사원을 채용한 것. 이들은 각각 전국 농경지 토양검정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214명, 농산물 생산·수출현장 기술 지원에 1931명, 농가 기술경영 컨설팅 및 농산물 소득조사에 181명, 유휴지 활용 바이오에너지 및 조사료 작물 생산에 381명, 해외농업정보 시스템 구축에 50명이 투입됐다.
농촌진흥청 조우석 박사는 “이들은 현재 전국 각지의 농촌진흥청에서 영농 현장에 실익을 주고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들을 채용하는 데 총 156억 원이 소요되지만 지난해 절감한 예산에서 19억 원을 충당하고 모자란 137억 원은 올해 △외산기자재 국산대체 절감△국외출장 등 해외경비 절약 △난방비, 전기료 등 에너지 절약 △유사 연구과제 통폐합 등 사업비 절감 △출연 연구과제 절감 운영 등을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남 양산시 공무원들도 “일자리 창출에 써 달라”며 성과상여금 일부를 반납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양산시는 지난 1월 19일 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지급 예정인 성과상여금의 18%에 해당하는 4억 원을 반납해 일자리 창출에 쓰기로 하고 같은 달 산불감시원 100명을 추가 채용했다. 이 업무를 담당한 양산시청 산림공원과 정영섭 씨는 “일용근로자와 실업자, 정기소득이 없는 시민 중에서 산불감시원 종사 희망자 100명을 선발해 기존의 산불감시원 100명과 함께 관내 산불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이들은 오는 5월까지 산불감시 활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근섭 양산시장은 “산불감시원이 2배로 늘어난 만큼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들에게 조그만 일자리라도 더 만들어줌으로써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이 다소나마 해소되길 바란다.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우리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 관계자도 “공무원들이 저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반납한 성과상여금으로 시민들에게 한시적이나마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어 기쁘다”며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밖에도 인천공항공사, 산림청, 마산시청 등도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 중이다. 청년실업은 분명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풀어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공기업과 지자체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노력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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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