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 그림 속 나의 마을
유키히코와 세이죠 쌍둥이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말썽쟁이 형제. 둘은 다 자란 토란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허수아비에 달린 전구를 깨는 등 어머니 속을 꽤나 썩이는 친구들이다. ‘하얀 풍선’이나 ‘아빠는 출장 중’ 같은 영화가 그러하듯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단한 어른의 세계는 모순 투성이다. 히가시 요이치 감독은 나무 위의 세 요정 노파, 숲 속의 도깨비, 말하는 망둥이 등 지극히 환상적인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픽션과 다큐의 경계를 허물며, 마술적인 자연주의의 세계를 펼쳐낸다. 담백한 자연의 맨얼굴에서도 인간의 유머를 잃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 열세 살, 수아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부모도 한때 아이였다는 사실을. 제목 열세 살과 수아 사이에 찍혀 있는 쉼표처럼. 주인공 수아를 통해 기억의 수로에 묻혀 있던 10대 초반의 나를 만나고, 반대로 아이들은 까맣게 모르는 부모의 10대 시절은 어떠했을까, 물음표를 마음에 품을 수 있다. 가장 험난하고 어렵더라도 푸르디푸른 희망의 발견. 여러분의 수아는 지금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빌리 엘리어트
1984년 총파업 시기 영국 북부, 광부의 아들인 빌리는 사내라면 모름지기 권투를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권에 사각의 링에 서게 되지만 정작 하얀 발레 슈즈에 마음이 사로잡히게 된다. 아일랜드의 벽돌담 위에서도, 연기가 뿌옇게 들어찬 동네 체육관에서도, 술에 취해 잔뜩 화가 난 아버지 앞에서도 기꺼이 춤을 추는 빌리. 그의 춤은 체제와 관습에 항거하는, 모든 것을 걸고 자신 안의 싹을 꽃 피우려는, 콘크리트 대지를 뚫는 힘찬 맥박이다.
■ 천국의 아이들
운동화 살 돈이 없어 오빠와 동생이 번갈아 같은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 알리와 자라는 고달픈 현실의 조건을 한가득 등에 싣고 달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한 천사들이다. 그렇게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빈 신발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뽀얗게 반짝이는 나의 신발은 얼마나 부끄러운 욕망들의 집합소인지 깨닫게 된다. 알리의 터진 발을 위무하는 금붕어들은 이란의 척박한 현실에서도 꺾이지 않는 아이들의 생명력이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이 작품은 간결하지만 서정성 넘치는 이란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 이웃집 야마다 군
1970~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유년시절의 한 컷으로 떠오를 만화들이 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빨간머리 앤. 바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들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감독인 그가 이웃집 가족 같은 야마다 군을 내세워 소소한 삶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별한 기승전결은 없지만, 촌철살인의 유머와 리듬 감각으로 가족 간 힘겨루기와 이기주의, 화해와 무관심 같은 일상의 순간들을 더없이 세밀하게 포착한다. 
■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감독은 후샤오센과 함께 대만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새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인생의 신비와 순환의 기운이 이미 한 가족 안에 들어 있음을 말해주는 걸작. 영화 속에서 사랑하고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버거운 인생의 무게는 어느 세대나 그리고 가족 누구에게나 동일한 무게로 다가온다. 두 시간 반이 넘는 상영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지더라도 꼭 포개진 이야기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진주 같은 삶의 성찰을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미스 리틀 선샤인
절대무패 9단계의 동기에 심취한 성공 전도사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반발해서 2주째 동네에서 파는 닭튀김만 내놓는 엄마. 그런데 비행사를 꿈꾸던 소년은 알고 보니 색맹이고, 프로스트의 석학을 꿈꾸던 삼촌은 알고 보니 애인을 경쟁자에게 뺏겼고, 미(美)의 여왕을 꿈꾸던 막내는 알고 보니 지나치게 통통하다. 가쁜 호흡으로 번지수를 잃어버린 우리에게 한 줄기 햇살을 선명하게 드리우는 영화. 구겨진 생을 다림질하는 깨끗한 따뜻함을 선사한다.
■ 아름다운 비행
소녀 에이미는 늪지대 개발의 여파로 엄마 거위를 잃은 아기 거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결심을 한다. 어머니를 잃은 소녀가 바로 거위들의 어머니 역할을 함으로써, 소녀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아버지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캐나다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소녀와 그 뒤를 쫓아다니는 거위들의 비행이 화면을 압도한다.
■ 날아라 허동구
‘주전자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칠 법한 허동구는 IQ 60의 ‘물 반장’. 치킨집 사장을 하는 아버지는 최고의 ‘빽’이자 든든한 우군이다. 선생님이 특수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도, 끝끝내 동구의 일반학교 졸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늘 물을 따르던 동구에게 짝이 물을 따라주는 장면, 선생님이 동구에게 한 바퀴를 뛰라고 하자 두 바퀴를 더 돈 후 ‘한 바퀴는 짝 주려고 했다’는 운동장 신은 영화의 베스트 장면. 우정, 가족, 장애인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고민들을 따뜻한 온기로 풀어낸다.
■ 집으로
평범한 시골 할머니와 서울 손자의 뜨악한 동거. 바늘귀 하나 낄 줄 모르는 할머니를 비웃던 상우가 홀로 남겨질 할머니를 위해 그림 편지를 남기는 순간, 어느덧 우리는 깨닫게 된다. 할머니의 고요하지만 끊임없는 포용의 손길이 얼마나 오랫동안 철부지인 나를 키워냈던가를. 영화를 보고 나면, 꽃고무신을 사 신으라며 꼬깃꼬깃하게 접힌 돈을 쥐어주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글·심영섭 영화평론가, 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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