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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급작스런 경제위기는 우리 가정생활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입 감소, 빚과 이자 부담의 고통,
실직의 두려움 등이 매일 어깨를 짓누른다. 그중에서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단연 우리의 ‘아빠’들. 과연 아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보통의 아빠들이 받는 첫 번째 스트레스는 경제적 불안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구조조정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아빠들은 ‘과연 내가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킬 것인가’ 고민한다. 이것은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다. 아빠들은 주변 사람들의 퇴직 또는 실직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혹시 나도…’ 하는 예기불안에 휩싸인다. 설사 당장은 실직 위험이 없는 아빠일지라도 미래의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 씀씀이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대출을 많이 받은 아빠들은 연이은 자산가치 하락에 마음고생을 하면서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에 좌절감과 분노마저 느낀다. 

둘째, 위치적 불안이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 대접받던 아빠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빠는 돈만 벌어다 주는 사람 또는 자녀의 학원비를 충당해주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아빠는 자녀의 시험 스케줄에 맞춰 여가활동 계획을 잡아야 한다. 또한 집에서 큰소리를 내면 안 되는 분위기다. 가족 전체의 필요성에 따라 아빠는 나름대로 몸을 낮추지만,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또는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다.

셋째, 기능적 불안이다. 아빠는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아빠는 집안의 가장이며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른바 ‘슈퍼 대디(super daddy)’를 원하고 있다. 돈을 잘 벌어오는 것은 기본적 의무이고,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어야 함은 물론 자녀와 잘 놀아주고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엔 곧바로 옆집 아빠 또는 내 친구 아빠와 비교당한다.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와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던 지금의 아빠들은 도대체 내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고 대화해야 할지 모른다. 모처럼 마음먹고 아이와 놀아주면 “아빠는 재미없어”라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잘 나누어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그날 저녁 말을 걸면,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경제적·위치적·기능적·신체적 불안이 스트레스 원인
넷째, 신체적 불안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우리 마음뿐 아니라 신체마저 갉아먹는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이 곁들여지면서 아빠의 몸은 한두 군데 망가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잦은 야근과 회식이 겹치다 보면, 아빠의 여러 신체 장기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40대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의 아빠들은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불안한 건강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제부터 해결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예기불안을 없애자. 예기불안은 일종의 불안신경증이다. 경제가 좋지 않아도 나중에는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물론 현재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 목소리를 크게 내자. 누가 뭐래도 집안의 가장은 아빠다. 가족들도 자신감 넘치고 리더십을 갖춘 아빠를 좋아할 것이다. 군림하려 하지 말고 모범을 보이면서 ‘나를 따르라’고 해보라. 아내를 존중하고 배려하라. 그러면 아내는 더 큰 존경과 배려를 돌려줄 것이다. 자녀를 믿고 기다려라. 자녀는 내게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으로 화답할 것이다.

셋째, 좋은 아빠 되는 법을 공부하자. 이제껏 익숙하지 않아서 또는 몰라서 못했던 것뿐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하지 않은가. 서점에 들러 눈에 띄는 육아 서적, 특히 좋은 아빠 되는 법에 관한 책을 한 권 구입하라. 책에 있는 대로 그대로 해보라. 처음에는 어색하고, 기대만큼 잘 되지 않겠지만 점차 노력하면서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가족 전체가 인식할 것이다. 또한 좋은 아빠 되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넷째, 운동을 하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동네 근처를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라. 사무실에서 중간에 맨손체조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빠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면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의욕이 생겨날 것이다. 술과 담배도 줄이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체중 증가는 조심하라.

경제위기의 심각성이 고조됨에 따라 아빠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자신의 스트레스 원인이 무엇인지 잘 점검해보고,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분명 해결책도 있다. 아빠들이여, 파이팅!

글·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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