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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정하연(38) 씨는 요즘 장을 보러 가기가 두렵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닭고기 한 팩, 쇠고기 한 근, 고등어 한 손, 달걀 한 판, 라면(5개들이), 양파 한 봉지, 콩나물, 수박만 샀는데도 영수증엔 5만원 가까운 금액이 찍혀 나왔다. 정 씨는 “1만원 한 장으로는 요즘 살 게 없다. 정부는 물가 상승이 둔화된다고 발표하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건 전혀 딴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6월 2일, 5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7퍼센트가 올라 1년 8개월 만에 2퍼센트대에 들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물가 안정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생활물가(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4백89개 품목 중 구입 빈도 및 지출 비중이 높은 1백52개 품목을 바탕으로 산출한 물가지수)로만 보면 체감 물가는 높게만 느껴진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닭고기 1킬로그램당 5월 평균 가격(소매 기준)이 5,547원으로 1년 전보다 53퍼센트 급등했고, 고등어(중품) 한 마리 가격도 지난해 5월 2,832원에서 올해는 4,143원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이밖에도 배추, 무, 감자 등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수급 악화가 꼽히고 있다. 배추는 봄가뭄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했고, 달걀과 우유는 사료값 인상이, 고등어는 어획량 감소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생활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이처럼 주로 공급 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변동성이 크지만 지속성은 짧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보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분석과는 별개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교육비, 외식비, 공산품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물가 안정을 위해 낮췄던 30여 개 수입품목 관세율이 다음 달부터는 원상회복됨에 따라 곡물값 상승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은 내수시장은 물론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쳐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정부가 다시금 물가를 다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물가 관련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물가안정위원회를 없애고 8월 말부터 위기관리대책회의가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 조율을 맡을 예정이다. 물가 변화에 더욱 체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에서다.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오른 택시 기본요금을 시작으로,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정됐던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확정된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 외에 추가 인상은 없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또 올리는 시기도 서민 부담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들도 가능하면 연내에는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간 공공요금 현실화를 주장했던 지식경제부 역시 점진적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가 인상 요인을 적극적으로 제어하자는 데 정부와 지자체들이 뜻을 같이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訪美) 전날인 6월 15일 제1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이제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안보와 경제, 특히 민생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힌 것은 이와 같은 정부의 각오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서민들이 경제회복을 체감하는 데는 거꾸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민과 중소기업정책에 역점을 두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서민정책에 가장 큰 신경을 써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서민정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물가 상승을 둘러싼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감세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편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부가 추진한 감세의 약 70퍼센트 가까운 혜택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감세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2008년 9월 1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과 올해 상반기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종부세 및 소득세 인하와 기업 부담을 경감해주는 법인세 인하의 두 축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까지 종합소득세율은 소득구간에 따라 2퍼센트 포인트씩 일률 인하된다. 이에 따라 8~36퍼센트에 이르던 세율이 6~34퍼센트로 줄어든다. 또 1인당 공제액(1백50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50만원 증가)을 늘리는 대신 연간급여 5백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근로소득공제를 100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줄였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소득공제 효과가 커지도록 배려할 것이다. 자녀교육비 공제와 의료비 공제도 늘렸다.
 

법인세도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해 순이익 2억원 이하 기업에는 1퍼센트 포인트 인하하고, 2억원 이상 기업에는 2퍼센트 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런 세율 인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중소기업 숫자가 훨씬 많아 그 혜택이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일각에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실종되어 있다”고 비판하지만 정부 정책의 상당 부분은 서민을 위한 정책에 집중돼 있다. 실례로 정부는 지난 3월 11일 총 6조1천억원 규모의 ‘민생안전 긴급지원대책’을 확정 발표하고, 생계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생계가 곤란한 1백20만 가구에 생계비가 지원되고 있으며, 25만명에게 일자리와 월 80여만원의 급여를 제공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적극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여당은 민생법안을 더는 미뤄둘 수 없다고 보고, 6월 국회에 30개 ‘긴급 민생법안’을 상정해놓고 있다. 긴급 민생법안에는 비정규직 보호3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을 비롯해 고용보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채무자 회생 및 파산 관련법, 축사의 부동산등기에 관한 특례법,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등이 포함됐다. 여당은 6월 중 국회가 열리는 대로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글·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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