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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530호

“北, 결국 北·美 대화 꺼낼 듯”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하기까지 북한의 행보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정치적 불만을 표시하며 장거리 로켓 등 미사일을 발사했고,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하자 보복 형식으로 핵실험을 강행했다.

1차 핵실험 당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북한 돈 2천4백만 달러를 동결하는 금융제재를 가했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장거리 미사일과 중·단거리 미사일 등 모두 7발을 동해상으로 무더기 발사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월 15일 결의안 1695호를 채택해 제재를 가하자 이에 반발해 10월 9일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채택에 반발했지만, 11월 1일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한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11월 28일과 29일 미·북·중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고 이어진 회담을 통해 2007년 2·13합의가 이뤄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직접 대화를 바랐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다. 북한은 올해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같은 달 14일 유엔이 대북 비난 성명을 채택하자 이에 반발해오다 5월 25일 두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북한이 이제까지 해온 행태를 답습한다면, 조만간 미국과의 대화 무드를 조성할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자신의 책 <북한의 선군 외교>에서 북한은 1993년 이후 대미 핵협상 과정에서 핵실험 같은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이에 국제사회의 맞대응이 나오면 위기관리 모드로 전환한 뒤 협상국면을 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으니까 북한이 이번에도 미국과의 협상에 조만간 나설 것이라는 논리에는 약점이 있다. 이런 논리는 북한 핵을 둘러싼 상황의 주도권은 오로지 북한 지도부에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나 북한 지도부 내부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분위기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다르다. 이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은 이제 미국을 향한 ‘협상용’이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인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 보위용’임이 명백해졌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앞에서는 대화를, 뒤에서는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면 대화를 통해 지원을 약속했던 과거 방식이 북한의 버릇을 망쳤다는 반성도 많다.

북한 지도부도 3년 전의 그들이 아니다. 후계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건강에 이상이 생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늙어가고, 인민들에게 제시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는 3년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은 조급하다. 북한의 1차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에서부터 3개월 이상 걸린 반면 이번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1개월 20일 가량이 걸렸다. 북한은 1차 핵실험 때는 실행 1주일 전 국제사회에 예고했지만, 이번에는 포괄적인 가능성만 언급한 뒤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했다. 여유가 없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럼 어떻게 될까. 우선 북한과 국제사회의 벼랑 끝 대치는 1차 핵실험 이후보다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유엔을 중심으로 추가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거나 금융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1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의 명백한 핵 보유는 중국의 국가 이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가능한 한 많은 핵기술을 보유하려 할 것이다.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3차 핵실험이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언젠가는 대화의 장에 나설 것이다. ‘핵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미국 행정부에 북한은 위기이자 도전이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북한은 다시 대화로 시간을 끌면서 핵기술 개발과 경제적 지원 요구를 병행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되는 대화는 과거의 북미 대화와는 다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 그대로 강력하고(turf) 직접적(direct)인 것이 될 것이다. 핵능력이 커진 북한은 더 큰 ‘대가’를 요구할 것이고 미국은 더 확실한 ‘진실’을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진실의 순간’에 다시 한 번 서야 할 것이다.

예측 가능한 것은 여기까지다. 다음부터는 시나리오의 영역이다. 모두가 바라는 순서대로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협상을 통한 해결이다. 둘째, 북한의 변화를 통한 해결이다. 마지막은 북한의 파국을 통한 해결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대신 한국과 미국 등의 도움을 받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두번째는 북한 지도부가 교체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핵이 아닌 경제개발 등 다른 생존추구 전략을 찾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도 국제사회도 전환에 필연적인 불확실성을 한동안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 경우는 더 설명하기도 두렵다. 미국 민주당 행정부는 1994년 1차 핵위기를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고민한 적이 있다.

북한이 처음의 두 길을 걷기 바란다. 비핵화되고 개방화된 북한과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며 한국인의 한결같은 염원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깨달았으면 한다.

글·신석호(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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