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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530호

핵실험 20시간만에 안보리 소집


북한이 강행한 2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보이고 있는 대응의 기조는 신속함과 단호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월 25일 새벽 2시(이하 미국 현지 시각) 이례적인 긴급성명을 내고 “국제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완전히 무시한 이날 행동을 통해 북한은 직접적이고 무모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며 “북한의 행동은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안보리는 북한 핵실험 20시간 만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회의 직후 내놓은 공식발표문에서 “북한은 안보리 결의 1718호(2006년 10월 채택)를 명백하게 위반했으므로 이를 규탄(condemn)한다”며 “안보리 회원국들은 즉각적인 안보리 결의문 마련 작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핵실험의 여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 막 제재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안보리가 공식발표문을 내놓은 것은 국제사회가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엄중한 시각을 반영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안보리 순회의장인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5월 25일 “이번 사안은 안보리 결의 1718호뿐 아니라 핵확산방지조약(NPT)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까지 위반한 것”이라면서 “매우 심각하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도 회의 후 “‘우리’가 오늘 나눈 얘기들은 ‘신속하고 통일된 비난’이었다”고 말해 중국과 러시아도 이견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지난 4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와는 달리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데 이사국 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장거리 로켓 발사 때는 탄도미사일인지, 북한의 주장대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핵실험 강행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이론(異論)이 전혀 없다는 것. 제임스 존스 미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은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전에 없이 강력한 목소리로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북한의 핵개발과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남은 논쟁은 북한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느냐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안보리의 새 결의가 1718호를 바탕으로 제재가 추가되는 형식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군사적 수단의 동원은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작성, 5월28일 한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국에 배포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초안에는 북한 선박 등에 대한 화물 검사 시행 시 "필요한 모든 수단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표현, 무력행사를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재결의의 골간은 1718호 결의의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가 고려하고 있는 ‘강화된 대북제재’의 핵심은 1718호 8항에 자세히 열거돼 있다. 모든 회원국의 이행의무사항을 적시한 8항은 각국이 법 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 내 자금과 기타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들을 결의안 채택일로부터 즉각 동결토록 했다. 또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등과 연루된 것으로 지정된 자와 그 가족이 자국에 입국하거나 경유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안보리는 이번 결의의 실효적 집행을 위해 1백92개 회원국에 대해 결의문 채택 후 한 달 이내에 각국의 이행조치 보고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무기금수 대상을 미사일 및 그와 관련된 대량살상무기에서 경화기로 확대하고, 제재대상 북한기업을 늘리는 한편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인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제임스 존스 미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은 5월 27일 미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가능성과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변화(Change of Behavior)를 가져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그 결단 역시 임박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했으며 6자회담에서의 합의를 파기하는 선택을 했다”며 “이런 행동에는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 장관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응분의 대가’는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은 위협을 통해 주목을 받으려 하고 있지만, 위협을 통해서는 자신들이 갈망하는 관심을 결코 받지 못할 것이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만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다시 발동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DA 제재를 진두지휘했던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과 대니얼 글레이저 차관보가 여전히 재무부에 건재하고 있어 제재 발동은 결단의 문제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단지 BDA에 있던 북한의 자금을 인출시켜줬을 뿐 BDA에 대한 제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런 제재 방안들을 다시 사용할 수 있고, (북한이 이용하는 은행을) 국제금융시스템 위반으로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북한 정부의 해외 금융계좌 접근에 대한 제한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재무부가 현재 은밀하게 또는 공개적으로 추진 중인 이 조치는 김정일 일가의 유럽 및 중동 금융계좌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 가운데 핵 관련 물질이 선적돼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강제 수색권을 발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 마련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해제했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의거한 제재를 받게 되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들의 대북 차관제공의 근거도 없어지게 된다.

미국이 안보리 제재와는 별도의 독자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안보리 결의이행의 실효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를 비롯해 안보리는 모두 10차례에 걸쳐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했지만, 결의문에 담긴 내용을 철저히 이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이 양자대화에 나서면서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잊혀진 결의’가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제재를 강행한다 해도 제재의 목표는 원칙적으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오기 위한 것이지 북한체제의 붕괴나 징벌 성격의 제재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 미국 정책당국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보수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와 미국이 취하고 있는 변화된 대북 접근법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며, 대북 압박 강화를 통해 핵 프로그램 폐기를 논의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핵실험 이틀 뒤인 5월 27일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 위배되며 북의 상황이 더 이상 악화돼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뜻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우려와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 부주석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경고’에 가까운 것으로, 핵실험 당일과 이튿날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 성명과 대변인 성명에서 발표한 내용보다 훨씬 강경해진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결사반대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확산을 저지하며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한결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정세를 더욱 악화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6자회담의 궤도로 돌아와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치우(環球)시보>는 5월 26일 ‘북한은 다시 위험한 장난을 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핵무기는 일시적인 교섭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소국(小國)이 핵무기에 의지해 자국의 안전을 유지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전문가 2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10명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좀 더 엄중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5월 26, 27일 연이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단호히 반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에 저항하는 것’ 등의 제목으로 1면 기사로 취급했다.

하지만 핵실험에 대해 <런민일보>는 5월 28일까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5월 26일 ‘평양의 핵실험이 베이징에 충격을 주다’라는 제목으로 1면에 소개하는 등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5월 27일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불러 핵실험 실시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내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 대사 소환 사실을 전하면서 김 대사에게 역내 안보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6자회담에 북한이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핵실험 당일인 5월 25일 성명에서도 “이번 핵실험은 동북아시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러시아 언론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러시아가 추가 제재는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추가 제재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2006년보다 심한 제재에는 동참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드>는 “북한에 대한 제재보다는 경수로 건설 등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글·구자룡(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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