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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는 미뤄져왔다. 평양에 대해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를 이어오던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도 대통령 친서를 보내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우리 정부와 미국의 이러한 온건한 분위기가 무르익던 5월 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평양은 과연 5월 중순 서울과 워싱턴의 분위기를 몰랐던 것일까.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 이후 북한의 정책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서울과 워싱턴의 최근 ‘온건’ 기류를 정확하게 읽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핵실험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북한 내 대남라인의 몰락이 한몫한 것 같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이나 미국의 기류를 볼 줄 아는 이들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지난해 말 인사 이후 전권을 장악한 군부의 강경노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이다.

북한의 강경조치 패턴이 일정한 시간표에 따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즉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는’ 해로 선포한 2012년까지 북미관계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한 결과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을 결정지을 대선이 예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평양과 워싱턴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3년에 불과하다. 평양 처지에서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쇠약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와 후계문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올 들어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음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1998년(대포동 미사일 발사)과 2006년(1차 핵실험)의 도박이 둘 중 하나에 관한 것이었다면, 최근 북한은 이들 둘을 조합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과시한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은 곧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다음 절차는 당연히 ICBM 발사다. 향후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수준(중량 1톤 내외)으로 경량화한 핵탄두 개발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재 북한이 ICBM 발사나 탄두 경량화를 완수할 만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강경 행보는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술적으로 ‘다음 단계’를 감행해 미국이 ‘현존하고도 명백한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으로 인식할 만한 수준으로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미국 본토까지 핵을 날릴 수 있는 나라.’ 이는 김일성 주석의 꿈이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목표였다. 북한 처지에서 핵 보유든 대화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이 협상보다는 ‘궁극적 핵 보유’를 목표로 한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져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황일도(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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