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제목 없음 제목 없음 제목 없음


 

얼마 전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키 활주로’로 알려진 볼리비아의 차칼타야 빙하(해발 5216미터)가 녹아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구온난화의 여파다. 우리가 입는 옷, 우리가 사는 집, 우리가 먹는 음식물,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주는 온갖 종류의 상품과 자동차, 이 모든 것들을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멈출 수는 없지만 저탄소 녹색소비·생산으로 체질을 바꾼다면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가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다. 이는 인간이 현재의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고, 배출된 오염물질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땅과 바다의 면적을 의미한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이미 지구 생태용량을 40퍼센트 초과한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2005년도의 생태발자국은 3.7헥타아르(ha)로 세계 평균인 2.7헥타아르보다 40퍼센트를 더 쓰고 있다. 우리가 먼저 노력하지 않고 우리보다 소비수준이 낮은 나라 사람들에 지구가 뜨거워지니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환경을 고려하는 저탄소 녹색소비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실천할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하지 않거나 혹은 다르게 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생활을 실현하는 방법들이다.

 



2005년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무실에서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풀거나(Cool Biz) 겨울철에는 웃옷을 입도록(Warm Biz) 권했다. 일본정부는 이 캠페인을 통해 여름철 사무실 온도를 섭씨 2도 높일 경우 연간 1백60~2백9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여 3천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는 직장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하절기 기간을 5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로 지난해보다 1개월 늘였다. 환경부는 기후적응 복장을 유통업계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다림질이나 드라이클리닝을 덜 해도 되는 옷을 골라 입는 것 역시 에너지를 덜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방법이다.

 



환경부와 그린스타트(www.greenstart.kr)는 최근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만들었다. 이 계산기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25킬로미터를 자전거로 출퇴근할 경우 탄소가 배출되지 않지만 지하철은 0.04킬로그램, 버스는 0.69킬로그램, 승용차는 무려 5.25킬로그램을 배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온실가스가 훨씬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면, 경제속도(60~ 80킬로미터/시간)를 준수하고 정속 주행을 하면 속도 변화가 큰 운전보다 연료를 최대 6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주정차할 때는 공회전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분을 공회전하면 1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연료가 낭비된다.

 



최근 탄소라벨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라벨은 제품의 원료 채취, 생산·유통·사용,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마크다. 탄소라벨이 있는지를 살펴 이왕이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녹색 소비자의 자세다. 이 제도는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데, 현재 시중에는 우유나 두부 등 식품뿐 아니라 가구류, 세탁기 등에도 이 라벨이 붙어 있다.

 



무조건 새것, 큰 것을 찾을 게 아니라 쓰던 물건을 다시 써 자원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주택가나 상가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쓰던 물건을 기증하면, 단체들은 이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수선해 제3세계에 기증하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은 단체의 목적사업에 사용한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가게(1577-1113),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의 녹색가게(032-665-5828)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에 이런 단체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방문해보자. 경기 과천시에 살고 있는 필자는 새 학기를 맞이해 아이의 교복이나 학용품을 녹색가게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고, 아이 발이 커져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신발을 기증한 적이 있다.



 

 



녹색소비의 기본은 이왕이면 친환경 상품을 사서 쓰는 것에서 출발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친환경 상품은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일부 재활용 제품은 품질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환경마크를 인증받은 친환경 상품이 6천여 종류나 된다. 품질도 우수하고 가격도 다른 제품과 비슷해졌으며 디자인도 깔끔해졌다. 시중에는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친환경상품종합정보망(www.ecoi.go.kr)을 참조하면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탄소마일리지 제도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이 제도는 전기, 연료, 수도 등 에너지 사용자가 전년도와 금년도 에너지 사용량을 정해 사용절감액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http://energy.gangnam.go.kr)의 경우 가정이나 공공기관, 학교, 기업체에서 에너지 절감으로 이산화탄소 10킬로그램을 감축할 때마다 마일리지 1포인트를 부여하고, 1포인트당 1천원의 범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10킬로그램을 감축하려면 도시가스는 4.3세제곱미터, 상수도는 17세제곱미터, 전기는 23킬로와트를 절약해야 한다. 강남구청에서는 개인은 최고 10만원, 학교는 최고 5백만원, 기업은 최고 3천만원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강남구의 총 22만 가구 중 현재 11만5천 가구가 참여해 그중 4만5천 가구가 탄소마일리지 혜택을 받았다. 이 제도를 시행한 지난 6개월 동안 강남구는 온실가스를 총 1만1천 톤 줄였다.

 



모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과 가축 가운데 어느 것이 대기 중 온실가스를 더 증가시킬까. 정답은 가축이다. 놀랍게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8퍼센트가 가축에서 나온다고 한다. 소 1만 마리가 내뱉는 트림은 하루 2백20톤 가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 또 가축의 배설물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나온다. 목축을 위한 산림 벌채나 비료 생산, 육가공 공장에 대한 에너지 공급 등 부수적인 일까지 따져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도 많이 쓰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비해 연비가 4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식품군에서는 채소나 과일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할을 한다. 붉은색 육류에 비해 생산 에너지를 대략 4분의 1밖에 안 쓴다. 그러니 이왕이면 육식 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채식은 환경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고기를 끊고 살 수 없다면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는 것이 탄소를 줄이는 방법이다. 쇠고기를 1킬로그램 생산하려면 곡물 7킬로그램이 사료로 쓰이는 반면, 돼지고기는 4킬로그램, 치즈나 계란은 3킬로그램, 닭고기는 2.2킬로그램 정도면 된다. 유엔의 한 보고에 따르면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유럽산 승용차로 2백50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염두에 두고 먹을거리를 고른다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푸드 마일리지란 식재료가 생산지에서 운송수단을 거쳐 우리 집까지 오는 데 소요되는 거리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비료, 항생물질, 포장용 종이, 플라스틱 등 생산과 유통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푸드 마일리지는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푸드 마일리지가 적은 식품을 소비한다면 그것이 곧 녹색소비다. 외국의 경우 로커보어(Locavore)라고 해서 자신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식만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1백6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음식은 먹지 않는다.

그러니 장을 볼 때는 가격이 싸다고 수입산을 고를 게 아니라 국내산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한살림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산 쌀 8킬로그램은 중국산보다 온실가스를 5백22그램 더 적게 발생시키고, 국내산 간장 9백그램은 같은 양의 미국산 간장보다 온실가스를 5백70그램 적게 배출한다고 한다.

 



앞서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음식을 고르라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국내에서 재배된 식재료라고 해서 무조건 푸드 마일리지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국내산만 고집하면 온실 재배 채소나 과일을 먹게 된다. 그러면 탄소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우리가 겨울철에 국산 딸기나 수박을 먹으려면 그만큼 비닐하우스에서 경유를 태워 온실을 덥혀 재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것이 대안이다. 싸고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제철 음식은 곧 탄소저감 음식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푸드 마일리지 운동은 가정보다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구내식당과 같은 곳이 더 적합할 것이다. 개인이 겨울철에 딸기를 사먹고 싶다는 욕구를 억제하기는 힘들지만, 구내식당 식단 매뉴얼에 제철 과일을 제공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소비는 거창하지 않다. 위에서 소개한 아홉 가지 지침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 위력은 매우 크다. 우리 모두 녹색제품을 쓰고 녹색소비를 실천할 때 기업도 녹색상품을 생산하고, 녹색기술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녹색소비는 녹색성장을 이끄는 힘의 원천이다.

글·문승식(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상품실장)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