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행위를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차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비행기 타고 여행을 다니면서 먹고 자고, 보고 노는 소비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여행지에서 머물게 되는 호텔은 또 어떤가. 밝고 따뜻한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화려한 조명과 커다란 음악 소리로 가득한 나이트클럽 역시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공간이다.
저탄소 사회를 지향한다고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호텔과 나이트클럽을 강제로 문 닫게 할 수는 없을 터다. 결국 소비생활을 저탄소형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다. 녹색소비야말로 저탄소 사회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에너지다.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국제협약이 체결된 뒤 감축 의무를 먼저 지게 된 선진국들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저탄소형 시스템을 갖추고 삶의 양식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 매 순간 이산화탄소를 인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도록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트클럽의 전력 사용량은 일반 가정의 1백50배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초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문을 연 ‘클럽 와트(WATT)’는 다르다. 사람들이 춤출 때 바닥에 전달되는 진동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자가발전 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춤을 출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된다.
또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화장실 변기 용수는 빗물을 받아서 쓰는 등 물 사용량과 쓰레기 발생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클럽 와트는 일반 나이트클럽보다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퍼센트 줄이겠다고 한다.
클럽 와트의 탄생을 도와준 곳은 ‘지속가능한 댄스클럽 연구소(SDC)’다. 연구소는 저탄소 사회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발맞춰 유흥 문화와 공간을 변신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장한 영국 런던의 ‘클럽 수리아’도 친환경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하다. 자가발전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주류와 음식은 유기농과 공정무역 상품으로 제공한다. 폐휴대전화 등을 재활용한 실내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영국의 노력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2월부터 제품의 생산·제조·배송·폐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합산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탄소발자국 표시제도’를 시행 중이다. 과자 한 봉지를 사더라도 탄소 발생량을 의식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올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시범 실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체육계에도 저탄소 바람이 불고 있다. 스포츠 경기는 선수들과 수많은 관중을 이동시키고, 경기시간에는 조명과 냉난방 시설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일본 프로야구계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경기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2007년까지 한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이 3시간 18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으로 경기시간을 한 경기당 18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격과 수비의 교대는 2분15초 안에 신속히 마쳐야 한다. 투수는 공을 던질 때 공연히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주자가 없을 때 포수에게서 공을 받은 뒤 투수는 15초 안에 피칭을 해야 한다. 경기시간 단축은 야구 인기 확산과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서도 의미 있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선 탄소중립 음악 CD도 등장했다. 지난해 3월 발매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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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시에는 1백퍼센트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호텔이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막아낸 뒤, 태양에너지 활용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생태도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빅토리아 호텔’ 입구엔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씌어진 커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밝아야 하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와야 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야 하는 고급 호텔이라면 에너지도 당연히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난방과 온수에 쓰이는 에너지를 모두 자체 생산하고 있다니 놀랍다. 호텔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석유 대신 목재를 때는 보일러가 그 임무를 맡고 있다. 부족한 전기는 인근 발전소에서 끌어오는데 수력, 태양광, 풍력, 유채기름을 쓰는 열병합발전 등 1백퍼센트 재생에너지라고 한다.
호텔 음식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로 만든다.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신선할 뿐 아니라 운송에 쓰이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주차장은 매우 좁게 만들었다. 차량을 가져오지 않는 손님을 우대하기 위해 시내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한다. 화장실 욕조 모양도 특이하다. 인체 모양으로 설계된 욕조는 목욕물을 30퍼센트 정도 절약해준다고 한다. 물론 일회용품은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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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노력도 활발하다. 여행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일 뿐 아니라 자연보호 활동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동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책임지고 없앤다는 의미에서 나무 심기 등의 활동을 벌이거나 환경보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 등에 필요한 비용을 기부금으로 내놓는 것도 한 방식이다. 선진국의 여러 항공사에서는 항공권을 구입할 때마다 이동거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문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경제를 돕는 지속가능한 여행, 윤리적 관광에 이어 봉사활동과 여행을 결합한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의식 있는 여행객을 위한 ‘책임여행’이라는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들도 나오고 있다. 책임여행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001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책임여행전문 여행사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이 설립된 이래 ‘슬로트래블’, ‘그린글로브’, ‘에티컬이스케이프’, ‘윤리적 여행자’, ‘지속가능한 여행’, ‘글로벌익스체인지’ 등 책임여행 관련 단체와 여행사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환경에 가치를 두는 깨어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기업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녹색소비는 저탄소 사회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힘이다.
글과 사진·정희정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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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