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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524호

좋은 것으로 필요한 만큼만 착하게 쓰는 ‘그린슈머’


경북 칠곡군에 사는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를 일컫는 말) ‘한결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스타가 됐다. 석면 탤크(활석)가 평범한 주부인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세 살 난 딸을 키우는 그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든 탤크가 쓰였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옥수수 전분, 화이트클레이 같은 석면 위험 우려가 없는 재료로 베이비파우더를 만들었다. 만드는 법은 자신의 블로그 ‘한결이의 해피홈(blog.naver.com/sosin7)’에 올렸다. 이 글을 한 포털사이트가 메인화면에 띄우면서 그의 블로그엔 그날 하루에만 18만명이 찾아왔다.

올해 3월 서울 광화문의 한 중소기업 사내 게시판에 ‘머그컵 공동구매’ 제안이 올라왔다. 이 회사의 직원 한 명이 “경기도 어려운데 환경도 보호할 겸 머그컵을 쓰자”고 제안한 것이다. 다른 직원이 “이왕이면 저개발국 농민들을 돕는 공정무역 머그컵을 사자”며 YMCA의 카페 티모르 머그컵을 소개했다. 사내 게시판을 본 경영진도 동참해 손님용 컵도 머그컵으로 구비했다. 컵 닦는 당번도 정했다. 누군가 친환경 세제를 가져다놨다.

친환경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5, 6년 전만 해도 환경운동가나 에코마니악 등이 하던 일을 이제는 주부와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한다. 웰빙족에서 로하스족, 에코맘, 에코파파, 에코걸, 에코보보스 등 이들을 일컫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용어마다 뜻은 약간 다르다. 웰빙족은 내 몸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족은 내 건강과 함께 지구의 건강까지 고려한다. 에코보보스는 자연을 명품 즐기듯 즐긴다. 에코걸은 친환경 이미지를 따른다. 에코맘이나 에코파파는 자녀를 위해 친환경적으로 산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자연에 이로운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녹색소비자, 즉 그린슈머(Greensumer)다. 이들은 의식했든 아니든 구매로 시장 흐름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 ‘친환경 구매는 돈 있는 사람들, 환경운동가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쓰되 적게 쓰면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는 덕이다. 특히 에코맘과 에코걸 등 여성 블로거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친환경적 생활방식을 널리 퍼뜨린다.

‘파티오 유진(design11111.tistory.com)’. ‘유진의 안뜰’이라는 이름의 이 블로그에는 매일 9백~1천명의 방문객이 꾸준히 찾아든다. 댓글도 수십 개가 붙는다. 특히 인기 높은 콘텐츠는 ‘오렌지소스 오이샐러드 만들기’ 같은 웰빙 살림법이다.

‘파티오 유진’이 전하는 살림 노하우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이다. 그가 개발한 ‘1석4조 세숫대야 목욕법’을 살짝 엿보자.

욕조에 물을 채우지 않고 들어간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샴푸를 풀어 거품을 낸 후 머리를 감고 헹군다.

대야에 물을 받아 목욕용 젤이나 비누를 풀어 몸을 씻고 헹군다.
 
마지막으로 욕조에 물을 적당히 받고 쉰다.
 

‘파티오 유진’은 “머리와 몸을 깨끗이 씻은 상태이므로 물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고 적당히 휴식을 취하고 나오면 된다”며 “이렇게 하면 보통의 방법으로 욕조에서 목욕할 때보다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샤워하면 샴푸도 절약할 수 있다.

 



‘이로운 블로그(erounblog.tistory.com)’의 에코걸들도 친환경적이되 경제적인 생활법을 전한다. 이들이 전하는 노하우는 단순해서 따라하기 쉽다. ‘물로만 머리 감고 샤워해도 생활먼지와 때를 지워낼 수 있다’ ‘천연샴푸를 손바닥에 덜어 충분히 거품을 내어 사용하면 아껴 쓸 수 있다’ 등등.

유해물질 정보도 공유한다.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한 구희연, 이은주 씨가 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자 이로운 블로그는 ‘화장대 위 파라벤 화장품을 버리고 파라벤 없는 화장품을 쓰자’고 제안했다.

파라벤, 즉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는 유방암과 세포변이를 유발하는 것으로 우려되는 화학물질이다. 립스틱 등 화장품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부제 중 하나다.

파라벤 없는 친환경적 화장품은 더 비싸지 않냐고? 그린슈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아껴 쓰면 된다’ ‘필요한 만큼 사면 된다’. 한마디로 ‘선택소비’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보자. 할인점에 갔더니 수박 한 통에 1만원, 반 통에 7천원이다. 그린슈머라면 어느 것을 살까. 답은 ‘다 먹을 수 있는 것’. 먹다 남겨 버리는 것보다는 먹을 만큼 사서 다 먹는 것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이것이 선택소비다.




 



선택소비란 ‘반드시 하고 싶은 것, 꼭 갖고 싶은 것은 좋은 것으로 사는 것’을 뜻한다. 불필요한 것보다는 필요한 것, 필요한 것들이 많으면 더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소비는 삶의 질을 높여준다. 절약으로 더 많이 저축하면 미래를 위해 쓸 수 있다. 많이 쓰면서 받는,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더 많이 쓰려는 욕망을 통제하는 건 인류 전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지난 세기와 다르다. 그중 기후변화, 자원 고갈은 이미 현실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2006년 10월 발표된 스턴보고서에서 니컬러스 스턴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렇게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를 무시하고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경제적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5~20퍼센트에 이를 것이며 1930년대 대공황과 맞먹는 경제적 파탄을 겪을 수 있다.”

한반도는 육지가 높으니 안전지대일까. 한반도는 이미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른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세계 평균기온이 1백년 동안 섭씨 0.74도 오르는 사이 한반도는 1.5도가 높아졌다. 서울, 울산 같은 대도시는 한반도의 2배인 3도나 기온이 올랐다.

온난화의 진짜 공포는 온도 상승이라는 예상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의 생태적 난민들이 살길을 찾아 한국의 해안선을 넘어온다면? 열대성 돌림병이 한반도를 덮친다면? 예상치 못한 난기류가 내가 혹은 내 아이들이 탄 비행기를 휘감아버린다면? 온난화가 일으키는 변화는 단순히 ‘자연’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러한 큰 위협을 일으키는 진원지는 ‘우리의 일상적 욕망’이다. 인류가 땅속에 파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꺼내 산업혁명을 일으킨 이후, 저마다 큰 차와 높은 빌딩을 동경하게 된 이후, 구체적으로는 1750년 이후 2백50년 동안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5퍼센트가 늘어났다. 지구 평균기온은 0.8도 높아졌다.

대도시의 기후변화는 인간 욕망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의 온난화는 전 세계 평균의 3배 이상 빨리 진행되고 있다. 5월 기상청이 발표한 ‘기후변화 이해하기Ⅲ-서울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1908년부터 2007년까지 1백년간 2.4도 올랐다. 1912~2008년 사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7도, 전 세계는 0.74도 올랐다. 서울의 기온 상승폭은 한반도의 1.41배, 전 세계의 3.24배다.

더 편하게,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인류 전체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은 모든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엔 부족하다. 일부 인간의 욕망은 지구 자체, 즉 기후와 환경까지 바꾸고 있다.

샴푸 적게 쓰기, 좀 더 걷기, 전기 아끼기, 불필요한 낭비 하지 않기, 친환경 제품 구매하기 같은 일은 번거로울 수도 있다. 습관을 바꾸거나 욕망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적으로 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이롭고 지구와 미래 세대에 이롭다.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 인류를 진화시키는 큰 변화는 역사적으로 늘 그랬듯 대중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비롯된다. ‘개인 혼자서는 선순환을 시작할 수 없다.’(윌리엄 이스터리,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 중에서)

글·황국상 (머니투데이 쿨머니팀 기자)
 


“근무시간에 집중도를 높여 업무를 마무리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야근을 하지 않겠습니다. 야근을 줄이면 물, 전기, 종이, 기타 물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부 직원들이 깨끗하고 건강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녹색 프로미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 직원 3백10명은 통일부 홈페이지에 개인 차원의 다짐을 게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공개했다.

가장 많은 약속은 ‘일회용 종이컵 사용 자제’와 ‘이면지 사용 확대’ 등이었다. 이밖에 ‘프린터 출력 줄이기’ ‘자전거 출퇴근’ ‘장바구니 쓰기’ 등도 많았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 사용하기’와 ‘금연하기’ ‘가족의 동참 유도’ 등에도 많은 직원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육류 생산을 위해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주 1회 고기 안 먹기’, ‘고기 섭취량 줄이기’ 등의 약속도 있었다. 또 자신의 몸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량을 감축하겠다는, 몸으로 때우겠다는 색다른 약속도 있었다.

‘녹색 선언으로 절약한 돈으로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에 기증하겠다’는 녹색나눔 선언과, 선언한 내용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수첩에 매일 녹색일기를 기록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통일부는 ‘녹색 프로미스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가족사진이 새겨진 머그컵을 전 직원에게 지급했고, 금연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직원을 위해 5월 12일부터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글·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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