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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718호

민생법안 산더미… 서민 한숨 쌓인다




 

A씨는 지난 4월 인터넷 광고를 보고 7일 동안 이자 4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2백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수수료를 공제하고 그가 받은 돈은 1백50만원에 불과했다(월 이자 1백15퍼센트, 연 이자 1천3백90퍼센트).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접수된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상담 사례다. 9천7백66건의 불법 사금융 관련 피해상담 사례 가운데 이자율과 관련해 구체적인 피해를 본 1천5백1건을 분석한 결과 92.8퍼센트인 1천3백93건이 미등록 대부업체로 인한 피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출 금리는 연 1백 퍼센트 이상이 전체의 80.9퍼센트였으며, 심지어 1천 퍼센트를 초과하는 사례도 10.1퍼센트나 되어 피해자 대부분이 고금리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는 연 49퍼센트, 미등록 사채업자는 연 30퍼센트를 넘는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금리 제한이 등록 대부업체 60퍼센트, 미등록 대부업자 40퍼센트로 되어 있지만 대통령령에 의해 49퍼센트와 30퍼센트로 시행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은 수시로 고리 사채업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적발되더라도 소액의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기 때문에 사채업자들의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14건이나 올라와 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미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4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낮추고,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받는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초과분의 3배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대부업체의 최고 이자율을 60퍼센트에서 49퍼센트로 낮추고, 연체 이자율 상한선을 약정 이자율의 50퍼센트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낸 개정안도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미등록 대부업자의 대출 이자를 낮춰 등록을 유도하고,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알면서도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이런 법안들은 모두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은 이뿐이 아니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정수호(가명·52) 씨는 손님이 1만원도 안 되는 금액을 신용카드로 계산하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고 말한다. 1만원 이하라도 신용카드 사용을 거절할 수는 없지만, 수수료를 빼고 나면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1만원 이하는 신용카드 사용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18건이나 국회에 올라와 있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 한해 1만원 미만의 거래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중소 상공인에 한해 수수료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률이 대형 가맹점 수준인 2퍼센트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가맹점별 수수료율 차별을 금하고 영세업체 수수료의 상한선을 두는 내용이며,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소상공인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신용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1백50만명이나 되는 소상공인들이 바라는 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7월 17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은 3천5백40개. 이 가운데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에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회는 미디어법에 몰두,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여신전문금융업법’ 외에도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고용보험법’,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고등교육법’,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을 들 수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 중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 합의로 임금을 삭감한 후 기업의 도산 또는 경영상 이유로 해고되는 경우 임금 삭감 이전을 기준으로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김상희 민주당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구직급여의 수급 요건을 이직일 이전 18개월간 피보험 단위기간 1백80일 이상에서 1백20일 이상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54개 슈퍼슈퍼마켓(SSM·3백~1천평 규모의 기업형 슈퍼마켓) 주변 중소상점 2백26곳을 대상으로 SSM 입점 영향과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41.2퍼센트가 ‘경영난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을 못 버틴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유통업 양극화와 중소상인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11건이나 올라와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시장이 협소한 중소 시군구에서는 대규모 점포의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이시종 민주당 의원 등은 대규모 점포에 대해 시도지사가 영업 품목과 영업 시간, 의무 휴업일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배를 넘지 않는 등록금 기준액과 등록금 기준액의 1.5배를 넘지 않는 등록금 상한액을 정하도록 하며, 정부가 등록금을 대납하고 학생은 졸업 후에 갚아나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연간 1천만원이 넘는 학비 때문에 고통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는 민생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가 SK텔레콤이나 KT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진출해 사업자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용약관 인가제 개선으로 서비스별 할인요금 출시도 가능해진다.

 


 

한편 민생법안은 미뤄둔 채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민생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생 안정, 경제 살리기, 미래 준비 3개 분야로 나누어 44개 법안을 ‘긴급 민생법안’으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여신전문금융업법’ ‘할부거래에 관한 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전기통신사업법’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서민 살리기 5대 법안으로 꼽았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상권 활성화 구역’을 지정하고 이 구역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상조업체 등의 할부거래에 대한 소비자 피해 보호와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조현수 한나라당 정책국장은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조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사회적 관심과 서민 및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7개 분야 16개 법안을 ‘민주당 7대 긴급 민생·민주 법안’으로 선정하고 중점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이자제한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유통산업발전법’ ‘조세특례제한법’ ‘ 국민건강보험법’ ‘고등교육법’ 등이 민주당의 주요 민생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최고 이자율을 현행 4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낮추고, 연체 이자율 상한선을 약정 이자율의 50퍼센트로 제한하며, 이를 어길 때는 형사처벌을 하는 등 처벌 조항을 강화한 내용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서민용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의 세금을 2010년 말까지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양승조 민주당 의원 등이 낸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70세 이상 노인들의 틀니에 대해 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7월 5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누가 진짜 서민정당인지 확실히 하겠다”며 “민생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제시한 민생법안들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맞물리면서 통과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각 정당이 민생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소문난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쟁점법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 전체가 마비되고 시급한 민생법안마저 묶이는 것은 문제”라며 “쟁점법안과 민생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는 국회의원의 본분이며 의무이므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여당은 협상을 통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야당도 민생법안을 볼모로 국회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됩니다. 의사 일정을 고려하고 원내대표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쟁점법안과 민생법안을 이원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이혜련 기자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대표로서 법안을 심의하고 표결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주요 입법과정인 법안 표결 처리에 다수가 불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7일 법률소비자연맹이 분석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8대 국회의원들이 의안 표결에 참여한 비율은 68.74퍼센트에 불과했다. 90퍼센트 이상 참여한 의원은 고작 53명이며, 80퍼센트 이상 참여한 의원도 65명에 불과했다. 반면 참여율이 60퍼센트 미만인 의원은 1백1명이었으며, 40퍼센트가 안 되는 의원도 30명이나 됐다.
 

지난 4월 임시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으로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200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참여한 의원은 겨우 1백82명이었으며, 예산안 관련 총 16건의 의안에 대한 표결 참여율은 64.6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비싼 대학등록금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삭발시위를 하는 등 불만이 터져나오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2009년도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운용계획변경안’ 표결에도 1백91명의 의원만이 참여하고 1백3명의 의원이 불참했다.
 

심지어 자신이 발의한 법안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18대 국회 의원입법 1백5건의 표결 중 자신이 발의한 법안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이 24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동 발의한 법안에 기권한 경우도 10여 건이었고, 반대표를 던진 어처구니없는 경우마저 있었다.
 

이에 대해 법률소비자연맹은 법안 발의 건수가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기준이 되면서 내용도 모르면서 서로 이름을 빌려주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해집단의 눈치 보기, 정당 얽매임과 추궁 회피, 직무유기와 무책임 등을 국회의원들이 표결 과정에 불참하는 이유로 꼽았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의안에 대한 표결 참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중요한 책무임에도 많은 의원들이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앞으로는 자신이 제출한 법안이나 의안에 대해 찬반 이유나 기권 이유 등을 반드시 밝혀 유권자들이 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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