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 포인트’ 본회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집행부가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 하루 일정의 본회의에 합의함으로써 6월 임시국회 회기 들어 처음 열린 이날 본회의는 2시간여 만에 끝났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이 산회 선언을 한 뒤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을 둘러싼 대립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가 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동시점거 대치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밤을 넘기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고 한나라당 역시 함께 밤을 지새우며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7월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본회의장 동시점거에 들어갔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시점거 농성을 하기로 한 것은 국회 본회의장이 미디어법 처리의 ‘최후 관문’이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심할 경우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본회의장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 회의 진행을 곧바로 막기 위해 잠시라도 본회의장을 비워둘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 역시 그럴 경우에 대비해 본회의장에 남은 것이다. 양당은 7월 8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이날 본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퇴장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약속을 파기했다.
당초 일정보다 한 달 가까이 늦은 6월 26일 문을 연 6월 임시국회는 7월 15일 열린 한나절 본회의에서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을 처리했을 뿐 산적한 민생현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상당수 법률안은 제출된 뒤 잠자고 있다.
7월 15일 국회사무처의 ‘기간별 의안접수 현황’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 수(5천1백41건)는 17대 국회의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2.7배나 많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거친 법안 처리율은 3분의 1(32퍼센트)에 그쳤다. 17대 같은 기간 처리율(47퍼센트)과 비교해 15퍼센트 포인트 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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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9 총선을 통해 선출된 18대 국회는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됐으나 첫 등원부터 민주당의 등원 거부로 시작부터 정상적이지 못했다. 법적으로 임기 시작 1주일 이내에 하게 돼 있는 개원식조차 열지 않아 국회의장단 선출도 못했다. 지난해 7월 10일 국회의장을 선출해놓고도 한 달도 더 지난 8월 26일에야 첫 국회 본회의를 열고 가까스로 원 구성에 성공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쳐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던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열린 임시국회 기간 중에는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이 저지하기 위해 전기톱, 소화전 등을 동원하며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촛불시위와 용산참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미디어법을 둘러싼 이견 등으로 6월 임시국회 역시 파행의 길을 걸었다. 민주당은 6월 23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과 미디어법 통과를 막기 위해 ‘숙식 농성’에 들어갔다. 결국 첫 단추부터 삐뚤어진 18대 국회는 본회의장 여야 동시점거라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파행 국회’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사회 각계에서도 불만과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6월 18일과 19일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사용기간 2년’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들은 6월 19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의 비정규직 해법을 위한 ‘5인 연석회의’에 참석해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0일 18대 국회의원들의 첫 번째 월급날에 1인당 9백1만2천6백20원이 지급될 당시 국회의원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는 국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한 달간 한길리서치가 국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80퍼센트가 불만을 나타낸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18.1퍼센트에 불과했다.
한길리서치는 “지금 우리 국민의 정치만족도는 위험 수위”라고 분석하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돼야 할 것이며, 특히 국회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 제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경제·사회 위기 극복과 안정을 위한 국회의 역할에 대해 85.6퍼센트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8.5퍼센트만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현재의 ‘회기국회’의 대안으로 제시된 ‘상시국회’ 필요성에 대해 72.1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22퍼센트만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8대 국회가 출발부터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이 상시국회 제도다. 연중 국회를 열어놓고 선거나 휴가철 등 일정 기간만 국회가 쉴 수 있도록 휴회기를 정하는 것이 상시국회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는 매년 9월 1일부터 1백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로 나뉜다.
상시국회가 열리면 국회 개회 자체가 볼모가 되는 구태가 개선되고 법안 심사에 있어서도 연속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회기국회도 정쟁이 발생했을 때 냉각기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회기 국회의 ‘냉각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상시국회는 지난 1월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위원장 심지연 경남대 교수)가 ‘늘 일하는 국회’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공식 제안하며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심 교수는 “개선안 중 핵심은 상시국회제도”라며 “현재 회기를 정해 의회를 여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상시국회제도는 국회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 국회는 현재 경제적으로 지극히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이뤄져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가 2004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원 1인당 평균 발의 건수는 미국이 11.20건인 반면 우리나라는 1.96건으로 우리 국회의원의 ‘입법 생산성’이 미국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물론 의회제도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채 사기업처럼 효율성만을 놓고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등 각종 특혜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다 정당을 초월한 교차투표가 불가능한 비민주적 정당 시스템 등으로 인해 이번 6월 마지막 날 5백50만 비정규직들의 통한의 눈물 속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묶어둔 일은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기능 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신파’들도 분명 존재한다. 지난 겨울 임시국회가 사실상 폐회한 가운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1월 14일 상임위 중 유일하게 전체회의를 소집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의 정상화 방안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경위는 지난해 12월에도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가 파행, 공전이 계속될 때에도 상임위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을 초월해 연구활동을 하는 의원연구단체가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4대 국회 당시 도입 첫 해인 1994년 18개였던 의원연구단체는 14대 국회 마지막 연도인 1996년에는 22개, 15대 국회 때는 최고 45개, 16대 국회에서는 최고 51개, 17대 국회 때는 최고 64개가 결성됐고 18대 국회에서도 55개의 의원연구단체가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송영길(민주당) 임태희(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포럼’, 김상희(민주당) 전현희(민주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국민건강복지포럼’이 최우수 의원연구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국회란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와 가치가 충돌하면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가는 곳이다.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조금 시끄러운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민주주의란 효율성보다 좀 더 상위의 개념”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향후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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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일은 뒷전인 채 싸우느라 여념이 없고, 이제는 국회 안에서까지 투쟁을 선포하는 형국”이라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며 큰 다짐을 하고 들어온 초선의원으로서 안타까움과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18대 국회만큼은 대화를 통해 좋은 정책 대안으로 경쟁하는 그런 국회가 돼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지금 국회는 화급한 비정규직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8선 의원이자 14, 16대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 전 의장은 “개헌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루지도 못하는 국회가 무슨 개헌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며 “당장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화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해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국회다운 국회’, ‘일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수(數)의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여당은 수로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를 삼가야 합니다. 야당은 수의 부족을 사생결단식 정치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정기국회 개회사의 한 구절이다. 파행 국회 해결의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불안과 좌절, 상처받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미래의 문을 여는 국회’는 바로 이 개회사를 공유한 모든 국회의원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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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의회경호과에 따르면 첫 번째 점거농성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이 발의한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미디어법 등 이른바 ‘MB법안’ 저지를 내세우며 열흘간 점거농성을 벌였다. 국회사무처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로텐더홀과 복도의 불법 부착물과 시설물을 철거하고 농성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 1월 3일 국회사무처가 경위와 방호원 1백20여 명을 동원해 ‘질서 회복 조치’를 취하던 중 극렬한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첫 번째 로텐더홀 점거농성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들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이 자진 해산, 종료되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함께 농성을 벌이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해산 명분이 없다”고 농성 해제를 거부해 결국 국회사무처가 1월 5일 새벽 농성 중이던 의원들을 강제 해산시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로텐더홀에서 벌어진 두 번째 점거농성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벌인 3월 1일 ‘하루짜리’ 농성이다. 당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3월 3일)을 이틀 앞둔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데도 주요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자 해당 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다가 자진 해산했다. 세 번째 농성은 6월 23일부터 7월 12일 사이에 벌어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연합 농성이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를 소집하자 ‘단독국회 저지’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다 전격 등원을 결정하며 해산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역시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민주당 의원들과 로텐더홀을 점거하고 여당 단독국회 개회반대 등을 이유로 나란히 점거농성을 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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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18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의사당 안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로텐더 홀이다.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일컫는 로텐더홀은 18대 국회 들어 모두 세 차례 각 당 의원들의 점거농성 장소가 됐다. 로텐더홀이란 이름은 서양 건축에서 둥근 천장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하는 ‘로턴다(rotunda)’에서 비롯됐는데 정작 국회 내 로텐더홀은 연한 황갈색 대리석 벽에 둘러싸인 사각형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