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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713호

법질서 확립, 선진국에서 배운다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이 열린 프랑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에서 얼굴을 가린 과격시위대가 차량 파손, 주유소 습격 등 격렬한 폭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복면을 쓰고 시위를 하면 범칙금을 물리는 총리령을 발표했다. 집회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과격시위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독일도 공공의 안녕을 위해 자유로운 집회는 인정하는 대신 복면 착용을 금지해왔다. 독일에서는 복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하거나 집회 장소로 이동하면 집회법에 따라 형사법상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마스크 등 신원 확인이 어려운 물건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질서위반으로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복면시위 금지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예외가 아니다. 오스트리아 집회법은 행정청이 복면 시위자에 대해 구금이나 금전적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수도 베른을 포함한 6개 주에서 복면시위 금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유로운 집회는 보장돼야 하지만 복면으로 얼굴을 가려 익명성이 더해지면 과격시위로 변질돼 법질서를 해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1981년 영국 런던에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마거릿 대처 총리 역시 단호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바로잡았다. 대처 총리는 나쁜 제도는 빨리 고쳐야 한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개혁프로그램을 관철시켰다. 국민에게 분명한 개혁 메시지를 전달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한편 반대의견은 논리적으로 설득해나갔다. 이를 통해 영국은 국민소득이 2배 이상 뛰었고 유럽 제2의 경제부국으로 거듭났다. 확고한 법치를 기반으로 기업가정신을 키우고 시장원리를 도입한 대처 총리의 일관된 정책 기조는 국가 위기극복과 장기번영의 초석을 마련했다.
 

위기에 처한 법질서를 국민과의 대타협으로 극복한 네덜란드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건실한 경제성장을 유지하던 네덜란드는 1970년대 말부터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 방만한 사회복지제도 운영, 재정적자 확대, 높은 조세부담, 심각한 노사갈등으로 최악의 경기침체와 실업률을 경험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1982년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 3인은 ‘바세나르 협약’이라는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노조는 임금인상 자제와 사회보장세의 노동자 부담 증가를 수용하고,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기회 재분배를 통한 고용창출 등을 수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협약은 네덜란드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계승하고, 경제안정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네덜란드처럼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법질서뿐 아니라 경제도 무너지게 된다. 20세기 초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지만 소득 불평등이 중남미에서 가장 심각했다. 그 무렵 후안 페론이 사회정의를 내걸고 재분배정책을 추진하면서 빈부갈등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1913년 2천3백77달러에 달하던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9년에도 3천8백80달러에 머물렀다.
 

이탈리아도 2000년대 좌우 이념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한동안 내홍을 겪었다. 당시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사회협약 없이 추진한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이 문제였다. 시장경제 룰인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이 정책은 많은 반발을 샀을 뿐 아니라 폭력시위를 양산했다.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끈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실질 성장률은 0.9퍼센트에 그쳤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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