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정책 ‘프로슈머’ 시대가 열렸다



 

민간 부문에서 진화해온 개념인 ‘프로슈머(Prosumer)’가 최근 공공 부문에도 도입돼 활성화되고 있다. 즉 정부 정책 입안과정에 국민이 생산자(Producer)이자 소비자(Consumer)로 직접 참여하는 ‘정책 프로슈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책 프로슈머들은 ‘국민 신문고’ 시스템, 즉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주민센터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까지 실용적이며 신선한 (이른바 ‘생활공감’)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한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책노선 아래 정책 프로슈머들의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사실 ‘정책 프로슈머 시대의 도래’가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이미 각종 선거, 공청회, 자문위원회 등을 통한 국민 의사의 제도화로 정부는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왔다. 그렇다고 지금의 정책 프로슈머 시대를 단지 ‘오래된 술을 새로운 병에 옮겨 담는 것’으로 여기기엔 뭔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정책 프로슈머의 활동이 기존 시민의 정책참여 형태와 비교해 차별화된 점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시민 정책참여는 대체로 전문성을 지닌 개인이나 결속력을 가진 이익단체를 통한 참여가 일반적이었다. 반면 현재의 정책 프로슈머들은 전문성을 지녔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단체 대표가 아니다. 대개 개인적으로 ‘힘없는 시민들’이다. 이들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정책결정 시대가 활짝 문을 연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도래는 시민의 교육과 소득수준 향상, 인터넷 발전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이나,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전해온 정부 개혁운동인 ‘신 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 또는 ‘거버넌스(Governance)’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들 개혁운동은 정부의 독립적인 통치를 비판하고 정부와 시민의 동반자적 관계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시장과 시민의 정책 참여 확산으로 정부의 시장이나 시민 요구에 대해 부응하는 정도가 높아진다.
 

정책 프로슈머 시대의 도래는 정부가 시민(국민)을 정책을 만들고 소비하는 ‘고객 (Customer)’으로 간주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 메커니즘’은 한 가지 잠재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민의 책임의식 고취를 저해하고 공공재와 서비스가 소수 개개인의 이기적 의사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동체와 민주적 합의의 가치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민제안 리사이클링(Recycling) 프로그램’, 즉 국민 제안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고 보완하는 점검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기우를 떨쳐주길 기대한다.
 

글·김윤호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