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그래, 이번에도 결국 낙동강 하류 사람들을 위해 물 깨끗하게 보낼 궁리만 할 게 아니겠소? 물만 깨끗하게 관리하다 보면 어디 여기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 이 말이오!”
낙동강 최상류계로 꼽히는 안동, 예천, 영주, 봉화, 청송, 영양 등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은 물 때문에 늘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댐물, 강물 소리만 들어도 역정을 낸다. 왜냐하면 그동안 무려 33년 동안이나 안동호와 임하호 주변 전체가 자연환경보전지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댐 상류와 하류 수역 낙동강 주변 5백 미터 이내도 ‘수변구역’이라고 해서 주택 신축마저 억제할 정도로 개발이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낙동강 상류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시행 초기엔 “또 무슨 강 살리기냐” “하류 주민을 위해 수질관리만 하고 상류의 우리는 죽으란 말이냐”며 세차게 반발했다.
당초 안동지역은 한때 언급됐다가 취소된 한반도 대운하 구간에 끼지도 못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종전에 단순히 ‘수질 관리’에만 매달리던 것과 달리 ‘친수 공간 확보’라는 쪽으로 사업 방향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되면서 주민들의 초기 반발은 크게 완화된 상태다.
안동지역은 지난해 12월 29일 4대강 살리기 첫 사업인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안동시 영호대교 둔치에서 열리면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먼저 안동지역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안동댐과 임하댐 방류구 아래쪽 낙동강 일원의 개발에 집중돼 있다. 2개의 댐 저수량 규모는 소양강댐 규모와 맞먹을 정도여서 웬만한 집중호우에도 댐 바로 밑 하류지역의 강 수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정부와 안동시는 낙동강 본류와 반변천이 합류하는 안동시 용상동과 정하동, 법흥동 일원에 백조공원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강을 가로지르는 보(洑)를 막고 ‘텃새화’한 백조를 풀어놓아 사람과 강, 백조가 한데 어우러지는 친수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벌써 일본과 독일 등의 사례를 본보기로 ‘백조 텃새화’ 연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백조 인공사육장도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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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수문 아래 강변에 조성된 넓은 둔치는 또 시민과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친수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 개울과 여울을 만들어 다양한 물고기들이 노닐게 하고 은어 여울낚시터와 송어 플라이낚시터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듬어낼 예정이다.
강이 없던 지역에 인공으로 조성하는 게 아니라 댐 축조 전 강이었고 백사장이었던 곳에 다시 물을 흐르게 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던 그 옛 강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미 이곳은 자전거도로가 벚꽃길과 함께 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어 다른 지역처럼 자전거도로를 새로 꾸밀 필요가 없다.
노후화된 교량을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안동 사람들의 관심사다. 안동지역에서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50억원의 예산을 받아 6·25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안동교 교량을 이용해 ‘다리 위의 하회마을’로 변신시켜 선보일 계획이다.
하상을 파고 들어가 암반 위에서부터 파일을 박아 매우 튼튼한 교량 기초를 활용해 상판과 난간, 보를 보강한 뒤 교량 위에 정자와 누각, 대형 솟을대문 등 다양한 전통한옥이 줄줄이 들어차고 이곳에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흉물이 된 채 방치된 폐교량이 새로운 전통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이다.
강 아래쪽엔 그 옛날 부산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온 소금배들이 나루터에서 황포 돛을 내리고 머물러 있다. 강변 둔치엔 노천 풀장이 꾸며지고, 다리 위에까지 퍼올린 강물은 형형색색의 물 미끄럼틀을 타고 흘러내려 풀장으로 다시 이어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안동 시민들이 컴퓨터와 TV 앞에서 벗어나 안전한 낙동강 친수공원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꿈 같은 계획. 낙동강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강변 마을 상권도 되살아나고….
실제로 이 계획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등 이번에는 주민들의 열망인 ‘꿈’이 이뤄지는 쪽으로 강 사업이 펼쳐지자 주민들의 설렘은 적지 않다. ‘낙동강특별법’ 등 강 최상류지역을 이중 삼중으로 꽁꽁 묶어둔 낙동강 수질관리 정책으로 그동안 ‘개발’이라는 단어 자체를 잊어버린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차츰 바뀌어 이젠 오히려 기대에 차 있는 모습이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축제가 바로 낙동강변에서 펼쳐진다. 영주 인삼축제도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내성천 지류인 서천변에서 열리고, 봉화 은어축제가 내성천변에서 매년 개막되는 등 낙동강 상류수역 축제 거의 대부분도 강변에서 펼쳐진다. ‘친수공간 개발’이라는 목표로 추진되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경북 안동 구간 공사가 완료될 경우 낙동강 상류를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전통문화 벨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관광자원화될 것으로 보는 긍정적 전망이 안동 사람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권두현 사무처장은 “안동과 임하 양 댐이 들어서면서 상류로부터 모래 유입이 30년이나 끊겨 강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낙동강 상류는 하상 유지를 위한 토목공학적 차원에서도 보 설치가 필요하다”며 “새롭게 탈바꿈하는 강물을 단순 수자원으로만 취급할 게 아니라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물이 될 수 있도록 낙동강 전통 강 문화 복원을 위해 지속적이고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권동순(매일신문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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