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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711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김성호 이사장 인터뷰


‘법질서 회복 전도사’로 통하는 김성호(59)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1년 동안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첫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대개 법무부 장관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으로 가는 데 비해 김 이사장의 선택은 달랐다. 그 이유로 그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들었다.
 

“선배 얼굴을 봐서 형량을 낮춰주는 전관예우 관행은 옳지 않습니다. 검찰과 사법부의 신뢰와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일이지요. 그래서 퇴임 이후에 사건을 수임하는 업무를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 시절 못다 이룬 포부를 펼치고 싶기도 했다고 한다. 법질서 회복과 친기업적인 법률 환경 조성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터라 1년 만에 장관직을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법질서가 바로 서야 하고, 일자리가 지켜지고, 경제가 안정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법치의 확립과 더불어 기업이 잘돼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건데,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어요. 마침 퇴임하던 때 법무부 직원들이 ‘김성호의 행복세상’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줬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어 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희범 전 대한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공익재단 ‘행복세상’은 2007년 12월 창립했다. 법질서 회복과 불필요한 기업 규제 완화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 아래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법질서 국제 컨퍼런스의 개최는 그 일환이다. 지난해 5월 1회 국제 컨퍼런스에 이어 올해 6월 24일 제2회 국제 컨퍼런스도 성공리에 개최했다. 컨퍼런스는 ‘경제위기와 법질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의를 담은 ‘오프라인상의 법질서’, 사이버 공간의 표현의 자유 및 책임을 논의한 ‘온라인상의 법질서’ 그리고 ‘법질서를 위한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 4가지 테마로 진행됐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법질서 확립을 통해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론했다.

 


 

김 이사장은 “법질서는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법질서를 유지했다면 지난 10년간 매년 1퍼센트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을 것”이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자료를 인용했다.
 

또 “부패 통제와 법치 강화가 없다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카우프만 연구원의 말도 덧붙였다. 불법시위로 인해 노사관계의 생산성도 극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즉 그동안 법치의 부재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의 한 원인으로 우리 사회의 법 경시 풍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노사 갈등이나 이념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두드러지는 소위 ‘떼법’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역사적 배경을 들었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지배와 6·25전쟁, 그리고 이어진 군사독재가 법과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 의로운 일이라 여기는 풍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원칙과 절차를 경시하고 편법을 용인한 고도성장시대의 문제도 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어요. 민주화가 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선진국 대열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이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로를 점거하고 각목을 든 불법시위는 없어지지 않고 있어요. 사회지도층의 잘못도 큽니다. 사회지도층의 부패와 불법은 묵인하면서 아래만 법을 지키라고 하는 건 안 됩니다. 사회지도층의 부패에는 더욱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근원적 처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첫째로 ‘무관용의 원칙(Zero Tolerance)’을 들었다. 크건 작건 불법을 저지른 이상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큰 잘못에는 큰 벌을, 작은 잘못에는 작은 벌을 주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법집행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시위 현장에서 잡힌 사람은 처벌을 받지만 배후에 있는 사람이나 붙잡히지 않은 사람은 처벌받지 않아요. 이것도 잘못된 거죠. 잘못을 한 이상 피해갈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아울러 관련 법령의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지키라는 건 안 된다며,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법규를 만들고 이를 예외 없이 집행하는(Reasonable law, No exemption)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글로벌 컨퍼런스가 끝나고 채택된 ‘우리 사회 각계에 드리는 제언’에 잘 드러나 있다. 제언에는 ‘국회에 계류 중인 시급한 민생법안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할 것과 사회지도층의 비리 엄정 처벌, 무관용 원칙의 천명, 모호한 법 규제와 과잉규제의 개선, 기업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등이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법치를 세우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대해서도 환영했다. 법이 지배하는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요, 일류 선진국가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나친 법질서의 강조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하는데,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사회의 안정과 공익을 위해 최소한의 양보는 필요한 법입니다. 물론 법치주의를 빙자한 권력 남용이나 국민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지요.” 그러면서 갈등을 야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설득과 대화로 접근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예전에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있었지요. 과거엔 반민주의 내용이 독재였다면, 이젠 불법과 무질서라고 생각해요. 민주주의의 요체는 법치입니다. 이런 공감대가 확산돼야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겁니다.” 법과 원칙이 살아나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김 이사장의 바람이다.
 

글·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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