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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706호

우측보행하면 알파파(뇌파) “왕성”


좌측보행과 우측보행 중에서 어느 것이 인간의 신체 특성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중 어느 쪽이 인간의 신체 특성과 부합하느냐는 질문만큼 난해하다. 일단 사람은 우측이나 좌측 중 힘이 센 근육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고, 습관적으로 익숙해진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보행 관련 행동 특성을 선천적인 신체 특성과 연결지어 파악하려는 시도는 자칫 잘못하면 비과학적인 가설에 근거한 주장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그래서 보행에 관한 신체 특성 연구에서는 좌측과 우측을 직접 비교하는 방법을 지양하고, 보행 방향이 일정할 때와 혼재할 때 심리적, 생리적 불편함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늘 같은 방향으로 다닐 때와 달리 가끔 방향을 바꾸는 것이 인체에 불편함을 준다면 보행 방향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설명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사회적 비용을 들여 기존의 우측 및 좌측보행이 혼용되는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에서는 우선 사람의 뇌파, 심박수,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행 방향의 선호도를 알아봤다. 즉 보행 방향을 혼용하는 그룹(현행 보행문화)과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걸어 다니는 그룹(우측보행)을 비교한 것이다. 건강한 성인 남녀 각 25명씩 총 5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통행 방향을 혼용할 때보다 우측보행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가 99퍼센트 신뢰 수준으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박수 실험에서도 보행 방향이 바뀌면서 심박수가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보행 방향을 혼용할 때가 우측보행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보다 긴장과 흥분상태를 고조시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90퍼센트 신뢰 수준). 또한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실험에서도 우측보행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보다 보행 방향을 바꿀 때 주변을 더 많이 살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5퍼센트 신뢰 수준). 추가적으로 어느 쪽이 더 정신적인 부담이 크냐는 설문에서도 보행 방향이 바뀔 때가 부담이 더 크다는 답변이 많았다(90퍼센트 신뢰 수준).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좌측 및 우측보행이 혼재할 때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행 방향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회전문 우측통행, 에스컬레이터 좌·우측 혼용, 등산길 우측보행, 자전거 우측통행, 공항 자동문 우측통행 등이 이미 이뤄지고 있을 뿐더러 차량의 우측주행을 좌측으로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좌측보행을 우측보행으로 바꾸는 것만이 통행 방향을 일관성 있게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보행 방향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므로 꾸준한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면 가까운 미래에 우측통행이 인간의 신체 특성과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정룡(한양대 인체공학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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