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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임신 8개월차 문화체육관광부 정혜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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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요즘처럼 몸에 집착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루 세 끼를 꼭 챙겨먹고, 행여 감기 바이러스 등 몸에 유해한 것들이 내 몸을 노리는 건 아닌지 늘 노심초사한다.

나는 직장인 임신부다. 출산 예정일은 5월 초. 임신 8개월의 ‘배불뚝이’다. 솔직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 직장을 계속 다닐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임신 초 한 차례 유산의 위험을 경험하고 난 뒤 아기를 힘들게 할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을 쉬겠다는 결정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입덧을 영어로 ‘모닝 시크니스(Morning Sickness)’라고 한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고통. 왜 그렇게 부르는지 막상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눈을 뜨자마자 시작되는 헛구역질과 구토는 임신 6개월이 다 되도록 끝날 줄 몰랐고, 매일 아침 출근 버스에서 벌어지는 그 식도 역류현상을 참아내는 건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출근 시간이 단 한 시간만이라도 늦춰진다면….’ 차마 휴직을 선택하지 못한 나로서는 아침마다 그저 이런 욕심만 낼 뿐이었다.

임신 후 겪게 되는 몸의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시로 잠이 쏟아졌고, 어지러움과 허리·엉덩이 통증 등이 이어졌다. 당연히 일에 대한 적극성과 집중도는 떨어졌고, 외부 출장 등 몸으로 뛰는 일이라도 생기면 한 발 뒤로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봐도 직장인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였다.

하지만 예전처럼 몸 생각 안 하고 이 악물고 덤벼들 처지도 못 됐다. 일 욕심에 내가 무리하면 그 피해가 곧바로 뱃속 아기한테 돌아갈 터. 아기인가,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인가. 고백하건대 결국 나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을 선택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는 내가 임신 후 지금껏 지방 출장을 도맡아 가고 있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이번 건은 제가 갈게요”라고 선뜻 나서지 못했다. 대신 “선배, 저 휴직 들어가고 대체인력 뽑게 되면 꼭 남자로 뽑아요”라는 말을 농담 ‘49퍼센트’에 진담 ‘51퍼센트’를 섞어 건넸다. 임신부 직장인에게 어쩌면 일은 자기 욕심인 것만 같았다.

얼마 전 이런 마음을 상사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출산·육아휴직에 들어가면 대체인력을, 그것도 가능하면 남자로 뽑아 달라는 청탁이었다. 그런데 그 상사의 답변이 예상외였다. 한 번 더 그런 말을 하면 나를 여성부에 고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사적인 일이 아니며,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성의 가치를 폄훼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옳은 말이었다. 아마도 내가 임신부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임신부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임신부가 되고 나니 나 때문에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동료 앞에서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늘 그러하듯 경험을 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 되는 것 같다. 임신한 여성 직장인이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맘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란 무엇인지를 말이다.
 

글·정혜순(문화체육관광부 홍보콘텐츠기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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