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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13호

인터뷰 - 문방위 민주당 변재일 의원



변재일(61) 의원은 참여정부 초기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IT정책 전문가다.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정보기술(IT) 관련 상임위원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변 의원은 9월 2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IT코리아 미래 전략’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IT와 전통산업의 융합은 잘될 것 같아 기대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큰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라는 평가였다.

 

역대 정부의 IT산업 정책을 평가하면 어떻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에서 뒤처졌기 때문에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만큼은 반드시 앞서나가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습니다. 취임 초기 국가정보원의 해외 정보 수집망을 총동원해 세계 IT산업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했을 정도입니다. 대통령에게 IT에 대한 철학이 있었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아 관련 공무원들이 일하기가 수월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데 초석을 닦은 것은 분명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IT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IT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임기 후반에 그게 깨져버렸어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IT산업이 정체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IT산업의 선순환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사업자가 제공한 IT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이용하면 사업자는 거기서 얻은 이윤을 다시 투자합니다. 그러면서 관련 장비와 기술이 발전하고 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면 사용자들이 더 늘게 되고, 사업자는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게 선순환 구조입니다. 선순환 구조의 핵심은 소비와 이윤 창출입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지상파DMB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기업에 수익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무료서비스 원칙을 세웠어요. 기업이 투자는 하는데 수익이 안 나니까 투자를 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콘텐츠가 없으니까 소비자가 외면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 거죠. 현 정부도 4세대 서비스인 와이브로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 국민들은 3세대 서비스인 3G 서비스의 필요성도 절감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3G 사업자들에게 경쟁관계에 있는 와이브로 사업까지 하라고 하니 제대로 투자를 하겠습니까, 안 하죠.

 

소비와 이윤 창출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의 정부 당시 우리나라가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망 확충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를 선정해 공급한다고 저절로 수요가 생기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가 PC를 공급하고 학생은 물론 주부, 노인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벌였습니다. 또한 일선 학교에서 인터넷을 이용해야만 풀 수 있는 숙제를 내도록 교육부에 요청해 인터넷 사용을 확산시켰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 인터넷망 수요자가 늘어났고, 이는 곧 인터넷 콘텐츠의 발달을 가져왔습니다. 정부는 IT산업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적극 투자하고 소비자가 적극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IT코리아 5대 미래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IT산업은 그 자체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 융합함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IT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띕니다. 우선 주체가 미래기획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로, IT산업 관련 주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빠져 있더군요.

IT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소프트웨어, 그중에서도 콘텐츠와 게임산업이고 이를 총괄하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입니다. 또한 IT서비스인 전자정부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가 행정안전부입니다. 가장 큰 알맹이가 빠진 IT 미래전략인 셈입니다. IT산업의 큰 틀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전략을 구상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야당 의원답게 평가가 냉정하십니다. ‘그래도 이건 괜찮은 방안’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은 없습니까.

IT산업이 한 차원 향상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 중요합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IT와 전통산업의 융합을 강조했지만 제대로 못했어요. 현 정부는 지식경제부에서 전통산업과 IT산업을 함께 관장하고 있으니까 융합 발전이 잘되리라 기대합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IT와 의학을 결합하는 뉴헬스케어 사업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원격조종을 통해 수술로봇으로 수술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세워둬야 합니다. 원격조종한 의사냐, 현장에 있던 간호사냐, 수술로봇을 만든 제조사냐가 불분명해지기 쉬운 문제입니다.

 

현 정부의 IT정책에 대해 조언을 해주십시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그 기능을 4개 부처로 나눴습니다. 나름의 장점도 있겠지만 기능이 쪼개져 있다 보니 IT산업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가장 중요한 IT서비스 부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져갔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시기구이지 IT산업을 진흥시키는 업무를 할 수는 없는 기관입니다. 이제라도 IT 발전을 총괄할 수 있는 정부조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전략산업부라든가 하는 식으로요.

또 하나 조언을 한다면 IT산업을 시장친화적으로 해주기 바랍니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고 전략적 판단만으로 기업에 투자를 강요했다가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기업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 피해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게 되겠죠. 정부는 수요 창출에 기여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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