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중랑구의 원묵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학교 축제인 ‘묵향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방송제, 야외 가요제, 연극제 등 다양한 공연과 체육대회 등을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단순히 학생들의 보조 역할만 한다. 교사들이 반장과 임원을 학급 운영위원으로 뽑아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축제 기획의 ‘전권’을 휘두르던 지난날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학생들의 참석률과 호응도가 높다.
원묵고 축제는 내용이 알찬 것으로 유명한데, 그 뒤엔 ‘끼교실’도 한몫한다. 말 그대로 자신의 ‘끼’를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다. 스스로 자신의 특기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청을 학교가 받아들인 것이다. 예전의 ‘특별활동’ 수업과 유사하지만, 그때는 학교 선생님이 대충 이론만 설명하다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기본과목 보충수업 시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학교 행사나 교사의 개인 사정이 생길 때는 무조건 생략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원묵고 학생들은 학교 정규수업과는 분리된 ‘끼교실’별로 외부 전문가를 통해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특기를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끼가 넘치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학생들 사이에선 ‘끼가 없으면 창피해서 학교도 못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원묵고는 학생들의 자율을 존중하는 국내 최초의 자율학교다. 2006년 개방형 자율 시범학교로 지정된 원묵고는 학생의 선택권이 최대한 보장된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교육과정 혁신학교’로 선정돼 올해부터 교과교실제 등 일반 고교와는 차별화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원어민 영어회화, 수학 클리닉, 중국어 회화, 자기주도학습 신장반 등 ‘무(無)학년-무(無)계열 프로그램’도 편성했다. 또한 특기·적성 중심의 방과후 학교도 운영하고, 교과 학습 부진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대학생 멘터링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스스로 물리적 체벌을 줄이기 위해 상벌제도를 도입해 상점 학생에겐 상을 주고 벌점이 많은 학생에겐 텃밭 가꾸기와 복지관 봉사 기회를 준다. 벌점을 받는 학생에게도 벌 대신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보람의 기회를 주는 셈이다.
원묵고처럼 자율화된 학교 모델의 창출은 정부 교육개혁에서 또 하나의 중점 과제다. 학교 자율화는 곧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발표한 교육개혁 방안에서 ‘자율과 책임이 함께하는 교육’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학교 자율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을 줄이고, 대신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 운영해 학생 수준별, 취미별 맞춤 지도가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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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준에 따라 개인별 학력향상을 위한 학교의 재량권을 확대하되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책임지도 시스템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수준별 수업, 방과 후 프로그램, 멘터링 등의 도입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교직원 인사에 대한 학교 자율권 확대와 외부 전문가들을 신규 교원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기획과 장미란 서기관은 “학교와 교육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교사 초빙 권한을 확대했다”며 “또한 산업 및 예체능 분야 전문가나 수학, 과학, 외국어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도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어촌, 벽지 등 교사들의 재직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근무 예정 학교나 지역을 미리 정해 교원을 선발하도록 하는 ‘학교·지역 단위 교원 채용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교장이 갖는 교원 전보 권한도 법령에 명시해 강화한다. 그러나 비정기 전보 때는 사유를 구체화하도록 해 학교장이 임의로 결정하는 전보권 행사는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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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과 학부모들의 공교육 부문 신뢰 향상을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를 도입한다. 교원 평가를 위한 법률 개정이 아직 국회에서 이뤄지지 않았으나 정부는 2010년 3월부터 시도교육청 자율로 교원능력개발평가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이 시행안에 따르면 1년에 1회 이상 국·공·사립을 포함한 모든 초중고는 자율적으로 평가 시기(10월 31일 이전)를 정하고 동료 교원, 학생, 학부모가 참석해 교원의 학습 능력과 생활지도 능력을 평가한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교사에게는 학습연구년과 같은 전문성 심화 기회를 부여한다.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 운영에 참여하도록 적극 유도한다. 교육과정 및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살린 자원봉사, 학교 교육 모니터링 등을 하는 학부모회도 탄탄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과거 학부모회는 학급임원 부모 중심으로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아버지들이 발 벗고 나선 충북 음성의 수봉초등학교 꿈나무 육성회와 경기 남양주의 판곡중학교 ‘행복한 꿈터’ 학부모회의 사례를 보면 확실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수봉초등학교 꿈나무 육성회는 36명의 아버지 자원봉사자가 매일 학생들의 교외생활을 지도하고 있으며, 매달 저소득층 학생 5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마을별로 ‘마을 스승제’를 운영해 학생들의 등교와 하교를 돕는다. 성적이 크게 향상됐거나 예체능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수봉스타’로 선정해 상품권을 준다. 정기적으로 담임교사, 전담교사 및 전체 교직원들을 만나 교육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이다.
‘행복한 꿈터’ 학부모회는 30여 명의 학부모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를 직접 챙기는 모임이다. 방과 후 학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서실을 제공하고 자율학습을 지도하는 ‘판곡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이와는 별도로 학부모 2, 3명이 한조가 돼 요일별로 방과 후 학생들에게 한국사, 한자, 독서, 영어 단어를 가르치고 금요일에는 주먹밥 만들기, 김치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즐길 수 있게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러한 학부모회의 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올해 2월까지 공모를 통해 전국 2천 개 학교의 학부모회를 선발해 평균 5백만원씩 모두 1백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글·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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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