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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주한 대사 부인들이 풀어놓은 명품 공교육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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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와 ‘자일리톨’로 유명한 핀란드. 하지만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핀란드를 ‘PISA 1위’로 기억한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수년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리트바 부에리스토(Ritva Wuoristo) 핀란드 대사 부인은 “학비 걱정 없이 모든 학생들이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누리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에는 우리나라의 ‘8학군’ 같은 지역도 없고, 일류대라 불리는 학교도 없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맞춰 집과 가까운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아예 없다. 입시 스트레스도 먼 나라 얘기다. 학생들은 여섯 살이면 예비학교에 다닌다. 우리나라의 유치원과 비슷한 곳이다.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무상인 데다 입학 전 학교생활 준비를 할 수 있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다닌다. 일곱 살이 되면 종합학교에 입학해 9년 동안 의무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학비는 물론 교과서와 학용품, 급식, 셔틀버스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수학, 영어, 국어 같은 기초과목은 물론 예체능과 환경, 수공예까지 가르친다. 교육의 양과 질은 지역이나 학교에 상관없이 모두 같다.

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보장하는 이웃나라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어린이들은 일곱 살이 되면 기초학교에 입학해 16세까지 의무교육을 받는다.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 받는 일은 없어야죠.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스웨덴 교육의 궁극적 목표예요.”

에바 바리외(Eva Varg ) 스웨덴 대사 부인은 누구나 배움의 기회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 바리외 여사는 “북유럽 국가의 대학은 졸업이 어렵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낙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는 사교육이 거의 없다. 학과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도 찾아볼 수 없다. 공교육이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려면 석사 이상의 학력이 필요하다. 교사가 인기직업이다 보니 매년 5천명 정도의 우수한 인재가 지원한다.

부에리스토 여사는 “학교는 교과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교사의 재량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한다”고 귀띔했다. 교실 구석에 모여 토론을 하거나 체스 게임 등을 통해 수학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웨덴에서는 최근 ‘팀 티칭(Team Teaching) 수업’이 학부모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수업 주제가 ‘직물’이라면 영어·가정·수학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가정교사는 직물의 특성이나 바느질 방법 등을 가르치고, 수학교사는 직물의 치수와 땀의 개수 등을 활용해 수 개념을 이해시킨다. 영어교사는 이 모든 수업을 영어로 강의한다. 바리외 여사는 “팀 티칭 수업은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 교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자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수준 높고 밀도 있는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강한 북유럽 학부모들은 학습관리보다 독서교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독해력이 문제해결력과 직결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준다. 숙제를 하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책을 함께 찾아보며 사고를 확장해 나가도록 격려한다.

도서관이 발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유럽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놀이터’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소설과 논픽션 등 다양한 책과 잡지를 읽거나 소파에 앉아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콘서트와 음악회는 물론 악기 대여, 녹음 등의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부에리스토 여사는 “헬싱키 인근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도서관에서 하루씩 묵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교육의 핵심은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토론이다. 토론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학생들은 적극적인 토론을 위해 환경운동이나 봉사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미셸 만(Michelle Mann) 뉴질랜드 대사 부인은 “뉴질랜드 학생들은 세계 토론대회에서 네 차례나 우승한 바 있다”며 “다양한 경험과 체계적인 토론수업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체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뉴질랜드의 공교육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수업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던져주고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분수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는 ‘케이크 2조각을 3명이서 사이좋게 나눠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은 문제를 낸다. 학생들은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 먹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수 개념을 익힌다. 만 여사는 “교사의 역할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교육은 6세부터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다섯 살이 되면 학교에 간다. 일정한 연령이 되면 동시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느 나라들과 달리 다섯 살 생일이 지나면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다. 거주지, 학습능력 등 개인적 특성에 따라 입학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만 여사는 “사회적인 나이보다 아이들의 상태나 성향이 학습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한 수월성 교육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학제는 초등(Primary) 6년, 중등(Intermediate) 2년, 고등(College) 5년 등 모두 13년으로 한국보다 1년이 길다.

뉴질랜드 학부모들은 선행학습보다 사고력 향상에 더 관심이 많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1년이 지나도록 얇고 작은 영어(국어)책 한 권만 배워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빨리 아느냐보다 누가 더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교 역시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시험 대신 스포츠 활동과 클럽활동 등을 장려하며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 개발에 최선을 다한다.





 
 


 

스위스에는 교육부 장관이 없다. ‘의무교육이 7세부터 9년간’이라는 사실을 빼고는 각 주마다 특색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피오렐라 쿠퍼(Fiorella Kupfer) 스위스 대사 부인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관심과 격려로 개인차를 줄여주는 것’을 스위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스위스는 하나의 통합된 정부 아래 각 주의 자치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연방공화국으로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한다. 각 주는 4개의 공용언어(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중 하나를 택해 교육하고, 초등학교 학제도 5~7년까지 다양하다.

과외식 수업이 보편적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초등학교 6년이 끝나면 성적에 따라 학급을 상중하로 나눈다. 각 교실에는 정교사와 보조교사 2명이 들어온다. 수학시간을 예로 들면, ‘곱셈’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교사는 다양한 곱셈 문제가 빼곡한 학습지를 나눠준다. 학생들은 짝을 지어 교실, 복도 등에서 자유롭게 서로 문제를 내고 답을 맞히며 공부한다. 과제 수행을 마치면 교실로 돌아가 교사에게 학습결과를 확인받는다. 정교사가 내는 문제를 모두 맞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보조교사에게 개인지도를 받으며 보충학습을 한다. 쿠퍼 여사는 “우리는 모든 학생이 동시에 똑같은 학습목표를 달성한다고 믿지 않는다”며 “관심과 격려를 통해 개인차를 줄여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작은 나라에 공용어가 4개나 있으니 의사소통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별 문제는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학교육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퍼 여사는 “스위스에서는 외국어로 된 표지판과 간판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영어를, 4학년 때부터는 프랑스어를 배운다. 외국어교육은 인문학교를 가느냐, 직업학교를 가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고등학교 과정까지 계속된다”고 전했다.

스위스의 영어교육은 크로스워드 퍼즐, 팝송, 영어동화 등을 통해 시행된다. 문법 암기보다 말하기와 듣기 위주의 놀이식 수업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가정에서는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쿠퍼는 “스위스 사람들은 3개 국어를 섞어가면서 대화할 때도 있다”며 “서툴고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영어로 자주 대화하며 입 밖으로 내뱉어야 실력이 늘 것 아니냐”고 조언했다.
 


 

체코는 문화예술 강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하엘라 보프코바(Michaela Vovkov ) 체코 대사 부인은 “정부가 청소년의 문화예술 교육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예술교육을 받게 해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 일반 학교에서도 현장 중심의 예술 실기교육에 중점을 둔다. 유적지 답사나 박람회를 단체로 견학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 인형극, 오페라 등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도 자주 내준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이 예술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프라하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복도를 비롯한 건물 곳곳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해 학교를 갤러리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체코 학교의 교실 풍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가 학생들 앞에 서서 특정 과목의 지식을 설명하거나 해설하는 강의식 수업을 주로 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토론식 수업 위주로 진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프코바 여사는 “강의식 수업은 교사가 가진 지식을 학생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한국이나 체코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데는 강의식 수업의 힘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체코에서는 각 과목별로 쪽지시험을 보고 그 점수로 학기 성적을 결정한다. 쪽지시험이라고 우습게 봐선 안 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배우는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공부량이 만만치 않다. 보프코바 여사는 “체코 학부모들은 꾸준히 공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잦은 쪽지시험은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체코 교육이 우리 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공부를 직업 선택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배움이란 자아발전을 위해 평생 동안 즐겨야 할 활동 중 하나일 뿐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곧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성적에 매달리는 대신 일찍부터 직업훈련을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것도 이러한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글·송보명(중앙일보 교육섹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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